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인민군 안학섭씨, “미군 나갈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앞선 송환 거부

 

비전향장기수 안학섭씨(가운데)가 지난 8월 북한으로 보내달라며 통일대교로 행진하는 모습
비전향장기수 안학섭씨(가운데)가 지난 8월 북한으로 보내달라며 통일대교로 행진하는 모습

이재명 정부가 6·25 전쟁때 인민군으로 대한민국에 맞서 싸운 사람들이나 남파간첩 등 비전향 장기수들의 북송을 다시 추진하고 나섰다.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정부가 해왔던 남북대화 및 교류 정책을 이어가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비정향 장기수는 해방직후 여순반란사건 때부터 6·25 전쟁 기간중 북한에 동조해 게릴라 활동을 했던 빨치산, 이후 남파간첩 등으로 사상전향을 통해 대한민국에 귀순하지 않고 스스로 장기간 옥살이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수십년간 복역했고. 고향이 북한이라는 점에서 인권 차원의 북송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비전향 장기수 대부분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등 친북활동을 해왔다. 북한과의 체제전쟁, 군사적 대치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적행위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간에 일체 대화가 없는 현 상황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싸우면서도 왼손으로 악수하는 게 세상의 이치인데, 남북은 완전히 단절됐다. 언제 우발적인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아무리 적대적인 국가 간이라도 비상 연락망(핫라인)은 원래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남북은 일체의 모든 연결선이 다 끊겼다.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90살이 넘은 비전향 장기수들을 돌려보내겠다는 노력에조차 반응이 없다”는 말도 했다. 최근 종북 좌파성향 시민단체가 송환을 추진 중인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95)씨 등의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안씨는 인천 강화도 출신으로 6·25전쟁 때 북한군에 입대해 국군 및 UN군과 싸우다가 1953년 4월 체포돼 국방경비법(이적죄)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출소했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해 9월 비전향장기수 63명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했지만 당시 안씨는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스스로 남았다.

하지만 안씨는 지난 8월 20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가겠다며 파주시 통일대교 진입을 시도했지만 군 당국에 의해 제지됐다.

당시 안씨는 민중민주당 등으로 구성된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 회원들과 함께, 임진강역에서 집회를 연 뒤 북한의 인공기를 들고 통일대교 남단까지 행진했다.

안씨는 통일대교 남단 군 검문소에 도착했지만 사전 허가가 없이 진입했다는 이유로 군 당국의 경고와 제지를 받았다. 통일대교부터는 민간인통제선이어서 군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통과할 수 있으며 특히 판문점 등 비무장지대는 유엔사의 승인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다.

이후 안씨는 인공기를 들고 되돌아왔고, 건강 악화를 이유로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집회에서 안씨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미국의 수모와 고통을 당하다가, 죽어서까지 이곳에 묻히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면서 자신의 북한 송환을 요구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통일부는 안씨 등 북송을 원하는 6명을 면담, 북한에 있는 가족사항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언급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측에 안씨 등의 북송과 관련한 대화를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교인권위원회라는 단체에서는 안씨에게 불교인권상이라는 상을 수여했는데 이재명 정부와 함께 안씨 문제를 내세워 남북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 들여진다.

지난 20일 오전 불교인권위원회는 제31회 불교인권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날 불교인권상 수상자는 비전향 장기수 안씨와 해병대 채상병 사건의 박정훈 대령 두사람이었다.

시상식에서 불교인권위원회는 “두 사람(안학섭, 박정훈 대령)은 모두 군인으로서 국가의 명령에 투철한 신념의 소유자”라며 “민족의 아픔을 이어오고 있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남북 양측의 정의로운 군인의 인류애가 그토록 염원하는 평화와 화합의 자리에 함께 섰다”고 밝혔다.

이어 “안학섭 선생은 미전향 장기수라고 부르지만, 정확히 말하면 군인으로서 72년 동안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박정훈 대령 역시 '정당하지 않은 명령에 불복하는 건 항명이 될 수 없다'고 외침으로써 타락한 군인정신을 회복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수상 소감을 통해 “불교인권상을 주는 것은 분단시대에 파묻힌 인간의 존엄성을 끊임없이 외치라는 뜻임을 알고 있다”면서 “죽는 그날까지 분단의 모순과 갑오년의 척양척왜 정신의 깃발을 높이 들고 가겠다”고 말했다.

‘갑오년의 척양척왜 정신’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처럼 서양과 일본의 외세에 맞서 조선의 자주를 지키겠다는 의미다.

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인 진관 스님은 “안학섭 선생은 6.25 당시 포로로 잡혀 간첩 혐의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42년 4개월 동안 구금생활을 했다”면서 “96세인 현재에도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불교인권위원회는 “과거 김영삼 정부가 이인모 선생을 송환했듯이 이번 인권상을 계기로 안학섭 선생도 하루 속히 고향으로 송환되길 바란다”며 안씨의 북송을 촉구했다.

비전향 장기수는 1993년 김영삼 정부때 이인모씨가 처음으로 북송됐고, 2000년 9월 김대중 정부에서 63명이 추가로 송환됐다.

하지만 당시 대한민국 정부가 요구한 480여 명의 납북어부와 500여명의 국군포로, 대한민국으로 오기를 바라는 북한이탈주민의 송환은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안학섭씨 등 6명이 자신들을 북한에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이 이들의 북송문제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대화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2000년에 희망자 대부분이 송환된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이와함께, 2000년에 북송된 비전향장기수들 상당수는 북한에 적응하지 못하고 탈북자 등을 통해 “북으로 오지말고 남쪽에서 계속 살아라”는 편지를 보내는 등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상호기자 sanglee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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