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합참이 국방위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 2022.12.28(사진=국회 국방위원회,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합참이 국방위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 2022.12.28(사진=국회 국방위원회,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북한의 비대칭 전력 중 하나인 무인기가 지난 26일 서울 상공까지 침투한 가운데, 유엔군사령령부(UNC, 유엔사령부)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군 당국이 29일 밝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번 유엔사령부 조사 결과에 따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도발은, 정전협정 위반으로 결론지어질 수도 있어서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사는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서울상공으로 침투했다는 언론보도 직후 특별조사팀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령부가 특별조사팀을 꾸리게 된 근거는, 정전협정 제6조(쌍방은 모든 비무장지대 내부 혹은 향하여 어떠한 적대행위도 감행하지 못한다)에 근거한다. 비무장지대로의 침투 혹은 군사분계선(MDL) 월경시 군사정전위원회의 특정허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행장비 등은 원천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사항이다.

그런데, 이번 북한의 무인기가 MDL을 넘어 서울 상공까지 침투한 것은 정전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유엔사가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7·27 정전협정 69주년] 尹정부가 맞닥뜨린 반쪽짜리 정전협정···대응 전략 어딨나).

유엔사가 특별조사 대상으로 규정한 대상이 북한의 무인기 관련 사항에만 국한되는지는 불분명하다. 국방부는 우리 군의 무인기 MDL 이북 작전에 대해, 유엔사와 작전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우리 군 무인기 작전에 대한 유엔사의 반응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번 사안에 대해 유엔사와는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유엔사가 특별조사 대상으로 북한 무인기를 '비행기체'로 규정하여 조사에 착수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추가적인 제재를 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북한은 지난 2020년 5월 초 우리군 GP를 향해 대공탄 수발을 발사했지만 유엔사의 조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전협정 제36항에 명시된 중립국감시위원회(혹은 중립국감독위원회, 약칭 중감위, Neutral Nations Supervisory Commission) 소속 4개 지위국 가운데 스웨덴·스위스를 제외한 공산 측 지정국인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지금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독립)에 대해 북한은 이미 1993년과 1995년에 걸쳐 강제로 철수시켰던 것.

이에 따라 유엔사가 특별조사를 벌이더라도 반쪽짜리 중감위에 의한 반쪽짜리 조사가 된다. 북한은 중감위를 비롯해 정전협정 상 제19항인 군사정전위원회(UNC MAC : Military Armistice Commission, 군정위)에 대해서도 지난 1991년 군정위원으로 우리나라의 황원탁 육군 소장이 임명된 것을 두고 1994년 임의로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를 설치 후 그해 연말 공산측 군정위원들을 철수시켰다. 그런 상태로 지금까지도 회담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북한군이 유엔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인데, 이는 정전협정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일종의 무력대응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평화협정'을 주장하면서 미북 대화론을 내세우는 반면 일각에서는 무력을 앞세워 정전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군정위와 중감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무인기에 대한 유엔사의 특별조사는 사실상 반쪽짜리로 전락할 근본적인 결함을 안은 채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유엔군사령관은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는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맡고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유엔 깃발(사진=연합뉴스)
유엔 깃발(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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