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범 칼럼] '기레기'와 좌파 권력의 동침
[김행범 칼럼] '기레기'와 좌파 권력의 동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레기들' 80년대 신문 가판원만큼 책임감이라도 있나?
언론이 거짓말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성한 사회가 발명한 단어 '기레기'
권력찬탈에 동조한 후 文정권에서 이익집단으로 변질한 언론...외면하는 시민들
이른바 '가짜뉴스' 사냥의 진짜 타깃은 펜앤드마이크와 극소수 우파 인터넷 방송
'민중독재' '촛불혁명' 빙자해 정론 언론 진멸 시도하는 사람들...부끄럽지 않나?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

한 단어의 발명이 위대한 업적으로 인정받아야 할 때가 있다. 주시경 선생이 ‘한글’이란 말을 창안하고서야 세종의 문자들은 제 의미로 불리어졌다. 소파 방정환 선생의 최대 공로는 유소년을 기리는 날을 정한 것보다는 ‘어린이’란 말을 만든 것이리라. 언론이 사회 타락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목도한 우리 사회가 ‘기레기’란 단어를 발명한 것은 위대한 각성이다.

처음엔 그게 ‘기러기’(雁)를 우습게 지칭하며, 아내와 함께 자녀를 조기 유학 보내고 돈 보내느라 고생하다 자살하는 기러기 아빠를 비하하는 말쯤으로 알았다. 언론의 자유는 우리가 오래 갈망해 온 가치이지만 그 언론이 거짓의 고발자가 아니라 거짓말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유망한 투자 종목이라며 어느 특정 주식을 띄어주는 경제기사 쓴 기자도 실은 그걸 제 주식투자에 악용할 수 있음을 보통 사람들은 잘 수긍하지 못했을 것이다. 언론을 진실과 동의어로 여겨 왔을 것이니.

그러나 탄핵 정국에서 우리가 목도한 것은 진실에 둔감함을 넘어 아예 사실을 구부리고 꺾는 쓰레기 언론인들이었다. 언론은 진실이고 기자를 의인(義人)이라고 여겨준 시민들의 신뢰는 다 무너졌다. 이 추한 언론인을 지칭할 말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이 정권 밑에 기생하는 언론은 바른 언론은커녕 이미 또 다른 ‘이익집단’으로 퇴화해버렸다. 그리하여 새로이 만들어진 지대추구(rent-seeking) 연합의 세 축은 좌파 권력, 사이비 우파 언론 및 좌파 언론이다.

첫째, 공권력을 직접 행사하는 것은 좌경화된 사법부 및 검찰이다. 대통령인 여자를 천박한 창녀나 귀태(鬼胎)로 직접 묘사한 사람들은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으로 보호받았다. 검찰은 좌파 만화가는 불기소 처분하되, 비유로 세평을 그린 우파 작가에게는 중형을 구형하였다. 검찰이 법집행의 공정 대리인은커녕 권력자가 미워하는 사람 벌주기에 앞장서면 충성 완장차고 날뛰는 형조(刑曹) 아전들로 전락한다.

둘째, 우파 코스프레로 자신을 분식하여 그간 자유 민주 시민의 신뢰를 가로 채 먹고 살아온 ‘사이비 우파’ 언론들은 혹 새 정론(正論)이 나타나면 경쟁자로 보고 강력히 공격한다. 제 손쓰기 민망한 상태에서 좌파정치인과 거기에 빌붙은 좌파 언론이 펜앤드마이크(PenN) 죽이기에 나서는 걸 즐겁게 감상한다. 권력 측의 거짓된 통제 명분을 적당히 확산해주는 보도를 하며.

셋째, 좌파 언론은 혹 이 와중에 그들의 연합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모든 우파 인터넷 언론의 단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촘촘하게 간섭해 온다. 왜 이들은 이리 과민할까? 한 마디로 도덕적 열등감 때문이다. 자신들이 진실을 일찌감치 내던져버린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증오로 채우려는 것이다.

언론이 총체적으로 좌파 정치권력과 오늘처럼 깊은 근친 관계에 놓인 경우도 드물다. 촛불 난동의 공범 의식은 그들을 떨어질 수 없도록 굳게 뭉쳐주었다. 입법 사법 행정 시민사회 문화에 언론까지 합하면 새 거버넌스 체제라는 육권분립이 된다. 드디어 언론계는 촛불 난동으로 얻은 권력을 동원해, 기존의 정통 언론인을 쫓아내고 밀어내어 자기네가 원하는 틀로 짜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촛불교(敎)는 이제 국교(國敎)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이 언론이 육권분립체제 촛불교의 전도요원이다. 이것을 일거에 다 갖춘 좌파 혁명의 광포함은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시민들, 심지어 좌파 권력이 기반이던 군중들의 일부마저 그들이 주는 뉴스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은 더 놀라운 일이다. 노조가 완전 점령한 거대 공중파 방송들 및 메이저 신문들이 불신받기 되다니. 옳은 말보다는 다수의 말로 시민의 이성을 마비시키려던 저들로선 당혹해 할만하다. 이래서 나온 게 가짜뉴스 뿌리 뽑겠다는 핑계로 인터넷 언론을 손보겠다는 거다.

표적 사살임을 숨기느라 에둘러 말하지만 쉽게 말하면 그 타깃은 펜앤드마이크 및 극히 일부의 우파 인터넷 방송이다. 언론 자유, 민주 언론 외치던 자들이 권력에 붙고 난 뒤 언론의 자유를 가장 추하게 탄압하는 선봉이 되는 것은 참 역설이다. 어두운 시절 자신이 부당하게 해직되었다는 경력을 의인의 인증으로 내세우던 자들이 정작 좌파정권의 권력의 한 축이 되자 어느 시절보다 더 악독한 망나니가 되어 민중 독재와 촛불 혁명을 빙자하여 그에 반대하는 언론을 핍박하고자 한다. 권력 쥔 자들이 바로 그들과 한 몸이니 각종의 제도, 개정법안, 새 법안들을 동원해 희소한 몇몇 정론 언론을 진멸하려는 것이다. 안 팔리는 제 가게의 불량 제품 바로 만들기보다 남의 가게 폐쇄하여 자기네 불량 제품만 계속 팔아먹겠다는 불량 양심.

언론이 권력의 부당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부당하게 찬탈한 공범이 되어 있는 곳. 그 체제에서 언론 자유가 실은 더 압살되며, 권위주의 체제보다 더 추하게 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면 언론은 수십 년 간 기껏 자신들에게 자유를 줄 것만 요구해 왔지 그 자유를 어떻게 책임있게 쓰는 것에는 전혀 훈련되어 있지 못했고 그런 에스프리 자체가 박약했던 셈이다. 유아보다 거인이 타락함이 훨씬 더 해악인데.

억압 체제 속에서 제약되어 있으나마 언론이 소중히 신뢰받던 과거 시절과, 진실은 내팽개친 채 언론이 오히려 거짓의 근원이 되는 이 시대 중 어느 게 과연 나을까? 병을 치료해 주는 것으로 존중받던 몇몇 희소한 의사들이 있던 시대와, 의사는 많되 거의 돌팔이가 되어 버린 시대의 비교 말이다. 이 시대 언론의 자유가 과거보다 더 증진되었다고 전혀 말할 수 없다. 기레기들의 권력이 커졌을 뿐.

가장 바람직한 것은 언론은 국가 통제가 아니라 다른 언론들 간의 진실 경쟁을 통해서만 제어되는 것이다. 즉, 누가 진실된 보도를 하는가에 따라 시민의 양식에게 선택되어야 한다. 1980년대 권위주의 시대 길바닥엔 가판원들이 신문을 깔아놓고 팔았다. 언론 통제의 검열을 거친 기사들이, 그 타이틀 크기와 지정된 지면 수만큼만 시선을 두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이름 모를 가판원들은 시퍼런 서슬의 검열관들이 지정한 톱뉴스 타이틀과는 전혀 상관없는 작은 제목들 및 몇몇 행간에 빨간 굵은 펜으로 밑줄을 그어 놓고 있었다. 그것이 진정한 톱뉴스이고 그것에서 시대를 읽으라고 인도하며. 우리는 당시 일부 기자들만 높이 평가하고 이 위대한 가판원들을 무시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그들의 안내에 따라 행간을 오가며 때로는 은유로 때로는 심하게 압축된 단어 속에서 드문 진실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언론 시장이 정치 시장과 다른 점은 그 경쟁의 승부가 지지자 수가 아니라 진실에 합치되는가에 좌우되는 점이다. 온 놈이 온 거짓말을 해도 임금님은 벌거숭이란 말은 한마디만 있으면 반드시 이기게 되어 있다. 펜앤드마이크 및 일부 유튜브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말하자면 그들은 다시금 굵은 펜과 이번엔 확성기까지 들고 이 시대로 돌아 온 80년대 가판원들이다. 이 시대 희소해진 진실을 알리는. 그런 건 어느 개인 및 업자가 공급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원하는 시대정신의 요구로 필연적으로 생겨난다. 그들은 기레기나 권력자들보다 더 오래 살며 계속 나타날 것이다.

그것 짓밟아 보겠다고 좌파 언론, 사이비 우파언론이 연합하고 거기에 언론계에서 밥 먹었다는 자들이 좌파 권력의 하수인 혹은 직접 그 권력자가 되어 철저한 탄압 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 순사보다 그 밑의 조선인 앞잡이가 더 악하더란 게 이해가 된다. 우리의 기성 언론인이란 게 그런 '조선 종자 의식'에 머물러 있었던가. 불량 권력의 동역자로 돌아선 오늘의 기레기들아, 너희에게 80년대 신문 가판원만큼의 책임감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9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