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2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안에서 한 경찰관이 플래카드를 들고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2022.7.23(사진=연합뉴스)
23일 오후 2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안에서 한 경찰관이 플래카드를 들고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2022.7.23(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대해 전국 경찰서장들이 지난 23일 모여 단체로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져 충격이 예상된다. 일명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린 이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는 총경 190여명이 참석했고, 행안부가 발표한 경찰국 신설에 대해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밝힌 것.

지난달 27일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경찰국 신설안을 발표했는데, 같은 날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했었다. 그러다 20일만에 전국서장회의가 열리며 공개 반대에 나섰는데, 이 회의를 주도한 울산중부경찰서장 류삼영 총경은 대기발령 조치됐다.

전국 서장들이 모여 정부정책에 반기를 든 이 사건의 핵심은 '경찰 직장협의회'라는 조직에 있다. 공개적으로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류삼영 총경에 이어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조직이 '경찰 직장협의회'다. 일선 서(署)의 하위직급 경찰이 모였다는 시도경찰청 직장협의회 인원들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지난 21일 한차례 만남을 가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행안부 정책을 공공연히 반대하는 인사들이 갑자기 전국회의까지 열어가며 의견을 표출하는 데에는 이유에 이목이 집중된다. 그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 첫 경찰청장 임명 전 전체 단위 직협 출범과 단체교섭권 확보'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바래오던 경찰 직장협의회(약칭 경찰 직협)이라는 존재의 기록을 우선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경찰직협의 연혁은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1998년 2월, 공무원 직장협의회 설치법안이 임시국회에 제출됐다. 이 법안에서는 공무원 노동조합 결성권 보장방안은 향후 추진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는데, 단체교섭 허용권과 단체협약체결권 및 단체행동권은 불인정됐다. 그렇게 1999년 1월부터 공무원 직장협의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제정됐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집권 전후기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권은희·이채익 의원 명의로 법안이 제출된다. 이때 경찰과 소방직 공무원의 가입범위 확대안이 담겼다. 2017년 2월 이후 6회의 법안소위를 진행, 2019년 6월25일 개정 합의 후 그해 11월19일 본회의에서 처리돼 2020년 6월11일부터 시행됐다(의안번호 2023891).

그 내용의 핵심은, 경감 이하 경찰공무원 및 소방경 이하 소방공무원의 공무원직협 가입 허용이다. 윤석열 정부의 초기 경찰청장으로도 임명되지 않은 윤희근 후보자를 상대로 벌써부터 만남을 갖고 있는 경찰 직협은 이렇게 등장한 것이다.

경찰청장 윤희근 후보자가 지난 21일 만남을 가져야 했던 직협의 경찰 가입 규모는 지난 2020년 6월 기준으로 경찰만 약 10만5천여명이 넘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경찰 공무원 전체 인원이 12만명 수준이고, 경감계급 이하가 11만9천명이라는 수치를 고려한다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 가입돼 있다고 볼 수 있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22.7.23(사진=연합뉴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22.7.23(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직협이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 문제를 두고서 경찰청장도 없는 상황에 갑자기 전국서장회의 등을 통해 반대 이견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경찰청장과 대등하게 맞대응 하기 위한 단체교섭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적 대응이라는 분석으로 향한다. 그 이유는 지난 4월5일 국회 제394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2115075)에 근거한다. 이 법안은 이형석(더불어민주당)·오영훈(現제주지사, 민주당)·서범수(국민의힘)·이은주(정의당)의 공무원직협법을 모은 안건이다.

해당 통과안에 따르면 국가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 내 설립된 협의회를 대표하는 하나의 '연합협의회'를 설립하도록 했다. 기관장으로 하여금 직협과의 합의 사항을 공개토록 하는 의무가 부과돼 있는데, 이로 인해 직협의 단체협상권 구성을 위한 조건으로 핵심 요소로 활용될 공산이 없지 않다.

아니나다를까,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게 되면서 이제 연합회를 구성해 경찰청장과의 협상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얻게 된 것이다. 개정통과 전까지 경찰직협은 경찰청장과의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없었는데, 직협은 전국단위 연합회 구성이 불가능한 대신 소속 기관장인 시도지방경찰청장 및 소속서장과만 협의할 수 있었다. 개정통과되면서 이제 경찰청장과의 단체교섭권을 얻을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된 것이다.

경찰직협은 지난 4월 말경부터 전국 단위 연합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성격의 조직을 발족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던 중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고,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지난달 말경 경찰국 신설을 밝혔고,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함과 동시급 시기에 반대의 뜻을 공공연히 내비치면서 삼보일배를 하는 등 여론전에 돌입한 상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번 전국서장회의의 뒷배경에 있는 경찰직협의 숨은 속내는 결국 윤석열 정부의 경찰청장 내정자인 윤희근 후보자에 대해 전국연합협의회 단위 경찰직협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 등을 얻어내기 위함 아니냐는 분석으로 향한다.

이에 대해 고위 경찰 전직 간부 출신 인사는 지난 23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직협의)본래 취지가 무엇이고, 공무원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달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한편, 현행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공무원직협법) 제1조(목적)에 따르면, 이 법은 공무원의 근무환경 개선, 업무능률 향상 및 고충처리 등을 위한 직장협의회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21일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장 후보자와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대표단 간담회에서 윤희근 청장 후보자가 응원 손팻말을 든 직협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경찰직협은 25일부터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할 계획이다. 2022.7.21(사진=연합뉴스)
21일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장 후보자와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대표단 간담회에서 윤희근 청장 후보자가 응원 손팻말을 든 직협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경찰직협은 25일부터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할 계획이다. 2022.7.21(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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