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13일 국가정보원(원장 김규현)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해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故이대준 씨에 대한 북한군의 총격 사건과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관한 진실을 들여다보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정보기관의 지휘봉을 잡았던 서훈·박지원 前 국정원장에 대한 두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서훈·박지원 전 원장과 두 사건 간 공통 핵심 쟁점은 ▲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실제 의사에 반하는 외압 행사 지시 여부 ▲ 정부의 자진 월북 및 북송 희망 의사 조작 발표 외압 행사 여부 ▲ 특수 정보(SI) 기록 무단 삭제 및 관여 여부 등이다.
그러자 박 전 원장은 계속 언론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7일 CBS라디오)"라고 말했고 서훈 전 원장도 입장문을 통해 "원칙에 어긋남없이 최선을 다했다(6월27일)"라고 전했다.
하지만 <펜앤드마이크> 취재 결과, 두 사람 모두 위 세가지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즉, 두 사건을 지휘한 인물이라는 점이 현행법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데다 그 위계의 정점에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는 논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는 현행법과 전직 고위 정보관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된다.
#1. 통일부·외교부·국방부 업무 조정은 국정원?···핵심은 '정보활동기본지침'
우선, 국가정보원법 제4조(직무)에 따르면, 국정원은 '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에 관한 직무를 수행한다. 국정원장은 이를 위해 '정보활동기본지침'을 수립하며 국회 정보위원회가 통제한다.
현행 '정보및보안업무기획·조정규정'을 보면, 국정원법에 의거한 동규정 제3조를 통해 국가정보·보안업무에 관한 정책의 수립 등 기획과 통합조정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각 정보수사기관과 행정기관 업무를 조정한는 역할도 맡게 되는데, 그 대상으로 외교부·통일부·국방부·해양수산부에 이어 법무부까지도 포함된다. 국가안보에 중대 영향을 미치는 주요사안일 경우 국정원장이 직접 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게 관건. 중요 국가안보 현안 발생시 이를 탐지·식별·채증한 기관에 의해 단독 일처리가 아닌, 국정원 조정하에 복수 추진된다.
2020년 9월22일 故이대준 씨 사건은 국방부가 대북감청정보(SI)를 통해 탐지했고, 문재인 청와대는 이틀 후인 24일 서훈 당시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이때 국정원장이 국방부·외교부·통일부 간 업무분장을 조정하는 위치가 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펜앤드마이크>에 "안보부서간 협력시 국정원 조정 권한에 맞춰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정보기획규정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과정에서도, 국정원(당시 서훈 원장)이 부서간 업무조정에 직접 나섰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북한 어민들은 국방부(JSA경비대대)에 의해 인계됐고, 이들의 북송 과정에서 경찰특공대(행정안전부, 경찰청)까지 연루됐다. 북한 주민이 타고 왔던 선박과 선원복 등은 나포 당일(2019년 11월2일) 국정원 요청으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소독처리했다. 적어도 3개 기관이 연루돼 있고, 그 중심에 국정원이 있다는 점에서 그 핵심 인물로 서훈·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목되는 것이다.
여기서 의혹의 칼끝이 서훈·박지원 전 국정원장으로 향하게 되는 또다른 결정적 근거는, 바로 '정보및보안업무기획·조정규정' 제4조(기획업무의 범위)에 기반한다.
#2. 국방부가 만든 SI 보고서, 서훈·박지원이 얼마나 만졌는지 규명하는 게 관건
정보기획규정 제4조에서 국정원장은 '국가 정보목표 우선순위'를 작성해야 한다. '국가정보목표 우선순위(Priority of National Intelligence Objectives·PNIO)'라 함은, 국정원의 국가안보정책 수립과 실행에 관한 모든 첩보 수집 및 정보가공생산을 위한 정책지침이다.
국정원으로부터 해당 지침을 하달받은 각 부문별 정보기관은 '특별첩보요구보고(Special Requirement Intelligence Report, SRIR)를 제공해야 하는데, 최일선 감시 부서인 해경과 국방부는, 두 사건 탐지 과정에서 국정원에 해당 보고서를 내야만 한다. SRIR 자체가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에 쓰는 일종의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최근 국방부에서 'SI 원본 삭제 논란'으로 비화됐고, 박지원 전 원장은 스스로 "왜 그런짓을 하겠느냐"라고 우기는 것이다. 지난 6일, 국정원은 박 전 원장에 대해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2019년 탈북 어민 사건 당시 통일부(김연철 장관)는 "국민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므로 추방한다"라는 입장이었는데, 여러 부서들이 연루된 상황에서 국정원이 방향타를 잡았을 경우, 왜 다른 탈북자 대응 사건과는 별개로 일사천리로 북송처리했느냐는 것도 의혹 대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SRIR을 가공했을 여러 부서간 조정과정에서 서훈 전 국정원장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서훈 원장)에 의해 통일부 뭉개기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11일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에 따르면 "2019년 11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보고 당시 통일부가 '북한 선원들이 (자신들에 대한)보호 요청 취지를 서면 작성해 제출했다'라는 내용을 국회에 보고했다"라고 말했는데, 김연철 통일부 당시 장관의 이야기와 말이 다르다는 점도 의문이다. 이에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사건을 종합한 정부 보고서에 (바뀌게 되는 경위가)소상히 나와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서훈·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앞서 언급한 ▲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실제 의사에 반하는 외압 행사 지시 여부 ▲ 정부의 자진 월북 및 북송 희망 의사 조작 발표 외압 행사 여부 ▲ 특수 정보(SI) 기록 무단 삭제 및 관여 여부 등 3가지 의혹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국정원법 제2조에 따라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대통령의 지시·감독을 받는다고 명시돼 있어 결국 이 모든 의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는 점도 암시된다.
한편, 지난 13일 대통령실(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통일부(권영세 장관)가 공개한 탈북 어민 북송 사진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헌법을 위반한 반(反)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로, 진상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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