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나라’는 세월호 사태 이후 박근혜를 비꼬며 문재인이 내세운 구호이다. 사고나 재난으로 죽는 사람이 하나도 없게 하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그는 이미 실패했다. 그는 진정한 안전이 무엇인지를 모르는듯하다. 우리가 핵사(核死) 위협을 어찌 해결할지는 이제 완전히 불확실해졌다. 밑도 없이 퇴락한 경제는 수십 년 이래 가장 불안한 상태에 몰려있다. 근본적 측면에서 우린 훨씬 불안전해져 있다. 문 정권은 박근혜 정부보다 더 안전함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사회 근원의 안전은 간과한 채 코로나 환자 수 통제와 같은 유형적
우파 정당 비판을 넘어 길을 제시할 때에 대략 우리는 멈칫거린다. 어디에서 답을 찾을지 너무 난감한 것이 지금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제 임박한 총선 앞에서 큰 방향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은 그런 담론을 낼 때이다. 한국의 정치 민주주의 평가는 세계 25위 이내쯤이나 그건 총괄적 평가일뿐이다. 정당 내부의 ‘공천’의 비민주성 국면은 수십 년 정치발전에도 불구하고 남은 최악의 병리이다.그렇다고 당장 오픈 프라이머리나 코커스를 적용하기에는 정당원의 정체성이 취약하다. 여야를 떠나 공천 심사위(혹은 관리위)가 차지하는 역할은
미국 연방정부에는 법무부장관 외에 한국식의 검찰총장이라는 직책이 따로 없다. 법무부장관(secretary of justice)이 모든 국민의 법적 권리를 지키는 최고 변호사(Attorney General), 곧 검찰총장 직위를 갖는다. 영국은 외견상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임명·감독하는 위계를 띠지만 실제로는 검찰총장이 내각이나 정파로부터 독립되어 권한을 행사한다.법무부장관이 있고 그 아래 검찰 업무의 총수인 검찰총장이 따로 있는 것이 한국이다. 검찰총장은 검찰의 수장으로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중앙부처 소속 외청 중 유일하게 청장이
법의 실질적 내용이 정당한가보다 그 입법 절차가 합법적인가를 중시하는 것이 법실증주의다. 이에 의하면 법을 만들 권력이 있는 자들은 어떤 내용의 법도 창설할 수 있고 이 법의 해석도 그들이 좌우한다. 곧 '악법도 법'이 된다.이런 위험을 켈젠(Hans Kelsen) 같은 법실증주의자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법의 일반성(generality)에 더 주목하였다. 비록 법을 만든 세력이 자의적인 내용의 법을 만들어 그 정당성에 문제가 있을지라도 국민 일반에게 차별없이 평등하게 적용한다면 그것으로 개인의
놀라왔다. 조국(曺國) 가족의 입학 비위혐의로 가장 큰 오명을 얻은 대학에서 진실 규명이나 정보 공개 및 신속한 해결 조치를 촉구하기는커녕 ‘조국옹호’의 서명자들을 모으고 있었다. 수 천 명 지식인이 가담했단다. 그럼에도, 이미 정당성을 상실한 조국을 지지한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웠는지 최종 슬로건은 조국옹호가 아니라 사법개혁이라고 변명하였다. 그게 그 말이긴 하지만. 자기 측의 지지자로 동원된 사람 수가 많다는 것으로 상대를 이기려 하는 건 민주주의를 중공군 인해전술 전략쯤으로 보는 사고 틀과 무관하지 않다.군중의 숫자 면에선 늘 우
1992년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가 좌파와의 역사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그 직후 저술에서는 이제 ‘이념’보다는 유일한 승자인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체제 지속을 위한 사회 구성원 간 ‘신뢰’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하였다. 이런 생각이 널리 펴져있을 때 한국에서 자유 시장경제를 강력하게 표방했던 이명박은 사상 최대의 득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한국에서도 이제 좌파는 전멸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우파 이념이 완승했다는 자기 로망에 빠지더니 국정노선을 이념에서 ‘실용’으로 바꾸었다.‘내가 먼저 이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란 두 이념은 보수를 규정하는 근본 가치이다. 여기에서 정치∙안보∙외교∙교육∙산업∙문화 등에서 구체적 정책들이 연역된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현재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머뭇거림과 혼란이 있다. 그들은 이 가치를 선명하게 표방할 경우 중도층의 지지를 잃을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 이 때문에 황교안 체제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이 근본 가치를 선명히 주창하기보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들에 대한 편린적 비판들에 머무르고 있다.그들은 암묵적으로 고전적 ‘중위투표자 정리’(median voter theorm)에 사로잡혀 있다. 정당
과거 노태우(민정당), 김영삼(민주당), 김종필(공화당)이 보수정당 통합을 이루었을 때(1990년) 김대중은 이를 도덕적 타락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김대중도 그 ‘3당통합’의 주역 김종필과 손잡고 연합해 나중에 대통령이 되었다. 김대중 뒤 대통령이 된 노무현은 더 심했다. 그는 정치인들을 평가할 때 정치 순결의 핵심 요소로 삼당통합 참여여부를 한 기준으로 삼았다.촛불 군중혁명 후, 이제 총선을 앞두고 한국 정계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정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및 약간 어색하게 가담한 바른미래당의 정치연합이 만들어졌다. 한국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때 실제로 중시하는 건 대통령의 정책가치 공유와 정책개발 능력이다. 전자는 대통령의 주관적 요소인데 보통은 사전에 충성이 확인된 인물 중 고르므로 한국 대통령제에서 이게 문제된 경우는 적다. 후자는 부처업무의 지식 및 경험과 관련된 객관적 요소인데 그 정책분야를 제대로 아는가라는 측면이다. 후자는 어느 정부이든 대개 경제장관에는 경제전문가를 앉히고 국방장관 역시 군 출신들에게 맡기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그런데 이 국면이 우리의 사회부총리인 ‘교육부장관’ 임명에서는 어떠한가?좌파 정권 교육부총리들의 특색우리
정부 예산결정에서 예비타당성(‘예타’) 심사는 본격적 타당도 조사의 필요성 여부를 사전에 판단하여 사업 남발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으려는 제도이다. 따라서 관련 부처가 수행하던 기존의 타당성 조사와는 달리 기재부가 수행한다. 비용편익분석을 중심으로 한 경제성 분석과, 형평성•정치성을 고려하는 정책적 분석이 중요 내용이 된다. 이 두 결과를 총괄하는 종합평가에서 사업의 예비 타당성이 판정된다.일정 규모이상의 사업(총사업비 500억 이상이고 국가 재정 지원이 300억 이상인 신규 사업으로 건설공사를 포함되거나 사회복지, 보건, 노동,
한국에서 자주, 곧 반미와 미군철수의 주장은 두 가지 맥락에서 나타났다. 첫째는 얼치기 좌파가 주장하는 경우이다. 한국이 미군을 철수하라 요구해도 미국은 자신의 이익 때문에 철수하지 못할 것이니 미군철수를 주장하여 대미 경제 이익 협상의 수단적 카드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들의 속마음은 진정한 미군철수까지는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반미쯤 하면 어때’라 떠들었지만 그들은 어느 정도 합리적 결정으로 귀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는 북측과 똑같은 가치 및 이익 구조를 가진 진성 좌파 정권이 미군철수를 진정으로 바라는 경우이다. 즉 미
‘버전(version) 2.0’은 기존 프로그램의 결함을 보완해 출시되는 제품이다. 이 정부의 경제팀 교체가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고 대통령에 대한 반대가 지지보다 많아진 채 새해로 넘어가는 이 시점이다. 이 정부의 국정 기조 중 가장 중요한 안보와 경제의 참담한 실패를 보면 단지 그 버전을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전면 폐기되어야 한다.우선, 안보 실패는 방위력 약화의 차원이 아니라 표적을 상실하고 허무 상태에 빠진 수준이다. 2018년 초 김정은의 신년사 한마디로 이 나라 대통령이 깜박 죽어, 흥분과 환상 속으로 일 년 내내 나라를 끌
이문열이 기독교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겁 없이 쓸 수 있었다고 자평했던 『사람의 아들』은 가진 자로부터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는 사회주의라는 환상이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큰 미혹임을 보여준다. 한국계 미국작가 리처드 김(김은국)의 소설 『순교자』는 노벨문학상후보로 올랐던 소설이다. 6.25직전 평양, 공산당의 10명의 목사 학살이라는 플롯에서 목회자가 그리스도 복음을 위해 진정 순교한다는 의미를 묻고 있다. 북핵은 이제 정치, 경제, 군사, 교육, 문화를 넘어 신앙의 영역에 있는 사람도 굴복시키고 마침내 기독교 지도자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경인운하(아라뱃길) 건설정책은 정책 타당성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정부정책의 타당성 평가는 비용과 편익을 저울질한다. 예컨대, 100억을 들여 만든 사업이 110억의 효과를 낳으면 그 비용편익 비율(효과/비용)은 1.1이 되고, 반대로 그 돈 들여 얻은 효과가 90억에 불과하다면 그 비율은 0.9가 된다. 경인아라뱃길은 그 비율이 1보다 낮은 사업성에도 불구하고 추진되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 정책결정이 타당성이 있으려면 편익/비용 비율이 1보다 커야한다.그런데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 특수한
한 단어의 발명이 위대한 업적으로 인정받아야 할 때가 있다. 주시경 선생이 ‘한글’이란 말을 창안하고서야 세종의 문자들은 제 의미로 불리어졌다. 소파 방정환 선생의 최대 공로는 유소년을 기리는 날을 정한 것보다는 ‘어린이’란 말을 만든 것이리라. 언론이 사회 타락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목도한 우리 사회가 ‘기레기’란 단어를 발명한 것은 위대한 각성이다.처음엔 그게 ‘기러기’(雁)를 우습게 지칭하며, 아내와 함께 자녀를 조기 유학 보내고 돈 보내느라 고생하다 자살하는 기러기 아빠를 비하하는 말쯤으로 알았다. 언론의 자유는 우리가 오
냉전 시절 모스크바 붉은 광장 국제노동절. 세계 최강을 과시하려는 최신 무기들의 퍼레이드를 공산당 서기장을 비롯한 당 간부들이 높은 단 위에서 만족스럽게 내려 보고 있다. 서방을 압도할 가공할 미사일, 탱크 등의 최신무기들이 거의 다 지나간다. 그런데 행렬 끝에 작은 트럭이 따르는데 그 안에 세 명의 중년 남자들이 타고 있었다. 서기장은 내려 보며 ‘저들은 대체 뭐요?’라고 묻는다. 국방상이 정색을 하며 답한다. ‘서기장 각하, 그들은 경제학자들입니다. 그들은 상상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어대 최광 교수의 경제학
소비자는 합리적이고자 하는 유인이 있다. 비합리적인 소비 후 들인 돈과 구입한 제품을 비교해 보면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투표자들은 그렇지 않다. 개개의 투표자들의 표가 과반수 지지를 얻어 정책으로 실현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와는 달리 투표자는 자신의 선택 행위와 결과 실현의 인과성이 약하다. 이 때 투표자는 선택의 결과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belief)을 고수함 자체에서 효용을 찾으려 한다. 원전 반대가 실제 원전 폐쇄로 이어져 거기서 효용을 얻기 보다는 원전 반대를 표시하는 행위 자체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 ‘난
우리 말 중 가장 잘못 쓰이는 단어 중 하나는 ‘스텐’이란 금속 이름이다. 실은 녹이 슬지 않는다는 뜻인 스텐리스(stainless)를 한국어에 가장 많은 두 글자 말로 줄이다보니 본래 뜻과는 정반대 의미인 스텐(stain) 즉 '녹슨 금속'이 되어 버린 것이다. 부적합한 정도를 넘어 아예 정반대의 개념이 차용되는 것. 보수 정당 한국자유당의 비대위 인물로 거론된다는 후보자들 이름을 들으며 느끼는 당혹감이 바로 이런 것이다.노무현 정부의 핵심으로 부총리 및 정책실장 출신의 소위 ‘세금폭탄론’자 김병준, 박근혜 탄핵 주
경제 위기를 겪으면 대통령들의 경제 독해력에 관한 슬픈 우스개들이 유행했었다. 한 대통령이 수행원들을 대동하여 외국으로 비행 중일 때 폭풍을 만났단다. 기내 경고 신호등이 깜박거리더니 기장이 방송으로 기상 정보가 왔는데 곧 폭풍이 온다니 안전벨트를 매라는 방송을 보냈다. 잠시 후 비행기는 심하게 요동쳤고 승객들은 고생을 했다. 한참 후 다시 이런 사태가 이어지자 대통령은 멀미를 했다. 이런 소동이 몇 번 반복되자 얼굴이 벌개 진 대통령이 조종사를 불렀다. ‘니가 기내에 경고 신호등을 켜고 나면 폭풍이 꼭 오니 다시는 경고등을 켜지
한반도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및 주한미군 철수는 중국이 북한에 주둔하고 있지 않은 것 및 북중 군사 훈련이 없는 현실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 믿는 것은 정확한 판단이 아니다. 한미 군사훈련 및 미군철수는 남북 평화 공존이 아니라 공산당이 지배하는 북-중 연합체 및 중국패권주의 지배 환경 밑에 들어가는 것이다. 한반도로선 그게 디폴트 상태이기 때문이다.지금 트럼프는 북한 상대의 게임에서 분명 주도권을 쥐고 있다. 북의 모호하고도 공교한 어휘들에 대해 질박한 정공법으로 맞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PV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