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명 공신록(功臣錄)에 이름을 꼭 올리셨으면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지금 조용하십니다. 여기에는 그분들 말고도 청와대에서 계셨던 분과 전·현직 장관 분도 포함됩니다."
이번 4.7 재보궐선거의 결과는 여당의 패배이자 야당의 승리이다.하지만 야당의 승리 이면에는 여러가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승리에 적극적인 공신을 꼽으라면 국민의힘 내부 인사보다는 청와대및 민주당 인사들의 도움이 훨씬 컸다는 풍자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9일 "물론 저희가 잘해서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잘하라는 국민들의 열의가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일명 주역들이 숨어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4·7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보선이 국민의힘의 오세훈 시장 승리로 막을 내린 가운데, 정치권 핵심 관계자들이 주목한 일등 주역들이 누구였는지 눈길이 쏠린다.
정치권에 따르면 일명 '4·7 재보선 공신록'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 인물로 '고민정·김상조·박주민·추미애·이해찬' 등 5인이 꼽혔다.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인사로 예상됐지만, 놀랍게도 정반대 진영인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이번 선거의 주역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즉, 더불어민주당의 '필패오적(必敗五賊)'이라는 것.
#1. 고민정,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향해 "글쎄"···2차 가해 논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결정적 원인은, 그동안의 '내로남불' 행태가 자충수로 작용했다는 데에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남인순 의원을 필두로 '미투 운동' 등에 대해 이렇다할 각종 목소리를 냈었다.
그런데, 정작 자당 소속 전임 서울시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하자 고민정 의원이 "피해자로 규정하긴 이른 감이 있다"라고 민주당 여성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에서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가해자로 봤는데, 그로인해 촉발된 보궐선거의 자당 선거운동에 참여하면서 '내로남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가해자인 박 전 시장을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합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한편 고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연일 자신의 SNS에 유권자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사진, 엎드려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성추행 피해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다가 선거운동 기간이 되자 난데없이 시민을 거론하고 있다는 게 여야 정치권 관계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2. '내 집은 되고 네 집은 안돼'···공신들의 '문제적 부동산' 왜
이번 선거의 핵심 키워드는 '부동산 문제'로 표현됐다. 바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옥죄기 정책'을 겨냥한 것이다. 현 정부의 무려 20번이 넘는 부동산 규제에 대해 야당이 지적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부터 오세훈 시장 당시 후보와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은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문제의 부동산 실정 중 정점을 찍은 것은 바로 '김상조 前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내 집은 돈 많이 받고 네 집은 돈 많이 받지 말라'는 이들의 내로남불 식(式)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특히 박 의원은 '전·월세 5% 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 3법' 발의를 추진한 인물로,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의 거대 의석수로 강행 통과처리됐다. 그런데 박 의원은 임대차3법 추진 직전 본인 소유 아파트의 임대료를 무려 10% 가까이 올렸다. 김 전 실장 역시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 본인 소유 강남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무려 14.1%나 올렸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5% 밖에 올리지 못하는데, 그 전에 미리 올린 셈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그동안 '상생' 등을 내세웠던 인물들이다.
#3. '4·7 투표일'은 'LH 내부자' 변창흠 취임 '100일'
더불어민주당 전 당대표이자 현역 국회의원인 이낙연 선대위원장 역시 부동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의원 출마 직전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고서도, 직전 총리 시절 추진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쏟아진 우려를 못본 척 했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2월, 4·15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자택이었던 25.7평 규모의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 자택을 19억여 원에 팔아 17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야권에서 '부동산 정책 책임론'을 지적하자, 선거가 코앞에 닥친 지난달 31일에서야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정책을 세밀하게 만들지 못해 무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난 4년 중 총리였을 때에는 부동산 정책 강행에 이렇다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다가 선거가 다가오자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그동안 부글부글 끓던 민심은 지난달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서 비롯했다. LH 임직원들의 사전 정보를 이용한 신도시 투기 의혹이 터졌는데, 당시 사장이었던 변창흠 씨가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이번 '4·7 재보선 투표 당일'은 그가 취임한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LH 주도의 공공주택사업인 2·4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지 불과 한달 만이다.
#4. "이런 후레자식"이라던 이해찬 "선거 이긴 것 같다"···거의 예언?
앞서 언급한 집권여당 핵심 인사들의 행태는 모두 '내로남불'로 통한다. 당초 이번 선거는, 故 박원순 前 서울시장의 '여직원 성추행'으로 촉발됐는데, 놀랍게도 박 시장은 지난 1993년 '서울대학교 우 조교 사건'에서 무료 변론을 맡아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최초 승소했던 인물이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정작 본인은 여직원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지른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의 개정 전 '당헌 96조'다.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시절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 실시의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아냈는데, 지난해 11월 개정되면서 서울시장 후보가 나올 수 있도록 활로를 만들게 됐다. 그래서 박영선 후보가 나온 것이다.
여기서 눈길이 쏠리는 인물은 바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당대표다. 박 전 시장은 지난해 7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이 전 대표가 그의 빈소에 왔을 때 '당 차원의 추후 계획'을 물어보는 취재진을 향해 "후레자식"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런 그는 지난달 1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아주 선거가 어려울 줄 알고 나왔는데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니까 거의 이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거짓말까지 하니까, 저건 공직자로서 기본이 안 되어 있다"라고 쏘아붙였다.
그런데, 결국 국민의힘이 이겼다.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따르면 야권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권 후보를 꺾고 이긴 셈이다.
#5. 민주당, 선거 후폭풍에 친문 계파 분화될까
그렇다면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상황일까.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8일 조기 퇴진하면서 오는 16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다음달 2일 열린다.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도종환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 소속이었던 한 인사는 기자에게 "당의 주류인 친문 계파에서 이번 선거의 책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두고 계파가 분화될 수 있다"며 "주목할 부분은, 친문 계파 분화 여부와 그 주도권을 어느 분파가 갖게 될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결국 이번 선거의 핵심은 '내로남불'에 대한 공분으로 읽히는데, 다음 선거인 대통령 선거도 이같은 기조가 연결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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