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는 신자유주의의 공격을 배경으로 한 세계적 반란 물결의 일부“...13일 高大서 긴급 공개 포럼 개최
“우리 홍콩인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는 기본적인 인권”...‘폭력 혁명’과는 거리 먼 의견도

지난 13일 급진좌파 단체 ‘노동자연대’ 고려대 모임은 고려대학교 학생회관(왼쪽) 2층에 위치한 생활도서관(오른쪽)에서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긴급 공개 포럼을 주최했다. 쿠바의 지도자 ‘체게바라’의 얼굴을 형상화한 대형 작품이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의 입구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사진=박순종 기자)

지난 13일 초저녁,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2층에 위치한 ‘생활도서관’으로 취재진을 포함해 약 200여명(주최측 추산)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불과 수 평밖에 되지 않는 ‘생활도서관’은 많은 수의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급진좌파 단체인 ‘노동자연대’의 고려대모임이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주최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포럼의 발제는 같은 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노동자 연대> 기자로 활동중인 김영익 씨가 맡았다.

당일 오후 7시부터 진행 예정이었던 포럼은 예정 시각에서 십수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개시될 수 있었다. 오후 6시 30분 무렵부터 길다랗게 늘어선 포럼 참가 희망자들의 행렬이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대변했다. 주최 측 주장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측이 행사 개최를 두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으며 부득이 ‘생활도서관’으로 행사 장소를 급히 옮기게 됐다고 한다. 사회를 맡은 연은정 씨(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4학년)는 행사를 훼방 놓겠다는 글이 SNS상에 올라오기도 했지만 “그들이 이곳(행사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며 환호성을 올리기도 했다.

김영익 <노동자 연대> 기자는 먼저 포럼 참가자들에게 람슈메이 씨의 연설 영상을 공개했다. 람슈메이 씨는 홍콩노총 건설일반노조에서 활동중인 여성 운동가이다. 지난 9일 람슈메이 씨는 민주노총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 연단에서 대회 참가자들을 향해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시위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이후 그는 ’87민주항쟁’을 예로 들며 지난 박정희-전두환 시기 한국의 노동운동 사례를 소개했다. 칠레 등지에서 일어난 대규모 집회를 두고는 “극심한 불평등과 사회, 경제적 모순에 의해 일어났다”며 그는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이와 관련해 ‘노동자연대’의 인터넷 매체인 <노동자 연대>는 김 씨의 13일 발제 내용에 대해 “(오늘날 홍콩 민주화 시위가) 2008년 세계경제 위기와 신자유주의의 공격을 배경으로 한 세계적 반란 물결의 일부임을 지적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의 시간에는 직장인, 재학생, 재한 홍콩 유학생 및 중국 본토 유학생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홍콩 사태를 지지한다”는 중국 본토 유학생의 발언에는 박수가 쏟아졌다. 그도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여타의 홍콩인들처럼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포럼 개최 다음날인 14일 오전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비치된 게시판에 ‘노동자연대’가 붙여놓은 전단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단지에는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이 포럼을 무산시키려 사람들을 조직하고 있다는 내용과 포럼 준비에 비용이 많이 들어 참가비를 받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사진=박순종 기자)

포럼 참석자들 가운데 일부는 행사 직후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입구 계단에 모여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시위를 이어나갔다.

‘노동자연대’는 급진좌파로 분류되는 ‘다함께’의 후신으로써 ‘국제사회주의자경향’(IST)의 일원이다. 이들은 전쟁, 빈곤, 기아, 착취, 차별, 환경파괴 등은 ‘자본주의’에 의해 발생한다고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노동자 계급에 의한 혁명’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종류의 국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중국은 물론 북한조차도 ‘진정한 사회주의’를 실현하고 있지 않다고 보는 입장에 서 있다.

한편 현지에서 시위에 참가중인 한 홍콩 시민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람슈메이 씨에 대해 들어 본 바 있느냐는 질문에 “(그에 대해서는) 여태껏 전혀 들어본 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서 “시위의 결과로 홍콩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그는 “경찰들이 불공평(unfair)하게 군다”며 “우리 홍콩인이 시위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 선거에 참여할 권리와 같은 기본적인 인권이다”라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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