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범 칼럼] 보복할 줄 아는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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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9.12 05:51:37
  • 최종수정 2019.09.1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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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은 경제 실패, 외교 아노미, 안보의 자멸에 부끄러워하지 않는다...이념전쟁의 자신감 때문
싸우는 전략 바꿔야 하는 보수---좌파 정책들 뒤엎고 失政한 좌파 대통령 감옥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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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가 좌파와의 역사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그 직후 저술에서는 이제 ‘이념’보다는 유일한 승자인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체제 지속을 위한 사회 구성원 간 ‘신뢰’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하였다. 이런 생각이 널리 펴져있을 때 한국에서 자유 시장경제를 강력하게 표방했던 이명박은 사상 최대의 득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한국에서도 이제 좌파는 전멸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우파 이념이 완승했다는 자기 로망에 빠지더니 국정노선을 이념에서 ‘실용’으로 바꾸었다.

‘내가 먼저 이념 포기했으니 너도 아마 그러하리라’고 본 것은 선량한 이명박 장로의 헤픈 여유였다. 이명박 진영이 과연 진정한 자유주의 보수인가는 차치하고 칼 슈미트가 말한 정치의 출발 개념인 피아(彼我)의 구분을 포기했던 그들은 수년 후 이명박 자신이 좌파 정권에 의해 투옥되는 값을 치른다. 만신창이로 얻어맞은 보수가 지금쯤은 뼈저리게 배웠을 것이다. 정치란 선(善)의 호혜가 아니라 악(惡)의 경쟁이며 거기선 목사와 시인은 반드시 패하고 악인과 상놈만이 이긴다는 걸.

문재인 정권은 정치의 냉정한 마키아벨리즘에 더 충실했다. 좌파는 이명박 정부의 이념적 태만 앞에서 스스로 ‘폐족’이라 칭하며 연민을 구하며 몸을 낮추어 생존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무뇌아적 로망이나 어설픈 관용으로 좌파를 다루거나 무채색의 실용주의 사업들에 몰두하면 그 결과는 반드시 좌파에게 패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들은 박근혜 정부가 취임 이래 보수이념에 불성실했고, 안보주의와 좌파식 경제민주화를 뒤섞은 가치 모순에 빠져 있음을 공격 지점으로 삼았다. 마침내 거대한 기획으로 촛불 인민혁명을 통해 권력을 잡았다. 그 다음은 우리가 목도하는대로 보수를 가장 무자비하게 진멸하고 있다.

그들은 경제의 대실패, 외교의 아노미 및 안보의 자멸쯤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파를 죽이고, 투옥하고, 욕보이는 이념 전쟁 자체가 가장 중요하며 적폐청산, 공정경제는 우파 진멸을 위한 명분일 뿐. 이 정부의 온갖 경제와 안보의 피폐와 무능을 아무리 떠들어 봐도 애초부터 그들에겐 그건 이념전쟁에 비하면 부차적 이슈였었다.

좌파는 본질적으로 기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사회주의적 세상으로 바꾸려는 의식과 목표가 선명한 반면, 우파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반공이라는 디폴트 프리미엄에 몇몇 어설픈 가치들을 엮어 이걸 습관적으로 옹호해 왔다. 그만큼 한국 보수는 자신의 이념을 적극적으로 성취하기보다는 좌파 공격에 대한 방어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제 보수의 상황은 6.25로 공산정권에 점령당한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에 몰려있다. 좌파는 역사 해석은 다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그건 그들이 소수파로 존재할 때의 생존 전략일 뿐. 정작 그들이 권력을 잡자 오직 그들의 해석만을 강요하며 이에 조금이라도 어긋난 해석은 그 휘하 언론과 군중을 동원한 인민재판으로 억압한다. 표현의 자유는 오랜 동안 언론계의 갈망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것이 확보되자 기레기로 세워진 좌파 정부에선 관제 언론사 및 좌파 언론계의 소위 ‘기레기 사대천왕’이 뱉어대는 비꼼 및 욕설들이 곧 여론으로 주조된다. 몇시간 만에 누구를 죽여라 살려라라는 수십만의 여론도 만들어낸다. 더러운 왕(드루킹)은 과연 한 명뿐이었을까? 권위주의 시대 언론 검열보다 우리는 지금 더 자유로운 표현을 누리는가. 불량하고 너절한 외관에 무소불위의 교만이 극에 달한 기레기 깡패의 언론 독점보다야 정갈한 군복을 입고 그 상급기관에 대해 책임을 지면서 도덕적 열등감을 나름 지니고 있던 독재시절 검열관의 언론 규제가 차라리 더 낫지 않았을까.

이런 상황에서 이제 보수도 싸우는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수비자가 아니라 공격할 줄 아는 보수. 사천왕상은 발길질 한번으로 즉각 무너진다. 보수도 그 정도 광포함도 배우자. 이념 혹은 작은 이익 하나 위해 불법 농성을 벌이고 폭력을 휘두르고 자해하며 심지어 분신까지 하는 방식은 왜 반드시 좌파의 전유물이어야 하나. 좌파의 광포함의 꼭 절반 정도를 보수는 따라 할 수 없을까? 문재인의 최악의 인사 폭정에 홀로 삭발로 맞선 여성 국회의원의 용단이 그나마 보수측의 유일한 저항인가? 애잔한 감동을 주긴 하나 의로운 광포의 분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행동으로 저항하는 것은 좌파 운동의 전유물이며 자유민주, 시장경제, 법치주의 이념은 우아한 논변, 법안 및 저술로만 갈파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우린 이념 전쟁에서 이미 패한 것이다. 또 다른 6.25 전쟁이 나면 지금 보수는 총칼이라고 집어 들 수 있을까? 아마 보수는 김정은 점령 서울에서도 그에 반대하는 ‘성명서’ 서명자들이나 모으고 있지 않을까. 깡패 앞에 교과서 들고 설교하는 자들 말이다. 보수도 미친 좌파 앞에서 충분히 광포해질 수 있어야 한다. ‘자유주의자면서 동시에 사회주의자’의 공격 앞에선 ‘평화적이면서 동시에 의로운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 방어에만 급급해 말고 자유, 시장, 법치를 위해 거칠게 싸울 줄 아는 보수. 대처나 레이건의 승리도 보수가 움추리기보다 좌파를 적극적으로 공격할 때 일어난 열매이다.

더 나아가, 정치실패 및 정책실패를 저지른 정권에 대해 보복할 줄 아는 보수이어야 한다. 말아먹은 경제, 안보, 외교, 교육 및 사회정책 등의 책임을 철저히 추궁하고 그 책임자들을 징책할 수 있는 보수. 이 정부의 좌파정권의 진정한 의미의 ‘적폐’(赤弊)들을 보수는 지금 하나하나 기록해 나가고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제 ‘혁명’은 헌정의 근본이 흔들리는 이 시대에 오히려 한국 보수가 가장 치열하게 구해야 할 변혁인 셈이다. 좌파 세상 뒤집는 것 말이다.

그게 혹 정파들 간 복수혈전의 악순환을 초래할까를 걱정하며 주저하는 그야말로 철없는 꼴통 수구는 좌파의 칼 맛을 좀 더 겪어야 할 것이다. 보수도 좌파의 정책들을 뒤엎고 실정한 좌파 대통령을 감옥에 보낼 수 있으며 그들의 국정 전횡들이 나중에 동일하게 심판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게 만들어 주어, 결국 모든 정파들로 하여금 무법천지의 전횡이 아니라 책임있고 보편적 가치있는 정책으로 수렴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 결과는 애초부터 악인들의 모임인 정치 세계에서 신사협정으로 얻어질 수 없으며, 정파 간의 상호 응징(tit-for-tat)에 의해 서서히 진화되어 나올 뿐이다. 달리 말하면, 좌파가 이미 해 온 방식을 한 타임 뒤 정확히 보수도 그대로 답습하자는 것과 다름 아니다.

군중주의(mobocracy)가 민주주의(democracy)를 참칭하고 촛불이 주권자를 대체하며 기레기가 민의를 자임하고 공익, 공영, 공공, 공동체...곳곳의 공(共)이 개인을 억압하는 정권. 법을 잘 알듯한 변호사 출신의 대통령과 법학교수인 법무부장관이 법과 공정 파괴의 선봉이고 ‘법 아닌 것’(非法)이 곧 법(法)이요, 사회주의가 곧 자유주의로 참칭되는 기형의 나라. 제 자유와 재산이 억압되며 군중과 기레기의 고함이 참된 민주주의를 능멸하는 상황에서 빈주먹이라도 허공에 휘두르지 못하면 정말 개돼지 노예로 여겨질 것이다.

움츠려 방어만 해 왔거나 허술한 로망 비슷한 것들을 들고 전장에 나섰다 좌파에게 비참하게 깨어진 것이 이 시대 한국 보수이다. 정교한 사상은 차치하고 김광균의 시구라도 새겨보자.

‘바람이여/ 화살을 싣고 나를 따르라/ 나도 인제 나의 원수를 찾자’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없다. 보수는 좌파 앞에서 함께 족히 광포해지고, 수비 그만하고 실력 공격에 나서며, 좌악(左惡)에 대해 보복할 줄도 알자. 그럴 때가 꼭 오리니.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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