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북한 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 "자료 삭제 지시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정면반박에 나섰다. [사진=jtbc 캡처]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jtbc 캡처]

이처럼 전면부인을 하는 와중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에 의해 구조된 정황이었다”는 발언까지 해서 또 다른 파문을 낳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맹신을 드러내면서 이를 책임회피의 논리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노영민·박지원·서훈 등 기자회견에서 ‘서해 공무원 월북몰이’의혹 전면 부인

노 전 실장은 "청와대는 정보를 생산하는 기관이 아니라 생산된 정보와 첩보를 보고받는 곳"이라며 "청와대가 정보나 첩보를 생산 기관에 삭제하거나 수정하라는 지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제가 아는 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저는 대통령 청와대 안보실로부터 자료를 삭제하라는 어떤 지시도 받은 적이 없고 국정원 직원에게 제가 삭제를 지시한 것도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국정원 고발, 감사원의 감사, 검찰의 수사 등을 해서 삭제할 수도 없는, 삭제하지도 않았고, 삭제해도 남는 자료를 삭제했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삭제를 지시한 적도 없지만 설사 지시했다 해도 국정원 직원들은 이러한 지시를 따를 만큼 타락한 바보들이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개혁된 국정원 지우려는 시도에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서 전 원장은 "지금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긴박하고 제한된 여건과 상황 속에서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근거 없이 월북으로 몰아간 적도, 그럴 이유도 실익도 없다. 자료 삭제 지시도 없었다. 국민의 생명과 명예를 놓고 근거 없는 조작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사건 당일 장관회의 멤버들, “북한에 의해 구조되는 정황 확인” 주장... 권성동, “충격적 인식” 비판

노영민 전 실장, 박지원 전 원장, 서훈 전 실장,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 등의 명의로 작성된 5700자가 넘는 기자회견문에는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북한 어민 북송사건에 대한 상세한 해명이 담겼다.

회견문은 “2020년 9월 22일 실종자가 북측 수역에서 발견된 당시에는 생명을 위협받는 위기상황이 아니었다. 오히려 실종 후 상당 시간이 경과해 생사가 우려되던 상황에서 북한에 의해 발견되고 구조가 되는 정황이 확인된 것”이라며 “안보실 핵심 관계자들은 즉각 이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북한군에 의해 이대준씨가 사살되고 불태워진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안보라인이 ‘북한에 의한 구조’ 정황을 언급한 것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에 의해 사살됐는데 이제와서 ‘구조’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 자체가 도를 넘어선 ‘사실 왜곡’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7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jtbc 캡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7일 오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jtbc 캡처]

이와 관련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말 충격적인 것은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 해상에서 발견되었을 때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인식 자체"라며 "북한에 대한 망상적 신뢰와 맹신이야말로 지난 5년간 보여준 대북 굴욕 외교의 근본적 병폐"라고 강력 비판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 “정부가 북한의 구조를 한가하게 기대하는 가운데 비극 발생”

여권은 이들의 전면부인 작전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고(故) 이대준씨에 대한 명예살인을 또다시 확인 사살한 것이며, 유족에게는 2차 가해를 넘어 3·4차 가해한 잔인한 시간이었다"면서 "정부가 북한의 구조를 한가하게 기대하는 가운데 모든 국민이 예상할 수 있는 비극은 여지없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것에 대한 문재인 정권은 이루말 할 수 없는 허탈감을 느꼈겠지만, 이를 수습하기 위해 '월북몰이'를 하면서 '명예살인'까지 해서는 안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나선 책임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자의적·선택적으로 짜 맞추면서 사건을 왜곡·재단하려 한다'고 하지만, 스스로 과거에 진실을 왜곡·재단하려 하지 않았나 먼저 물으라"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 “어업지도선엔 한자 쓰인 구명조끼 없어, 월북 증거 안돼”

고 이대진씨가 사망 직전 착용했던 ‘한자가 쓰인 조끼’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첩보 삭제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박 전 원장 주장에 대해 “군대적 상명하복 조직인 국정원에서 원장 지시 없이 삭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 의원은 서 전 실장에 대해서도 “문 전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본인이 좀 더 강력하게 거짓말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SI(특별 취급 기밀정보)에 나오는 ‘월북’은 북한군 말이지 월북 증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하 의원은 당시 월북의 증거로 제시된 ‘구명조끼’와 관련해 박 전 원장의 주장을 뒤집었다. 하 의원에 앞서 해당프로그램에 출연한 박 전 원장은 ‘이대준씨가 타고 있었던 배가 어업지도선으로,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 때문에 중국 어선에 올라갔다가 한자가 써 있는 구명조끼를 입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CBS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한자 구명조끼’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사진=CBS유튜브 캡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CBS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한자 구명조끼’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하 의원은 “어업지도선 안 타본 분들(의 주장)”이라며, “어업지도선 여러 번 타봤는데 한자로 된 구명조끼는 없고, 있다는 말도 못 들어봤다”고 일축했다.

하 의원은 이대준씨가 입고 있던 한자 조끼는 이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나온 조끼가 아니라는 점에서, 월북의 증거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태경, “한자 구명조끼는 북한 배 혹은 중국 배에서 줬을 것”

‘한자 구명 조끼가 우리 배에 없는 게 확실하다면, 이씨가 중국 배에 탔다가 다시 바다로 뛰어내렸다는 얘기인가, 이해가 안 간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하 의원은 ‘구명조끼’와 관련해 두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자 구명조끼가 있는 배는 중국 배 아니면, 북한 배라는 것이다. 북한 자체에서 구명조끼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구명조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북한에서 우리한테 보낸 사과 통지문에 따르면, 북한의 어선이 이씨를 최초로 발견했다고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배에서 구명조끼를 이씨에게 던져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 의원은 분석했다.

또다른 가능성은 ‘북한의 어선에서 처음에 구해줬다가 코로나 때문에 배에 태우면 안 된다라는 지침을 받고 바다로 다시 내려보냈을 가능성’이다.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태울 수는 없지만, 그냥 내려보낼 수는 없으니까 부유물과 구명조끼를 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붕대 치료’도 ‘월북’으로 조작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계획적으로 뛰어들었다면 붕대를 감을 만한 상처가 크게 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실족했기 때문에 생긴 상처에 붕대를 감았다는 설명이다.

고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 “강력하게 죄를 물을 것”이라고 성토

노 전 비서실장, 박 전 국정원장, 서 전 안보실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서해 피격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는 2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후안무치한 사람들’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진실이 밝혀졌든 밝혀지지 않았든, 국정 책임이 있는 고위직에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자기항변만 하느냐”며 “강력하게 죄를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I(특별 취급 기밀정보) 첩보의 ‘월북’이란 단어 하나만 가지고 월북으로 몰아가는데, 어떻게 확실한 물증이나 직접 증거도 없이 월북으로 몰아가느냐”며 “기자회견에 간다면 ‘당신들 혹시 빚 있느냐, 빚 있으면 당신도 월북할 거냐’고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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