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 2019.10.17(사진=연합뉴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 2019.10.17(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집권기인 지난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서 비롯된 유엔군사령부(유엔사령부, UNC) 패싱의혹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바로 로버트 에이브럼스 前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겸직)의 증언을 통해서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로버트(Robert Bruce Abrams) 전 유엔사령관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정전선언 69주년 기념 '동맹 평화 콘퍼런스'에 참석해 "(유엔사령부는)아무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더러운 작은 비밀(little dirty secret)' 같았다"라며 "유엔군의 준비태세와 한미동맹 지원 노력이 장애물에 부딪혔다"라고 밝힌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로버트 전 사령관은 "나는 취약해진 준비태세를 복원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유엔사령부의)재활성화(Revitalization)를 지지한다고 5번 정도를 말했다"라고 말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사 재활성화가 전임 정부와의 수면 아래 갈등을 빚으면서 빛을 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유엔사령부와 계속 충돌해왔다. 정부 주요 인물인 김연철 통일부장관과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등의 비무장지대 출입 등을 두고서 부딪혀왔다. 문재인 정부 안팎에서는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2020년 6월15일 평화협정으로 정전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결의안이 대표적이다. 평화협정 체결 시 유엔사 해체의 단초로 작용할 공산도 없지 않다.

즉, 그 이면에는 문재인 정부가 유엔사령부의 기능과 역할에 의문을 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 로버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재활성화(Revitalization)'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이에 펜앤드마이크가 유엔사령부의 '재활성화 계획'의 숨은 의도와 향후 미래전략사령부의 역할과 기능을 알아봤다.

유엔 깃발(사진=연합뉴스)
유엔 깃발(사진=연합뉴스)

#1. 유엔사 패싱, 결국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 때문?

로버트 전 유엔사령관이 한차례 언급했던 유엔사령부의 '재활성화(Revitalization)'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지금으로부터 약 19년 전인 2003년 노무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문제'에 대해 환수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혔다. 작전통제권은 지난 유엔사가 갖고 있다가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과 함께 한미연합사로 이양됐다. 그러다 1994년 12월 평시작전통제권을 국방부가 환수함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문제가 남게 됐고,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신속히 환수하고자 했다.

유엔사의 재활성화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부각된다. 전시작전권 환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래의 한미연합사령부과 우리나라 국방부 간 연합지휘구조는 단일전쟁지도체제 형태가 아닌 양립형으로 변화된다. 연합사의 전작전 해체 이후 주한미군과는 별도로 전시 단독 작전을 수행하게 됨을 의미하는데, 이는 곧 미군 지원 없이 실체적 위협에 단독으로 맞닥뜨리는 상황이 예상된다. 이로인해 미국의 입지는 한반도에서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곧 유엔사령부 해체의 빌미를 대내외적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

아니나다를까, 2005년 3월8일 노무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비해 독자적 작전기획 능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그해 연말 경 유엔사령관이었던 러포트(Leon Laporte)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UNC에서의 참전국들의 역할 확대를 희망한다"라고 말한다.

이를 시작으로 2007년 1월, 버웰 벨(Burwell B. Bell) 유엔사령관 또한 "한미연합사의 해체와 전작권 전환은 유엔사의 부조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었다. 그러다 2013년, 스캐퍼로티(Curtis Micheal Scapparrotti) 전 유엔사령관이 부임함에 따라 '유엔사령부 재활성화(Revitalization)'라는 목표 하 참모부 별 과업 재조정이 시작된다.

유엔사령부가 재활성화 작업에 돌입함으로써 그 의도에는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의도가 내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1950년 7월 한반도의 단일전쟁지도체제로 정립된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에 따라 전작권을 이양함으로써 그 위상이 위축됐다.

중국을 비롯해 북한에 의해 유엔사의 정전협정 관리체계인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와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가 반쯤 무력화되는 사태를 겪었던 역사적 배경도 한몫한다. 또한 정전협정 이후 참전국들과 한반도 유사시 재참전 의지를 담아내 맺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국제적 지지세력으로 묶어두길 바란다는 속내도 담겨 있음이 역사를 통해 드러난다.

가슴에 품은 민정경찰. 정전 60주년 여름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 육군 28사단 비무장지대(DMZ). 2013.7.10 (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가슴에 품은 민정경찰. 정전 60주년 여름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 육군 28사단 비무장지대(DMZ). 2013.7.10 (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2. 전작권 환수 후 연합사 해체 국면 속 유엔사 해체되나

유엔사령부가 유엔사 재활성화를 위한 핵심 추정 과업 중 하나로는,  한반도상에서의 유사시 전력 창출을 위한 발판으로서 유엔사령부의 재도약을 도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 과정상의 쟁점이 바로 전시작전권통제 문제다.

유엔사령부의 재활성화 계획의 가장 핵심적인 과업은 전시작전권통제 문제와는 뗄레야 뗄 수 없다. 그 이유는 유엔군사령부의 특성에 기인한다.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은 모두 1명이 겸직하는 구조다. 주한미군 최고 선임 장교가 주한미군사령관이자 유엔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을 동시에 겸하는데 이는 지난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과정에서의 '전략지시1호'에 근거한다.

실제 유엔사 참모직은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사 참모들이 겸직한다. 유엔사 부사령관의 경우 한미연합사 공군구성군사령관이 맡고 있으며 유엔사 참모장도 한미연합사 및 주한미군사 참모장이 겸직한다. 주한미군사 참모장은 美8군사령관이다. 유엔사부참모장은 유엔사령부 군정위 미국대표이며,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는 한미연합사의 부참모장, 즉 지구사령부 참모장이 맡는다.

이같은 과정이 있었기에 그동안 정전협정 체제 관리에 있어서 효율적으로 운영돼 왔다. 최선임 장교 말고도 주한미군사령부의 참모부별 선임장교들이 유엔사 참모부처 기획장교 등을 겸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전시작전통제권이 이양될 경우, 이같은 지휘구조상의 연결 고리들이 모두 끊어질 수밖에 없으며 정전체제 관리에 있어서 전력을 제공하거나 통합작전 수행 과정에 있어서 유엔사의 공백으로 인해 정상구현이 어려워진다는 문제점이 숨어 있다. 

게다가 유엔사가 유사시 한반도의 전력제공 및 투입 경로 임무를 맡고 있기에 참전국들에 대한 평시 기능 역할 부여 및 확장이 필요한 상황인데, 유엔사 축소 시 유사시 한반도 전력 제공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즉 유엔사령부 문제는 한미연합사령부·주한미군사령부와 우리나라 국방부와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로버트 전 유엔사령관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유엔사령부를 바라보는 문재인 정부의 시각이 어떠했는지 나타난다. 앞서 일부 설명한 유엔사령부의 기능과 역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임 정부에서 유엔사를 어떻게 취급했는지를 알 수 있음이다.

한편,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24일 기자들에게 "전시작전권이라 하는 것은 연합 작전의 지휘권을 누구에게 줄 것이냐의 문제"라면서 "전시작전권(문제)이라는 건, 우리의 한미 동맹 체제(의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ㆍ평화ㆍ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에는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2022.1.24(사진=윤석열 후보, 편집=조주형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ㆍ평화ㆍ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에는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2022.1.24(사진=윤석열 후보, 편집=조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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