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22.7.23(사진=연합뉴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22.7.23(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산하 경찰국 신설을 두고서 전국 경찰서장들이 지난 23일 모여 집단 반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충격이 예상된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렸고, 이 자리에는 총경 190여명이 참석했던 것.

여기서, '전국서장(署長)회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울산중부경찰서장 류삼영 총경이다. 문제는, 그가 이날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1970~80년대 민주 투사들이 목숨으로 바꾼 아주 귀한 것"이라면서 "경찰의 중립성을 몸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파업' 가능성, 즉 경찰직협의 추가 단체행동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같은 집단 반발 행동으로, 류삼영 총경은 대기발령 조치 처분을 받는다.

그런데, 여기에 각종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정치인들이 가세하면서 그의 주장처럼 정치적 중립성이 도리어 왜곡되는 모양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곧장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서 "총경급 경찰서장 회의가 왜 안되느냐. 왜 불법으로 규정하고 억압하는지 이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라면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따져볼 것"이라고 말한다.

민주당 당권 주자들도 가세한다. 이재명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대기발령 중단을 요구했고, 강병원·박용진·박주민·설훈 의원도 한마디씩 던지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서장회의 안팎의 숨은 역학관계를 호도하는 행위로 풀이된다. 전국서장회의는 현행법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서장급 총경들이 모였다고 해서 각 서(署) 단위 직원들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도 볼 수 없어서다.

전국서장회의 속 경찰국 신설 반대 입장을 지지한다던 일명 '경찰 직장협의회(약칭 경찰 직협)'의 경우, 경찰청장과의 단체협상권을 발동하기 위한 법적 여건이 충족돼 있는 만큼 공석인 경찰청장직이 임명되기 전부터 본격 행동에 나섰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난 4월5일 국회에서 통과된 공무원직협법에 따라 경찰직협이 윤석열 정부 첫 경찰수장이 될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를 상대로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단체구성권(단결권) 등 일명 노동3권을 발휘하게 될 경우 어떻게 될까.

바로 '경찰파업'이라는 사태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이같은 사례가 실제 외국에서 벌어졌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5년전인 지난 2017년 2월경, 브라질 남동부 에스피리투 산투 주(州)의 비토리아 시(市)에서 경찰 파업으로 인한 대규모 치안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남동부 에스피리투 산투 주의 주도(州都)인 비토리아에서 지난 주말부터 경찰의 파업을 틈타 벌어진 폭력사태로 지금까지 최소한 75명이 사망했다. 2017.2.9(사진=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남동부 에스피리투 산투 주의 주도(州都)인 비토리아에서 지난 주말부터 경찰의 파업을 틈타 벌어진 폭력사태로 지금까지 최소한 75명이 사망했다. 2017.2.9(사진=연합뉴스)

브라질 경찰이 파업을 벌인 까닭은, 무려 43%의 임금 인상 목소리가 경찰 노동조합에서 나오면서 비롯됐다. 브라질이나 남미의 경우, 사실상 마피아나 혹은 민병대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데다 마약 문제까지 연루돼 있어 치안정책 추진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폭력세력의 불법 무기 매매 등으로 인한 무장화력 또한 브라질 경찰의 화력을 능가하기 때문에 브라질 경찰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있을 것으로 이미 예측된 바 였다.

그러다 경찰노조가 43%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정부와의 타결이 되지 않자 파업을 강행했는데 이 파업에 경찰 가족들까지 나섰고, 경찰 노조 파업으로 인한 치안 공백이 발생하자 그 틈을 타 범죄조직이 청부 살인부터 약탈·방화·강간·살인 등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결론적으로 약 130여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파업으로 인한 치안공백 사태는 연방정부가 군경을 투입하면서 진압됐지만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경찰 노조 파업으로 인한 치안 공백 사태의 희생양은 바로 그들이 지켰어야 할 국민이 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같이 조직적 파업이 가능하게 되는 경우는 앞서 언급한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단결권 등이 모두 발동되는 경우다. 우리나라에는 공무원 노조가 있지만, 경찰 직협마저 단체교섭권과 단결권을 갖게 될 경우 파업가능성 또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전국경찰직협의 민관기 대표는 "이번 10월 경찰청장과의 협상권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 "이를 위한 위원장 선출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문제는 지난 4월5일 국회에서 통과된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2115075)'에 기인한다. 이 법안은 경찰 직협 등으로 하여금 국가기관 및 중앙기관 내 협의회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위격 '연합협의회'를 설립하도록 길을 연 법안으로 이형석(더불어민주당)·오영훈(現제주지사, 민주당)·서범수(국민의힘)·이은주(정의당) 의원의 공무원직협법을 통합한 안건이다.

그런데, 이처럼 치안공백 사태의 발단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법에도 존재하지 않는 '전국서장회의'를 울산중부경찰서장 류삼영 총경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회의에 전국 총격 190여명이 참여했다.

전국 총경 190여명이 참여한 근거없는 전국회의기구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지금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70~80년대 민주 투사들이 목숨으로 바꾼 아주 귀한 것"이라며 "한번 잘 살피고 국민의 인권과 직결된 경찰의 중립을 '몸'으로 막아낼 것"이락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법적 근거가 마련된 단체교섭권 조성 국면에서 단결권이라고 발동하겠다는 취지로 읽히는 것이다.

이같은 사태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곧장 자신의 SNS를 통해 전국서장회의를 연 경찰들을 향해 "문재인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하던 정치경찰 지도부와 불법과 과잉충성에 침묵하던 경찰 구성원들은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먼저 반성하고 땅에 떨어진 국민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찾는 것이 도리"라며 "일부 정치경찰 지도부의 못된 짓을 방관한 건 '침묵의 공조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라고 질타했다.

한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배경에는 과거 그가 울산시장으로 근무하던 중 벌어졌던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인한 송철호 시장-황운하 민주당 의원의 재판 문제가 있다. 그외에도 김기현 의원은 "대선 여론 조작을 했던 '드루킹 사건' 때 문재인 대통령 측근(김경수 前 경남도지사 등)이 개입한 증거가 나오자 경찰은 사실상의 수사 중단과 지연으로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였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21일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장 후보자와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대표단 간담회에서 윤희근 청장 후보자가 응원 손팻말을 든 직협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경찰직협은 25일부터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할 계획이다. 2022.7.21(사진=연합뉴스)
21일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장 후보자와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대표단 간담회에서 윤희근 청장 후보자가 응원 손팻말을 든 직협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경찰직협은 25일부터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할 계획이다. 2022.7.21(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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