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한양대, 아주대, 한국외대서도 韓中학생 충돌
中학생들, 대자보 훼손하고 홍콩 시위 반대 벽보 무더기로 붙여
집단행동 벌이며 위압적 항의 표시...중국대사관 "中학생들 분노와 반대 표하는 것 당연"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게시판에 붙은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대자보 훼손 경고문.

홍콩 시위에 대한 찬반(贊反)입장이 갈리면서 한국인과 중국인 학생들 간 갈등이 전국 대학가로 확산되고 있다. 동국대에선 학생들의 직접적 충돌이 있었고, 외대와 아주대에서도 대자보 훼손 사례 등이 속출했다. 폭력적 방식을 동원한 중국인 학생들의 고압적 태도는 일부 외신에서 다뤄질 만큼 심각한 상황이지만 주한(駐韓) 중국대사관은 입장문을 통해 중국인 유학생들의 이 같은 행동을 이해하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와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일치된 입장이 참으로 일사불란하게 국내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5일 오후 동국대에서 한국인 학생들과 중국인 유학생들은 서로 말다툼을 벌이며 욕설을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학생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레논벽(Lennon Wall)을 설치하자 중국인 유학생들이 반발하며 적개심을 드러낸 것이다.

동국대에 게시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위에 무더기로 붙은 항의 문구의 벽보들.

일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3일과 14일에 한양대와 수원 소재 아주대 등지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대자보를 훼손하고 "너희들의 북한 문제나 걱정해라", "사람을 죽인 것도 민주화냐"는 등의 벽보를 무더기로 붙였다고 한다. 특히 한양대에선 한국인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려 하자 중국인 유학생들이 떼로 몰려와 위압적으로 막으려 하는 일도 있었다.

같은날 한국외대에서도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찢긴 채 발견됐다.

앞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고, 전남 광주 소재 전남대 캠퍼스에서도 대자보 훼손과 더불어 "홍콩은 영원히 중국의 일부"라는 문구의 중국어, 영어, 일본어 벽보까지 한가득 덧붙여졌음을 감안하면 전국 대학가에서 며칠새 동시다발적으로 대단히 일사불란하게 중국 정부와 궤를 같이 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맞게 홍콩의 민주주의를 존중해달라는 홍콩인들의 시위를 영토분리독립으로 간주해 최근 강경 무력진압을 지시했다.

홍콩 일대에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체류 중인 전국 대학가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중국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며 홍콩 시위를 분리독립 시도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駐韓) 중국대사관은 지난 15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학 캠퍼스에서 중국과 한국 학생들의 감정대립이 발생한 것에 유감"을 표명하며 "중국 학생들이 중국의 주권을 해치고 사실을 왜곡하는 언행에 분노와 반대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중국대사관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벌인 최근 난동에 대해 "이웃인 한국 국민들이 이해하고 지지해주길 희망한다"면서 한국인들이 이해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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