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5.21(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5.21(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핵(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간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조기 개최하기로 지난 29일 합의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핵심은, 문재인 정부 집권기였던 지난 2018년에 열리고 그 이후 한번도 안열렸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에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각)우리나라 국방부(장관 이종섭)과 미국 국방부(장관 로이드 오스틴, Lloyd J. Austin III)이 한·미 국방부장관 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개회를 합의함에 따라 북핵 위협에 대한 한미동맹 차원에서의 방어행동이 문재인 정부에서와는 달리 보다 더 구체적으로 강화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이란, '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이라는 군사용어의 약칭이다. 한미간 EDSCG를 추진한다는 이번 국방정책적 변화의 의미를 알기 위해선 그간의 기록을 비롯해 '확장억제'라는 개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미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란,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를 위한 외교 및 국방 협의체를 뜻하는 용어로 크게 차관급 고위회의와 국장급 본회의로 구성된다. 본래 EDSCG는 우리나라 외교부가 미국에 제기하면서 신설된 것으로 차관급 고위회의를 지난 2016년 12월 최초 개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8년 1월 두번째 차관급 고위급회의를 열더니 그 이후로는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 집권 후인 지난 5월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EDSCG 재가동 합의를 비롯해 지난달 11일 이종섭 국방장관이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EDSCG 재가동을 재확인했다.

한미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는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 공약 중 하나로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먼저 미국에 요청 신설된 협의체이지만, 그 기원을 따라 올라가게 되면 지난 1978년 7월27일(정전협정일) 당시 제11차 SCM(한미안보협의회의,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보장론에 근거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겸임)과 김승겸 연합사 부사령관이 설 명절을 앞둔 9일 한미 장병들에게 '합동 명절인사'를 전했다. 사진은 영상 중 일부. 2021.2.9 / 김승겸 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은 2022년 7월4일 윤석열 정부 초대 합동참모의장(합참의장)으로 임명된다.(사진=주한미군, 일부 편집=조주형 기자)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겸임)과 김승겸 연합사 부사령관이 설 명절을 앞둔 9일 한미 장병들에게 '합동 명절인사'를 전했다. 사진은 영상 중 일부. 2021.2.9 / 김승겸 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은 2022년 7월4일 윤석열 정부 초대 합동참모의장(합참의장)으로 임명된다.(사진=주한미군, 일부 편집=조주형 기자)

당시 한미안보협의회의 등에서는 한미연합사령부의 조직과 기능에 관한 각종 약정 등을 승인하면서 유엔군사령부(유엔사령부, UNC)로부터 작전통제권을 이양받았고, 한미연합사령부는 그해 11월7일 자정부로 창설된다. 당시 한미연합사 창설 간 전략지시(제1호)를 통해 한반도 전쟁 억제 및 방어(방위임무)를 한미연합사령부가 맡게 되는데,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보장론 실체화의 국제법·규범적 근거가 된다.

그러다 노무현 정부 집권기인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북핵의 존재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그해 38차 SCM에서는 처음으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Strateg)'가 언급된다.

'확장억제'는 2009년 5월25일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이후 제41차 SCM 공동성명에서 구체적 수단이 명시되는데, "미국의 핵우산, 재래식 타격,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는 모든 범주의 군사 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 제공"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로부터 13년 만인 지난 5월2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한다.

'확장억제'와 달리 '맞춤형 억제전략(Tailored Deterrence Strategy)' 개념도 따로 존재한다. '맞춤형 억제전략'이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역량 등을 고려한 한미간 공동 억제전략의 일환으로 핵우산 등 억제력 제공에서 더욱 증강된 형태의 공세적 억제전략이다. 지난 2013년 2월12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열린 제45차 SCM에서 '한미간 맞춤형 억제전략'에 서명이 있었는데, 미국의 양자동맹국 중 우리나라가 최초였다.

제45차 SCM 당시 있었던 '맞춤형 억제전략'의 주요 내용으로는, 전시와 평시의 모든 북한의 핵 위협 상황에 대해 군사적 대응 방안을 비롯한 비군사적 대응 방안을 모두 포함해 대응한다는 일명 'DIME 대응전략'이었던 것이다.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에서 나온 'DIME전략'이란, 외교(Diplomacy)·정보(Intelligence)·군사(Military)·경제(Economic) 등 4가지 요소가 결합된 일명 '4세대 전쟁형태'의 주요 대응 수단이 복합화된 대응 전략을 뜻한다.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참가중인 국군장병 모습.(사진=연합뉴스)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참가중인 국군장병 모습.(사진=연합뉴스)

'4세대 전쟁형태'는 말그대로 네번째 세대의 전쟁 양상을 뜻한다. 기존 1세대 전쟁의 경우 산업혁명 전후 당시 국가 소속 군사 조직 간 섬멸전을, 2세대 전쟁의 경우 화포(砲)에 의한 화력전, 3세대 전쟁의 경우 전차 등의 발전에 따른 전격(電擊)전 양상을 보였다. 이 구분은 1차,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및 베트남 전쟁 등을 통해 나눠볼 수 있다.

그러나 4세대 전쟁의 경우 근현대 중국 혹은 베트남의 적대적 이념화에 의한 체제전복혁명전에서 나온 복합전 등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모든 국가적·비국가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하는 총력전으로 본 것으로,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은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한미간 맞춤형 억제전략은 그 실행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년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와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를 가동해왔었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지난달 11일 미국 로이드 국방장관과의 샹그릴라 대화에서 ▲ 한미 간 확장 억제 수단 운용 연습(TTX) 개최 ▲ 한미 확장 억제 전략 협의체(EDSCG) 재가동 ▲ 美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적시전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이종섭 국방장관이 나눴던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적시전개'의 경우, 그 세부 내용은 바로 미국이 핵위협에 대한 대응용 전략자산으로 사용하고 있는 3대 무기, 즉 트라이어드(Triad)로 불리는 전략폭격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전략핵잠수함(SSBN) 등이다. 모두 핵탄두를 실어보낼 수 있는 전략적 투발 수단으로, 핵탄두와 결합될 경우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재래식의 가용자산이다.

이들 트라이어드, 3대 전략자산은 각기 단독 운용되는 형태가 아니라 대규모 항모강습단이나 전투편대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요구하게 된다. 한미연합훈련 없이는 한반도 상에서의 전개운용이 제한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종섭 장관은 29일(현지시각)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이후 만난 취재진에 대해 "EDSCG 개최 시점에 대해 사실 거의 의견 일치를 봤다"라며 "언제 하는지는 거의 합의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이어 한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의 실시 예정 소식과 함께 "북핵위협 대응 방안에 대해 군사적으로 긴밀하게 협의하는 것으로, 한 차원 더 높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협의"라고 전했다./

북한은 3일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핵실험 위력은 1차(2006년 10월9일) 때는 규모 3.9(폭발위력 1㏏), 2차(2009년 5월25일) 4.5(3~4㏏), 3차(2013년 2월12일) 4.9(6~7㏏), 4차(2016년 1월6일) 4.8(6㏏), 5차(2016년 9월9일) 5.04(10㏏)로 평가됐다.2017.09.03(사진=연합뉴스)
북한은 3일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핵실험 위력은 1차(2006년 10월9일) 때는 규모 3.9(폭발위력 1㏏), 2차(2009년 5월25일) 4.5(3~4㏏), 3차(2013년 2월12일) 4.9(6~7㏏), 4차(2016년 1월6일) 4.8(6㏏), 5차(2016년 9월9일) 5.04(10㏏)로 평가됐다.2017.09.03(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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