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주진영이 80% 넘는 의석 확보...강경일변도 시위진압에 제동
전체 유권자 중 71.2%, 294만명이 투표 참여...18세~35세 청년 유권자들이 주도
범민주 진영이 홍콩 구의회 의석 과반수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

홍콩 구의원 선거일인 24일 오후 홍콩 구룡공원 수영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4일 홍콩 구의회 선거 결과, 범민주 진영이 전체 의원 정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범민주 진영이 획득한 의석 수는 388석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현지 언론은 전체 홍콩 유권자 가운데 71.2%, 294만 명이 참여한 이번 구의회 선거에서 오전 6시(현지시각) 현재 개표 결과 범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가운데 무려 201석을 차지했다고 25일 보도했다. 2015년 시행된 구의회 선거 투표율은 47.0%에 불과했다.

반면 친중파 진영은 고작 28석에 그쳤으며, 중도파가 12석을 차지했다. 반면 홍콩 내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민주건항협진연맹(DAB)은 현재까지의 개표 결과 출마자 가운데 21명만이 당선, 156명은 낙선해 참패를 면하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는 458석 의원 정수 가운데 DAB가 119석(21.4%)를 차지하며 제1당이 됐다. 이밖에도 친중파 정당 의석 수를 모두 합치면 전체 의원 정수 가운데 191석(41.7%)에 달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파 인사들이 환영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일련의 대규모 시위를 주관해 온 민주파 단체 대표 지미 샴(Jimmy Sham) 씨는 25일 아침 기자회견에서 “일련의 항의 활동이 이번 선거를 홍콩 시민에 의한 ‘국민투표’로 변화시킨 것이며 이번 선거 결과는 홍콩 사람들의 승리”라며 “이제까지 강경한 자세로 일관해 온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민의를 받아들이고 홍콩 시민들이 제시한 ‘5개 요구 사항’을 확실히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파 신인으로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핑자룽(馮家龍) 씨는 “이번 선거는 정부에 대한 ‘국민투표’”라며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홍콩 시민이 홍콩 정부를 심판한 것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그는 또 “6월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으며 경찰이 자행하는 폭력 문제도 무시해 왔다. 홍콩 시민은 이런 정부를 신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명으로, 지난 2015년 선거 때의 369만명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18세에서 35세 사이 청년 유권자가 12.3% 늘어 연령대별로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또 이번 선거를 위해 해외 유학생마저 귀국해 투표하는 등 젊은 층은 적극적인 선거 참여가 범민주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제까지 홍콩 시민들은 구의회 선거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아 왔다. 구의회의 권한은 주로 자문 역할에 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의회 선거는 ‘중간선거’에 해당하는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파 진영이 커다란 승리를 거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는 2020년 예정된 홍콩 입법회(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수세에 몰렸던 홍콩 민주화 시위대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범민주 진영에 속하는 공민당은 승리를 거둔 32명 구의원 후보자 전원이 현재 경찰의 원천 봉쇄를 당하고 있는 홍콩이공대로 달려가 교내에 남아 있는 시위대를 격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 처음으로 민주파 정당이 구의회 의석 과반을 점함에 따라 강경 일변도로 시위대를 진압해 온 홍콩 행정부도 대응 방식을 바꾸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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