그 '차고 넘친다'는 증거를 어디 한번 더 가져와 보길 바란다.—'위안부'를 기리겠다고 국가 기념일을 지정하는 대한민국 꼴이 말이 아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광복절을 하루 앞둔 매년 8월14일은 국내 페미니스트들에게 있어서 ‘뜻깊은’ 날이다.
1991년 바로 그날,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피해자였노라고 공개 ‘증언’을 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고(故) 김학순(金學順) 씨가 ‘커밍아웃’을 한 것이다. 국회는 2017년 관련 법률을 개정해 이날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해 국가 기념일로 삼았다.
![지난 14일 경상남도 양산시 소재 양산도서관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ennmike.com/news/photo/202408/86178_122007_2727.jpg)
지난 14일,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문재인 씨가 살고 있는 경남-양산에서는 제7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맞아 새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피해자 상징 조형물이 양산도서관 앞에 세워졌다. 양산 지역의 대표적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金福童) 씨를 기린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1년 서울 종로구 소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것과 마찬가지로, 김서경·김운성 부부의 작품 ‘평화의 소녀상’을 가져다 놓은 것이다.
끌리갔다 하는 기는 완전히 거짓말이고
2002년 고(故) 김복동 씨가 부산에 거주할 적에 정의기억연대의 전신(前身)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김 씨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 관련 증언을 채록(採錄)하며 김 씨를 인터뷰했을 때 김 씨는 이렇게 말했다.
증언집에 따르면 김 씨가 태어난 집안에는 딸만 여섯이 있었다고 한다. 원래 못 살던 집은 아니었는데, 어느날 아버지께서 보증을 잘못 섰다가 재산을 다 날려버리게 됐다고 한다. 형편이 궁하니 입을 덜기 위해서 다섯 언니들을 먼저 시집 보냈고, 자신만 남았다. 그런 가운데 16세가 된 1941년 어느 날, ‘누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으로 와서 “(딸을) 정신대(挺身隊)로 보내야 한다”며 부모에게 자신을 내어놓으라고 하니, 부모는 무슨 말이 씌여있는지도 모를 어떤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는 것을 봤다고 김 씨는 말했다.
김 씨는 “3년만 일하면 돌아올 수 있고, 돈을 더 벌기 원하면 더 일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남자들을 따라갔는데, 도착한 곳이 중국 윈난(雲南)성 관두(官渡) 일대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씨는 “저것들도 뭔가를 만들어가지고 데리고 간단 말이야”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생각하듯 일본군이나 관헌이 여자들을 납치하듯 강제로 끌고가는 게 아니고 뭔가 구실을 만들어서 순순히 따라오게끔 했다는 취지일 테다.
![김복동 씨의 2002년 증언. [자료=정의기억연대]](https://cdn.pennmike.com/news/photo/202408/86178_122008_3036.jpg)
YTN이 14일 방영한 탐사보도 ‘팩트추적’의 〈욱일기 내걸고, 소녀상 모욕까지… ’제재 사각지대’ 파고든 ‘역사 도발’〉에서 동(同) 언론사는 지난 2015년 동 언론사가 일본군이 ‘위안부’를 부대 소속원으로 ‘지급’하기 위해 여성들을 강제로 연행했다는 사실이 기록된 문건을 특종 발굴한 시실이 있는 등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소위 ‘극우’ 세력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같은 사실이 ‘허위’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YTN이 제시한 문서는 남지파견군(南支派遣軍) 시오다(鹽田)병단 휘하 하야시(林) 부대장이 동 부대에 딸린 위안소를 경영하는 민간인 업자에게 발급한 것으로써, 해당 업자가 모집한 ‘위안부’를 데리고 왔는데〔連行〕, 이 업자의 도항(渡航)과 관련해 여러 편의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즉, 해당 문서에 나오는 ‘연행’이라는 말에는 ‘데리고 왔다’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지 ‘강제로 끌고왔다’라는 어의(語義)가 없는 것이다.
김복동 씨의 그림 작품 중에 〈14세 소녀 시(時) 끌려가는 날〉(1998)이라는 게 있다. 착검(着劍)한 병사 두 사람이 한 여자를 앞세우고 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여자 주변으로는 유채 꽃밭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 산 하나가 보인다. 이 산은 아마도 ‘성산일출봉’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성산일출봉과 유채 꽃밭. [사진=연합뉴스]](https://cdn.pennmike.com/news/photo/202408/86178_122010_3452.jpg)
유채 꽃밭과 성산일출봉은 주지하다시피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경남 양산 출신의 김복동 씨는 ‘일본군 위안부’로 가는 길에 제주도를 경유한 사실이 없거니와, 제주도를 경유할 일도 없었다. ‘제주도’와 ‘위안부’는 김학순 씨 증언에 앞서 1980년대말 우리 사회를 한차례 흔든 ‘일본군 위안부’ 관련 저서 《나의 전쟁범죄》에서 등장한다. 해당 책에서 저자이자 주인공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는 자신이 보국대 소속으로 제주도에서 200명에 달하는 여자들을 강제로 연행해갔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처녀 사냥’이다.
하지만 1989년 당시 현지 매체인 제주신문의 취재에서 요시다가 ‘처녀 사냥’을 했다고 주장한 마을 사람들은 “일본 사람이 돈 벌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요시다의 주장은 ‘허위’로 드러났고, 요시다의 주장에 기반한 아사히신문 우에무라 기자의 ‘김학순 보도’에 대해서도 아사히신문은 지난 2014년 ‘오보’를 인정했다.
김 씨는 제주도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물인 데에다가 자신을 데려간 남자들이 군인이 아니고 조선 사람이라고 증언하기까지 했는데, 김 씨는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날’을 회상한 작품에 어떻게 제주도의 풍경을 그려넣을 수 있었을까?
김 씨의 부모가 도장을 찍어준 그 서류에 주목한다. 당시 ‘일본군 위안부’는 보통 2년 또는 3년의 단기 계약을 맺고 업자로부터 전차금을 받은 후 ‘일본군 위안부’가 됐다. 계약이 만기가 되거나 전차금을 모두 갚은 경우에는 자유롭게 위안소를 떠날 수 있었고, 일을 더 하고 싶다면 업자와 계약을 갱신했다. 김 씨의 부모는 김 씨에게 차마 말을 못 해 줬겠지만, 김 씨 부모가 도장을 찍어줬다는 그 문서는 누가 보더라도 ‘계약서’다.
그 ‘차고 넘친다’는 증거를 어디 한번 더 가져와 보길 바란다.—'위안부’를 기리겠다고 국가 기념일을 지정하는 대한민국 꼴이 말이 아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박순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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