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범 칼럼] '국가의 적(敵)'에 대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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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1.27 11:35:30
  • 최종수정 2020.01.2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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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 장관, 총리가 합세하고 집권당이 합세해 죽이려는 유일한 사람...어느새 윤석열은 '국가의 적'이 되어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우리가 좌파 공안세력의 앞잡이쯤이라 여겼던 그를 성원하게 될 줄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2021년 7월 임기 만료 때까지 이 정부의 악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실효 권력이다"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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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에는 법무부장관 외에 한국식의 검찰총장이라는 직책이 따로 없다. 법무부장관(secretary of justice)이 모든 국민의 법적 권리를 지키는 최고 변호사(Attorney General), 곧 검찰총장 직위를 갖는다. 영국은 외견상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임명·감독하는 위계를 띠지만 실제로는 검찰총장이 내각이나 정파로부터 독립되어 권한을 행사한다.

법무부장관이 있고 그 아래 검찰 업무의 총수인 검찰총장이 따로 있는 것이 한국이다. 검찰총장은 검찰의 수장으로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중앙부처 소속 외청 중 유일하게 청장이 장관급으로 인정받는 직위이다. 그러나 총장은 검찰의 수장이면서도 검찰청에 대한 예산편성권, 인사권이 없다. 이러한 체제에서 늘 문제가 되는 것이 장관이 수사 및 기소에 관해 검사에게 간섭을 하는 경우이다. 이를 막고자 현행 법제는 장관은 일선 검사의 수사 및 기소를 직접 지휘할 수 없고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가 아니라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게 하였다.

또 검찰총장에게 2년 임기를 보장해 주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정치적 외풍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검찰총장에게 2년 임기제가 시행된 후 현재까지 나온 21명 총장들 중 임기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8인에 불과하다. 대개는 법무부장관이나 청와대의 부당한 간섭에 맞서다 임기도 못 채우고 사퇴하였다. 이번 사태에서 두드러진 점은 대통령이 조직편성권, 인사권을 핑계로 검찰총장을 적나라하게 압박한 경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에 '살아있는 권력' 곧 청와대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하라고 멋져 보이는 요구를 한 바있다. 그러나 정작 청와대를 향해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진행되자 이를 막고자 부랴부랴 취한 조치가 직제 개편 및 후속 인사권 행사이다. 이는 현행 검찰청법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위반한 것이다. 직제 개편 및 인사권 행사가 가해진 시간적 근접성을 감안하면 그것은 검찰총장에 대통령의 명백한 간섭이다.

‘직제’란 행정조직의 편제를 말하고 그걸 바꾸면 당연히 조직구조도 달라진다. 대개 국(局) 수준 이상의 개편은 대통령령으로, 그보다 낮은 수준의 조직 개편은 장관의 부령으로 직제를 바꾼다. 이번에는 ‘대통령령’ 개정 방식을 취했다. 그리고는 그에 따라 달라진 검찰 조직 직책들에 대한 인사배치를 빙자하여 윤석열의 검찰조직 라인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겉으로는 법령이 달라져 수사부서의 축소·조정 및 형사·공판부의 확대가 불가피함을 내세웠지만 그 본질은 바로 윤석열 죽이기.

그런데 거기에 동원된 정치 기술들은 무척 조악했다. 우선 대통령이 검찰총장 앞에서 면박을 가하는 식의 압박은 공직자에 대한 기본 예의마저 무시한 것이었다. 한때 정당 대표까지 한 추미애를 고용하더니 윤석열의 부하들을 가히 유배상태로 흩어버렸다. 알고 보니 법무부장관의 미션은 오직 검찰총장 무력화.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동원해 검찰청 직제를 바꾸었는데 이는 작년에 직제를 바꾼 지 넉 달만에 다시 바꾸는 무리한 것이다. 이제 완전히 다른 조직으로 바꾸고는 인사권 행사로 윤석열의 손발을 잘라 버렸다. 거기에 더해 국회수장까지 한 사람으로 행정부에 고용되어 국회가 대통령의 하위조직임을 스스로 보여준 정세균 총리에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검찰개편의 후속 세부 조치들을 철저히 더 추진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는 총리에게 업무 우선순위를 지정한 셈이었다.

대통령 자신이 사법시험 기수까지 파괴하며 그를 검찰총장에 앉힌 지 몇 달만에 이젠 그를 못 죽여 저리 안달이다. 그게 잘못된 임명이었다면 부적합한 임명을 한 대통령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고, 자신의 임명에 문제가 없다면 검찰을 방해하는 살아있는 권력 노릇을 더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제 손으로 검찰총장을 뽑았다 몇 달 만에 죽이고자 진력하는 이 국면에 온 국민이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나 이 정권이 윤석열을 해임하는 것도 탄핵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를 몰아내는 유일한 길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욕보여 스스로 사퇴하도록 몰아가는 것.

현직 대통령, 정당의 전직 대표이자 현 장관, 전직 입법부 수장이며 현직 총리가 합세하고 현 집권당이 합세해 죽이려는 유일한 사람. 어느새 윤석열은 ‘국가의 적’이 되어 있다. 이렇게 하면서까지 이 정권이 지키려는 것은 무엇인가? 혹, 조국의 부활 기획인가, 아니면 경천동지의 놀라운 비리인가? 그러나 사울이 다윗을 죽이고자 온갖 박해를 가할 때마다 다윗은 더 큰 인물이 되었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죽이려는 ‘윤석열’은 무엇이 될 것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우리가 좌파 공안세력의 앞잡이쯤이라 여겼던 그를 성원하게 될 줄은. 그러나, 야당은 무력함에 더해 어지러운 개편 구도로 제 한 몸 공천받아 당선되기에 매진하느라 지리멸렬한 상태이고, 언론은 여전히 좌파가 장악하고 있고, 집권자들이 오히려 국정 파괴 주역이 되어 있는 게 오늘의 공직사회이다. 따라서 지금 윤석열 검찰총장은 2021년 7월 임기 만료 때까지 이 정부의 악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실효 권력이다. 윤석열은 절대 사퇴하지 말라. 악마는 바로 네 앞에 있다. 문재인마저 넘어가라.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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