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대학생 등 200여명 서울시청 앞 옛 ‘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첫 거리 행동
“中공산당이 홍콩 시민의 민주화 요구를 폭력 진압하고 있어” 규탄
“한국 등 각국 권력자들, 中공산당 무서워 홍콩 참상 외면”...홍콩 지지에 동참할 것 호소

23일 오후 서울 중구 옛 ‘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열린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한 대학생·청년 긴급행동’에서 참가자 200여명이 홍콩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의 대학생, 청년들은 홍콩 시민들 곁에 서겠습니다.”

‘홍콩 민주화 시위’(이하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처음으로 거리로 나왔다.

23일 오후 3시,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등 대학생 200여명이 서울시 시청 근처 옛 ‘인권위원회’가 위치했던 ‘금세기빌딩’ 건물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홍콩 시위’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홍콩 행정부와 중국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또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민의 민주화 요구를 폭력 진압하도록 지시하고 정보를 통제해 자신들이 벌인 만행을 은폐하는데도 한국과 세계 각국의 권력자들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두려워 해 홍콩의 참상을 외면하고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홍콩 시위’ 지지를 표명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간 한국 내 대학생들의 ‘홍콩 지지’ 운동은 대학교 구내에 ‘대자보’(大字報)를 만들어 붙이거나 ‘레넌 벽’(Lennon Wall)을 설치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포스트잇을 붙임으로써 의사를 표시하는 데에 그쳤다.

‘금세기빌딩’ 앞에 모인 이들 대부분은 홍콩 시위대를 상징하는 안전모와 고글, 검은 마스크 등을 착용한 차림이었으며, 손에는 ‘국가 폭력 규탄한다’, ‘시진핑의 진압 지시 규탄한다’, ‘인권 침해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5대 요구’ 수용하라”, “홍콩 항쟁 지지한다”, “총알은 신념을 뚫지 못한다” 등의 구호도 터져나왔다.

이들은 을지로입구역과 명동역을 거쳐 주한 중국 대사관을 향해 행진하며 “Fight for freedom”(자유를 위해 싸우자), “Stand with Hong Kong”(홍콩과 함께 하자) 등의 구호를 통해 홍콩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하 ‘모임’)은 서울대와 연세대, 동국대 등의 대학생들이 지난 10월 ‘홍콩 시위’ 관련 홍보물 번역을 계기로 결성된 단체다. ‘모임’의 박도형 공동대표는 집회에서 “홍콩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 대학생들은 알고 있다”며 “일부는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하지만 부당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임’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조성지씨는 중국 대사관 인근에 도착한 뒤 “우리 사회가 더 평화로워질 수 있도록 시끄럽게 자유를 외쳐 달라”며 시민들을 향해 “홍콩 시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중국대사관에 홍콩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폭력 진압을 중단하라는 내용 등이 담긴 항의 서한을 제출했다.

경찰 측은 이들의 행진 경로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일대가 포함돼 시위대와 중국인 관광객 사이의 충돌 상황 등을 우려, 병력 200여명을 배치했다. 그러나 큰 마찰 없이 오후 6시쯤 집회는 마무리됐다.

이날 시위에서는 이른바 홍콩의 ‘레이저 시위’를 따라하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이는 앞서 홍콩에서 ‘레이저 포인터’를 구매한 한 대학생을 홍콩 경찰 측이 ‘공격용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하자, 이에 항의하는 1000여명의 홍콩 시민들이 모여 레이저를 쏘는 ‘레이저 시위’에서 유래한 것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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