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국방기자 '정부, 과도한 북한 눈치 보는 과정에서 무리수 남발' 지적
'북한 눈치 보고 한미간 엇박자 옳은가' 문제 제기

SBS 기자의 고백이 눈길을 이끈다. 기자는 ‘정부가 북한 심기 건드리지 않도록 눈치 보느라고 미국과 멀어지고, 북한을 자극하는 기사라도 나가면 앞뒤 안가리고 취재원을 색출하기 위한 보안 조사가 뒤따른다’고 밝힌다. 또한 정부의 보도 통제와 청와대의 거짓말까지 언급함으로써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김태훈 SBS 국방전문기자는 21일 SBS홈페이지에 올린 <[취재파일] 北 눈치 보고, 美 멀리 하고…맞는 길인가>라는 제목의 취재파일에서, 정부가 ‘북한의 과도한 눈치보기’ 속에 ‘한미간 엇박자’를 행하는 방향이 옳은 것인가 의구심을 제기한다. 
 

SBS <[취재파일] 北 눈치 보고, 美 멀리 하고…맞는 길인가>(1월 21일 보도. SBS사이트 캡처)

특히 눈치 보는 과정에서 ‘거짓말’, ‘국제 시각차’, ‘보도 압박 및 통제’, ‘취재원 색출’이 이루어진다고도 설명한다. 정부 및 청와대 행태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 표출로도 읽힌다.

김 기자는 지난 18일 미국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텍사스함이 부산항에 기항하려다가 무산된 과정에 대해서 “군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미군에게 부산항 기항을 말린 것이 아니다. 청와대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이 스스로 계획을 바꿔 부산에 들르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해명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한다.

당시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핵잠수함은 전세계에 배치되다 보면 중간에 군수물자를 추가 적재하는데 검토하다가 입항 취소하는 경우도 빈번한 일”이라고 설명했으며, 정부 소식통 또한 “한미 사전 조율 과정”에서 변경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17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정부소식통은 "현재의 상황과 여러 조건을 고려해 비공개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아울러 이번 입항은 한미 연합훈련의 일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고 전한다. 정부가 핵잠수함 입항소식을 비공개로 숨기려한 이유는 이면에서 조용히 취소시키거나 북한 눈치보고 모르게 하려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으나 크게 이슈화되지는 않았다. 당시 핵잠수함 입항 계획 변경과 관련된 보도는 2~30여 건(네이버 검색, 1월 22일 오전9시 기준) 정도 밖에 안 나온다.
 

버지니아급 핵잠수함[미 해군 홈페이지 캡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미 해군 홈페이지 캡처]

지난 16일 밴쿠버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의와 관련해서도 “외교부의 훈훈한 발표와 달리 밴쿠버 회의는 엄중했다”고 지적한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는 "회의 참가 외교장관들은 강력한 해상 차단 같은 최대한의 압박으로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끌어내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돼있으며, 우리 외교부의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는 한편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는 발표와는 천양지차라는 것이다. 이어 “다른 나라들은 북한 문제로 심각한데 우리 외교부만 평온하다”고 꼬집었다.

김 기자는 또한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와 관련되거나 군사적으로 미국과 엮인 일이라면 보도를 통제한다”며 “취재 과정에서는 보안 조사 엄포를 놓고, 기사가 나가면 기자와 통화한 당국자들을 이유불문하고 줄줄이 기무사 같은 곳으로 불러 들인다”고 고발한다. 이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중차대한 국가 안보가 걸린 일이라면 언론 통제에 따를 수도 있지만 보도를 막으려는 대상들이 옳은 정책인지 부터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기자가 17일 <남북대화에 방향 튼 美 핵잠수함…'한·미 갈등설' 뒷말>을 방송 보도했는데, 이와 관련해 ‘군사적으로 미국과 엮인 일이라면 보도를 통제한다’는 말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취재원에 대한 우려도 뒤섞인 것으로 보이며 ‘본인들이 알 것이다’라고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혹은 자신의 취재원들 또한 처벌에서 자유롭지 못해 여론에 우회적인 도움을 청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만약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다면,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 보호” 등 ‘방송 정상화’를 강조했던 文정부의 지침과는 달라 반발이 고조될 여지가 있다. 과거 세월호 보도개입과 관련해 언론의 반발이 강했던 만큼, 언론의 향후 대처도 주목된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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