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故이대준 씨 피살 사건으로 국가정보원(원장 김규현)으로부터 고발당한 박지원 前 국정원장이 19일 언론에 나와 현안정치에 대해 비속어섞인 논평을 쏟아냈다.
피고발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전직 정보당국 수장으로 언론에 등장해 끊임없이 정치논평을 하는 모습을 보이던 중 급기야 집권여당 실세를 향해 "싸가지 없다"라는 비속어를 쓴 것.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당대표 직무대행 겸직)를 향해 "어떻게 그렇게 말끝마다 싸가지 없이 해가지고 국민들을 화나게 만드느냐"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발언이 '싸가지가 없이' 들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서 박 전 원장은 "그러니까 (윤석열 대통령의)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지원 전 원장이 집권여당 대표격 인사를 향해 '싸가지 없이 말했다'라고 평가한 일련의 배경으로는, 최근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의 강릉 지인 아들 추천 채용건에 대한 반응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권 원내대표는 "7급(행정요원)에 넣어줄 줄 알았더니 9급에 넣었다"라고 말했었다.
박 전 원장이 이날 인터뷰에서 두차례나 '싸가지' 발언을 하자, 진행자가 "그 표현은 제가 뭐라고 순화해야 되느냐"라며 난감하다는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결국 방송 이후 TBS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인터뷰 전문상에 박 전 원장의 '싸가지' 발언은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정보기관으로부터 국가정보원법위반(직권남용죄)·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로 고발당한 것도 모자라 검찰로부터 출국금지까지 당한 피고발인 언론을 통해 연일 정치논평을 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보기관 수장을 지낸 박 전 원장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정치관여 행태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박 전 원장은 지난해 6월 국정원 설립 60주년을 맞이한 그달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신영복 글씨체가 새겨진 원훈석(院訓石)을 국정원 경내 중앙에 들여다 놔 직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故신영복 씨는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밝힌 인물이다.
지난달 10일, 박지원 전 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서는 "국정원에서 정치인·기업인·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들을 존안 자료, X파일을 만들어 보관 중"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정원은 곧장 박 전 원장에 대해 유감 성명을 밝히기에 이른다.
아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로부터 "우리 원장님이 (의혹 보도를)원했던 날짜가 아니었다"라고 말한 당사자였다.
그 전달인 지난해 8월3일,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론을 언급하기도 했었다.
이같은 행태는 '정치적 중립성'을 가장 많이 요구받는 정보기관 수장 본연의 모습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 전직모임인 양지회 회원 일동은 지난달 15일 <펜앤드마이크> 등을 통해 박 전 원장에 대해 '정보기관을 정략적으로 악용말라'는 내용이 담긴 규탄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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