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범 칼럼] 문재인에게는 이기고도 사회주의 나라가 될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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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10.11 10:21:38
  • 최종수정 2019.10.11 17:36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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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를 신봉하는 미신은 필연적으로 군중주의 정치 낳는다...사기 탄핵으로 만들어진 文정부의 실체
자신이 곧 다수이고 대세인 듯이 보이려고 전념하는 文정권이 우파시민 광장에 결집시킨 건 역설적
군중주의란 사회주의로 귀결...우파 이념戰 승리해도 다수 이룩하느라 군중에 혈안돼선 안 돼
대한민국 우파의 책무이자 도덕적 자신감은 군중이 아닌 시민으로서 나라를 걱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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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왔다. 조국(曺國) 가족의 입학 비위혐의로 가장 큰 오명을 얻은 대학에서 진실 규명이나 정보 공개 및 신속한 해결 조치를 촉구하기는커녕 ‘조국옹호’의 서명자들을 모으고 있었다. 수 천 명 지식인이 가담했단다. 그럼에도, 이미 정당성을 상실한 조국을 지지한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웠는지 최종 슬로건은 조국옹호가 아니라 사법개혁이라고 변명하였다. 그게 그 말이긴 하지만. 자기 측의 지지자로 동원된 사람 수가 많다는 것으로 상대를 이기려 하는 건 민주주의를 중공군 인해전술 전략쯤으로 보는 사고 틀과 무관하지 않다.

군중의 숫자 면에선 늘 우위에 있다고 자부하다 최근 우파의 공세에 세 불리를 느낀 좌파는 그후 ‘좌파문화동맹’쯤에 해당된다는 사람들을 개개 이름들은 거의 숨긴 채 1천 여 명 동원했다. 군중민주주의는 정당성보다는 결국 군중의 함성 크기가 승리를 정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금님은 벌거숭이라 말하는 소년 한 명의 목소리는 거짓을 외치는 수 백 명 군중을 이긴다. 조국이라는 제품과 관련된 대결이라면 그 더욱 그러하다. 조국반대 요구에 좌파가 차마 조국지지로 정면 대응하지 못하고 검찰개혁이라는 동문서답 구호로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은 조국의 정당성 여부는 지지 함성의 양(量)으로 뒤집을 수 없는 질(質)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지자 숫자라는 미신에 늘 매여 있다.

박근혜죽이기 인민혁명의 2017년 밤들, 광화문과 을지로 거리를 일사불란한 대오를 지어 거대한 발자국 소리로 도로를 짓밟는 LED 촛불 군중을 목도하면서 군복만 안 입은 평양식 군사 퍼레이드에 절망을 느꼈다. 이게 진정 ‘시민’이라면 난 이미 망명 시기를 놓치고 이 나라에 남아 있는 바보라고. 길거리 군중들의 숫자는 기레기의 희망이나 추측으로 수십만 혹은 백만쯤이라고 입맛대로 보도되었다.

그게 다수의 뜻이라는 것에 개인은 대개 위축된다. 과장된 화면을 보면서 개인은 이 다수파에 가담하도록 강요받는다. ‘대세’(bandwagon)에 굴복하는 것은 그가 특별히 무지하거나 도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수에 붙어 안정을 얻으려는 것이 대중의 표준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을 구하는 자들은 자신이 곧 다수이고 대세인 듯이 보이려고 전념한다. 이 여론조작에 언론 역할이 막중한데 언론이 진실을 잘 반영해서가 아니라 진실인 양 보이게 만드는 능력 때문이다. 다수의 지지를 받는다는 인식만 확립하면 어중간하고 기회주의적인 중도층은 이 대세에 가담할 것이다. 이 정권의 ‘2십년 집권론’도 광장을 채울 촛불시위 상비군 및 기레기 언론으로 다수 지지를 받는 정권이라고 조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다수’를 신봉하는 미신은 필연적으로 군중주의 정치를 낳는다.

사기 탄핵 군중이 정권을 잡은 바로 그 시점 이후로, 한국 사회에는 군중(mass)만 남고 시민(citizen)은 다 피신했다. 다수파를 자처하는 좌파 정권에 눌려 있다가 그후 이 정권의 대실책들로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계기를 얻었다. 좌파 정권이 우파 시민들로 하여금 광장으로 불러준 건 역설이다. 그렇게 거리로 나온 우파 시위가 좌파 군중처럼 정연하지도 일사불란하지도 조직화되지도 못함은 수치가 아니다. 군중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책임있는 개인으로서의 양식, 곧 시민성civicism)의 흔적을 아직 지니고 있다는 증거로 보면 된다.

이 싸움은 결국 자유시민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승리의 순간 우리가 직면할 또 다른 의미의 패배를 엄숙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바로 그때 우리가 어느 새 우파 ‘군중’으로 변신해 있을 두려움. 포퓰리스트와 싸우다 어느 새 또 다른 포퓰리스트가 되고 좌파와 극렬히 싸우다 좌파를 닮아가 있는 상태. 그때 우파가 설령 집권하더라도 군중 목소리에 복종하여 정치논리로 경제를 통제하는 것은 여전하겠고, 복지서비스를 미끼로 삼아 대중도 적당히 유인하며, 지금보다는 좀 덜하겠지만 대의정치도 길거리 정치로 어느 정도는 대체되어 있겠고, 촛불로 촛불을 깨었다보니 촛불은 어느새 불가침의 민의 대변 수단으로 인정되어 있는 것.

요컨대, 우리는 좌파 군중에 맞서느라 우파 군중이 되어 격전을 치른 뒤 과연 ‘시민’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스를 몰락시킨 ‘참주정치’의 악순환도 이 시민성 상실에서 일어난 결과였다.

민주주의는 몇몇 공식적 법제도들로만 확보하기엔 너무나 취약한 것이다. 민주주의란 개인의 자유 보장 수단으로 고안된 것에 불과하다는 의식과, 그 수단 자체를 절대화하려는 경향을 절제하는 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의식을 공유한 주체 곧 ‘시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것 없는 민주주의는 스스로 타락하여 대개 자살하는 것으로 끝났다.

따라서 이 정권의 죄과는 지금까지 드러난 외교, 안보, 경제, 교육 및 각 분야에서 드러난 수많은 정책실패들에만 있는 게 결코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 이 나라 민주 정치에 대한 진정 최악의 폐해는 바로 그들이 세운 군중 정권을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자유 시민 역시 또 다른 군중이 되어 광장에서 맞서야 하며 그 생경한 전면전에서 어느 정파가 이기든 그 와중에 한국 민주주의 게임에서 ‘군중’이 시민을 늘 이겨먹는 이른바 지배적 전략(dominant strategy)이 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순환을 거치며 한국 민주주의가 필연적으로 군중주의로 수렴해 가고, 그때 보수집단은 군중민주주의를 이긴 후 또 다른 군중민주주의를 만들어 있을 것이다. 즉, 자칭 ‘민주화’세력이라는 촛불정권이 실은 이 나라 민주주의를 가장 천박한 버전으로 전락시킨 악순환을 시작했다는 죄과이다. 이 악은 몇몇 정책실패들보다 더 근원적,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를 좀먹게 하는 것이다.

그때 우리 모두는 세종과 이순신 동상 밑에서 군중이 되어, 몇 년마다 공수를 교대해가며, 자신이 다수파임을 연출하는 거의 같은 모습의 매스 게임들을 벌이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실은 군중주의란 바로 사회주의의 어미이다. 그것은 곧 사회주의로 귀결되는데 그 상태야 말로 그때쯤엔 이미 퇴장해 있을 문재인에겐 최대 승리가 될 것이다. 그것이 지금 내다보아야 할 우리의 최대 과제라는 것이다.

분명 좌파에게는 이겨야만 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이념 가치의 확실한 향도가 아니라, 오직 문재인 정권의 자충수들과 정책실패들 및 이 정권에 대한 군중의 식상함으로 엉겹결에 권력을 얻는 것은 지금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다. 그런 승리라면 촛불군중의 난동 몇 번이면 또 실없이 무너진다. 이념은 없이 오직 ‘다수’를 이룩하느라 군중에 영합하다 ‘우파 군중민주주의’, 실은 또 다른 사회주의로 전락함은 가장 위험한 일이다.

좌파는 사기 탄핵 난동으로 집권해서 우리를 처음 한번 이겨먹었고, 우리가 그들과 싸우다 간신히 승리할지라도 우리 또한 그 와중에 군중주의 및 그 아들인 사회주의로 시나브로 물들어 가는 바람에 좌파는 또다시 우리를 이겨 먹는 셈이다. 문재인을 몰아내었지만 결국 사회주의 나라로 만든다면 그게 승리일까?

아무렇게나 이기면 되는게 아니다. 군중이 아니라 시민으로 승리해야 한다. 심지어 패자 상태에 눌려 있는 현 상황에서도 자기 정파의 승리여부를 넘어 나라의 망국 여부까지 걱정하는 주제넘음, 이것이 대한민국 우파의 운명적 책무이다. 그것은 지지 군중의 숫자만 구하는 좌파에 대비한 도덕적 자신감이기도 하다.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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