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의 SNS 사이트인 ‘웨이보’에 ‘홍콩 지지’ 집회 참가한 한국인들 신원 무더기 노출
이름, 소속 등 개인정보 그대로 공개돼...신원 노출에 세심한 주의 필요
대만 이민당국, ‘레논 벽’ 훼손한 중국인 강제 추방...“모두가 지켜온 자유의 가치 존중, 고의적 파괴는 불용”

지난 13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홍콩 지지’ 관련 포럼에 참석한 중국인 유학생의 신원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게시물이 중국 최대의 SNS 사이트 ‘웨이보’에 공개됐다. 해당 학생을 비난하는 댓글이 600건 이상 달렸고 해당 게시물은 3000건 이상 공유됐다.(사진=웨이보 캡처)

한국 대학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가한 한국 학생들의 영상과 사진이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최근 우리 대학가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大字報, 큰 글씨로 무언가를 알리는 선전물)가 중국인 유학생들에 의해 훼손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남에 따라 한·중 학생들 간의 감정 싸움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싸움의 무대가 인터넷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시물을 작성한 중국인들은 이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가감 없이 업로드했으며 이들 게시물 가운데에서는 실명과 소속을 확인할 수 있는 학생증 사진 등도 포함돼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SNS 사이트인 ‘웨이보’(微博)에서 ‘싱원런’(腥聞人, ‘추문이 도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이름으로 채널을 운영하는 어느 중국인은 21일 ‘노동자연대 고려대 모임’이 지난 13일 고려대학교에서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긴급 공개 포럼에 참석해 홍콩 지지 발언을 한 어느 중국 본토 유학생의 실명과 학생증을 공개하고는 “한국인이 홍콩을 응원하는 행사에 중국인 유학생도 끼어 있음이 밝혀졌다”면서 “홍콩의 ‘쓰레기’ 청년들을 응원할 셈이라면 중국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 채널의 팔로어(follower)는 138만명이 넘는다.

이에 대해 ‘웨이보’ 중국인 이용자들은 “한국인은 개인데 개의 개가 되려는 사람은 처음 봤다”, “이 인간의 신원을 확인해서 귀국시켜서는 안 된다”, “이 사람이 중국으로 돌아와 폭동을 일으킬 것을 저지하자” 등의 인신 공격성 내용의 댓글과 함께 홍콩 시위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댓글을 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한 여성이 ‘광복홍콩시대혁명’(光復香港時代革命, 홍콩을 해방시키고 시대의 혁명을 이뤄내자)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6초 분량의 영상이 함께 올라온 또 다른 게시물에는 “영상 속 여자 ‘바퀴벌레’는 한국 홍익대의 홍콩 독립 지지자로, 홍콩 독립 표어판을 들고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이 영상은 조회수 45만 건을 기록했다. 이 게시물에는 “역겹다”, “쓰레기” 등 해당 여성을 모욕하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이같은 게시물에는 “한국은 진정한 의미의 주권조차 없는 나라로, 대변만도 못하다”, “미국이 한국의 부모이기 때문에 한국 땅에 미군 병사들이 있는 것이다”, “미군 병사들이 한국 여성들을 겁탈해도 그들은 처벌받지 않는다”와 같이 한국을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도 눈에 띄었다.

이밖에도 한국 내에서 이뤄진 ‘홍콩 지지’ 집회 장소 근처에서 ‘홍콩 지지’를 반대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게재됐다.

지난 3일 공개된 한 게시물에는 “한국에서 중국 미녀들이 ‘하나의 중국’을 외쳤다”며 관련 내용의 영상이 첨부됐다. 홍익대 앞에서 홍콩 시위를 반대하는 취지로 모인 지난 9일의 중국인 집회 영상은 1만건이 넘는 추천과 700건 이상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 다른 게시물에는 “고대에 이어 연대 등 한국의 수도권 대학뿐만 아니라 영남대 등 다른 대학교들에도 ‘광복홍콩’ 선전이 출현했다”는 내용과 함께 관련 사진이 첨부됐다.

한편 대만에서는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응원하기 위해 대만 소재 캠퍼스 내에 설치된 ‘레논 벽’(Lennon Wall)을 훼손한 중국인 관광객이 강체 출국 조치를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대만 이민당국은 해당 중국인에 대한 체류 허가를 취소하고 ‘5년간 재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와 관련해 쑤전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은 “대만의 자유와 민주는 여러 세대에 걸쳐 희생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며 “모두가 소중하게 지켜온 가치를 존중해야 하며 고의적 파괴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해당 중국인의 행위를 엄중 문책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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