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에서 '특이점'이 9일 포착됐다. 바로 "당 지도부 결정대로만 할 게 아니다"라는 민주당 초선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9일 여의도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4년 동안 초선 의원들이 직접적으로 당 지도부의 지휘 기조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4·15 총선 이후 180석을 달성하면서 대거 유입된 초선 의원들은 당무회의에서 직접적으로 의견을 노출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 재보선에서 참패 직후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사퇴하자, 초선의원 81명 중 50명이 9일 오전 국회에서 2시간 동안 긴급회의를 갖고 "젊은 초선들이 새로 구성될 당 지도부 선거를 비롯해 대선 도전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이같은 의견은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줄까.
민주당은 오는 16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다.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는 다음달 2일로 정했고, 현재는 '민주주의4.0연구원'을 지휘하고 있는 도종환 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민주주의4.0연구원'이 '부엉이모임'의 후속 싱크탱크인 만큼, 친문(親文) 계파색에 의해 '당 지도부 결정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초선 의원의 목소리가 이대로 묻여버릴 공산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9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종환 위원장이 친문으로 분류되지만, 사실 이는 당내 친문 주류가 그대로 당권을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은 사실상 거부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며 "결국 이번 4·7 재보선의 책임은 당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거부하고, 당권을 확실히 잡고 일정대로 끌고 가겠다는 대내외 천명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즉,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돌출행동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평이다. 초선 의원들의 단체 행동은 국민의힘에서도 나왔다.
4·7 재보선을 승리한 국민의힘에서도 초선 의원 56명이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초선의원 56명은 이날 "우리 당이 결코 잘해서 거둔 승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번 승리에 취하지 않고 당을 개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면서 "자리 혹은 의원 생명 연장에 연연 않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대의를 위해 당당히 용기와 소신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 역시 '찻잔 밖 돌풍'보다는 '찻잔' 속에 머무를 것이라는 평이다. 여야 모두의 관심이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로 향하고 있어서다.
지난 8일 저녁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차기 지도부 구성에 따라 당내 역학관계가 크게 바뀔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역시 '전당대회'가 향후 당 개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보선을 승리로 이끈 김종인 위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당권 경쟁'이 예고되는 모양새다. 오는 5월 치러질 전당대회에 앞서, 벌써부터 '집단 지도체제' 등이 전직 중진급 의원들을 통해 거론되면서다.
유승민·김무성 전 의원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현대빌딩에서 '마포포럼(더 좋은 세상으로)' 세미나를 열고 "집단 지도체제를 구성하면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목소리를 내놨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초선 의원들의 의견은 여야 모두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찻잔' 속에 머물 것이라는 결론으로 향한다.
한편, 이번 4·7 재보선 이후 선거는 '2022년 대통령 선거'다. 대선에 앞서 여야는 모두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당권 경쟁'에 몰입할 것으로 보인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