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형 발사체 (PG). (사진=연합뉴스)
북한 신형 발사체 (PG).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8일 화성-17형 장거리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담화문을 20일 밝힌 가운데,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한미공동대응의 핵심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이외의 독자적 대응책 강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간 대응전략 기구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 이외에 우리나라의 독자적 대응책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은, 한미동맹 관계에 있어서 미국 정치권 동향에 따라 그 대응책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어서다.

즉,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동맹 차원의 대응기구 변천사에서 '핵우산(nuclear umbrella)'라는 용어가 변한데에 따른 것이다.

'핵우산'이라는 용어가 한미동맹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1978년 제11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였다. 한미연합사령부가 태동하던 시기였는데, 이때 브라운(Geroge Broun) 美 국방장관은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고 재확인하였다(provision of a nuclear umbrella)"라는 문구로 명시됐다.

북한의 1차 핵실험(2006년 10월) 직후 열린 제38차 SCM에서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통한 확장억제의 지속을 포함하여(including continuation of the extended deterrence offered by the U.S. nuclear umbrella)"라는 문구가 실렸는데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로 발전한다.

지난 2016년에는 한국 외교부의 요청으로 외교·국방부 차관급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 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가 구성돼 1차 회의를 진행되는 단계에 이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8년부터 미묘한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바로 2018년 11월에 있었던 제50차 양국 국방장관간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직후 공동성명에서 나타나는데,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을 위해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이라는 미합중국의 지속적인 공약을 재확인했다"라며 '핵우산'이라는 단어가 빠진 것이다.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뒤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 2018.09.19(사진=연합뉴스, 편집=연합뉴스)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뒤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 2018.09.19(사진=연합뉴스, 편집=연합뉴스)

이같은 변화는 그 전해인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그해 9월14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에 대응해 우리가 자체 핵 개발을 해야 한다거나, 우리가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한 이후 그 다음해에 반영됐다. 그 사이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화 미북 정상회담 등이 벌어졌던 것. 

비록 美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이 SCM에서의 변화인 '핵우산' 용어의 '확장억제' 대체에 대해 "SCM에서 합의된 확장억지는 기존의 핵우산을 강조한 것이지, 강화된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의 한국안보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지, 달라진 것은 없다"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핵우산' 용어 변경의 뒷배경에는 美 정치권력의 변화 때문이라는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실체적 수단이나 전술적 지침보다는 선언적 성격의 성명에서 '핵우산'이 거론되다가 빠진 점 때문에 미국의 핵우산 정책의 실현성에 눈길이 모아진다.

그러다보니 미국의 핵우산 제공 노력에 있어서의 명시적인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그에 따라 비핵국가인 우리나라에 의한 독자적인 대북 억제 방책으로 눈길이 모아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북 억제는, 사실상 핵무기에 기반하지 않은 비핵전 하 재래식 전력에 의한 정밀 타격 능력의 극대화 중점 방식이다.

2016년 국방부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축체계를 바탕으로 한 재래식 정말 타격 전략을 발전시켜왔다. 3축체계라 함은,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한국형 대량응징 보복(KMPR: 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을 말한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북한의 전쟁지도체제에 직접적인 대규모 화력으로 1차적 다량타격을 가한 후 특수부대에 의한 2차 암살·점령·장악 작전을 하겠다는 게 요지다.

이같은 전략의 핵심은 '억제(deterrence) 효과'에 있는데, 미국의 핵우산이 예방적 성격의 거부(denial) 개념을 바탕으로 한 억제전략이라면 우리나라의 3축체계는 사후적 성격의 보복(punishment) 개념을 바탕으로 한 억제전략이라고 풀이될 수 있다. 핵우산 제공 개념을 밝힘으로써(SCM 공동성명 등) 사전 대응 의지가 있음을 밝히고, 사후에는 일종의 '처벌' 성격의 보복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이중(dual)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중 전략은 거부적 억제와 보복적 억제 개념이 동시에 있을때 비로소 영향력을 높일 수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 시기였던 2018년 양국 SCM 공동성명에서 '핵우산'이 '확장억제'라는 개념으로 대체됐다. 우리나라 국방백서에서도 억제전략이나 특수부대에 의한 북한의 전쟁지도체제 장악작전 등이 완화되거나 혹은 거의 거론되지 않게 되면서 억제전략의 효용이 낮아졌다는 우려섞인 평가가 국방부 안에서부터 나온 것. 일명 '평화협정' 등이 언급되면서 북한의 핵문제를 다룰 수 있는 억제전략은 쏙 들어갔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전술핵 부정적 의견. PG. 2017.09.15(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전술핵 부정적 의견. PG. 2017.09.15(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비핵국가인 우리나라가 한미동맹과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상시 준비·강화해야 하는 전력은 무엇일까.

단순히 미국의 핵우산, 혹은 맞춤형 확장억제전략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인 전략폭격기의 전개 만을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대북 억제력 강구에 있어서 균형을 무너뜨리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 한미동맹 차원의 이중전략의 균형추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준비해야 하는 독자적 억제력은 기존 추진해오던 3축체계를 비롯해 핵잠재력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재래식 타격의 경우, 국방백서 2016에 실렸던 3축체계의 지속개발 및 실전고도화 등이 요구된다. 고도화된 재래식 타격력이 있더라도 북핵과 미사일 위협이 쉽지 않은데 이마저도 손놓고 있을 경우, 사실상 대북 억제 효과는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핵잠재력 강화의 경우, 전세계의 비핵화를 노리는 미국 입장에서는 비록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하더라도 준핵국가가 될 수도 있는 우리나라의 핵전력화 과정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도 핵우산 전력 제공의 정당성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핵잠재력 강화의 경우 NPT 체제 하에서 핵잠재력 개발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외교적·경제적 압력에 대한 사전 판단이 요구된다. 자체 핵개발만으로 견뎌야 하는 NPT 체제 하의 압력으로 대외경제 의존국가인 우리나라가 받을 타격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핵개발은 어려우나 핵잠재력을 강화함으로써 미국의 핵우산을 실질적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책으로써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다만, 비핵국가의 대(對)핵전략의 실제 또다른 사례로는 유럽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식 핵공유(nuclear sharing) 방법을 차용할 수도 있다. 수사(修辭, rhetoric)적 차원의 '확장억제'가 아니라 실제로 미국의 핵전력을 동맹국에 배치하거나 동맹국의 전략폭격기 등을 통한 운용을 실체화하는 형태로 확장억제전략을 구현하는 방법도 있다. 그래서 NATO식 핵공유가 계속 거론되는 이유도 이에 기인한다.

지난 5월21일, 윤석열 대통령과 美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공동성명을 밝힌바 있다. 당시 공동성명에 따르면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였다", "미군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하는 데 대한 미국의 공약과, 이러한 조치들의 확대와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또는 추가적 조치들을 식별해 나가기로 하는 공약을 함께 재확인하였다"는 공동 성명문을 발표한다.

한편, 북한은 20일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핵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고 주장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北 김정은, 미사일, 풍계리 CG. 2022.05.04.(사진=연합뉴스)
北 김정은, 미사일, 풍계리 CG. 2022.05.0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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