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기자
이세영 기자

PenN이 22일 처음 보도한 김태훈 SBS국방전문기자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김 기자는 21일 ‘北 눈치보고, 美 멀리하고...맞는 길인가'라는 제목의 취재파일에서 ‘보도 통제와 압박’, ‘취재원 색출’, ‘청와대의 거짓말’ 등 직설적인 단어로 정부의 방송장악 기도를 비판했다. 상당수 언론인이 알면서도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을 공개한 이 보도로 상당수 국민은 진실의 언저리를 볼 수 있을 듯하다.

김 기자는 정부의 북한 눈치보기가 과도하며,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와 관련되거나 군사적으로 미국과 엮인 일이라면 보도를 통제한다”며 “취재 과정에서는 보안 조사 엄포를 놓고, 기사가 나가면 기자와 통화한 당국자들을 이유불문하고 줄줄이 기무사 같은 곳으로 불러 들인다”고 고발한다.

사실이라면 언뜻 보기에도 가볍지 않은 사안이다. 과거 정권 당시, 보도 통제와 검열은 전방위 비판대상이었다. 좌파 성향 시민단체, 언론노조, 당시 야당(현 여당) 등이 모두 들고 일어서며 날 서린 목소리로 비판했다. KBS 세월호 보도 외압 건이나 언론자유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방송사를 집어삼키는 큰 바람이 되었다. ‘공정 보도·방송 정상화’를 해야한다며 파업이 진행됐고 정당방위 격으로 멈춤 없이 오늘날 방송사를 집어삼켰다. 그 여파로 22일 KBS 고대영 사장은 해임 제청안이 의결됐고 이인호 이사장은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감했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한다던 이른바 ‘방송 정상화’가 마무리된 모양새다.

그러나 오늘날 시국은 오히려 “거짓이다”, “아니다”고 했을 때는 돌에 맞기 십상인 듯하다. 문자 폭탄을 받든지.

역설적이게도 누군가에게 돌을 던지는 이들 중에는, 스스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소통을 중시한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소통에 능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할수록 그 속에는 아집에 빠지기 쉬운 듯싶다. 스스로 무척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정의가 이겨야 하고 반성이 없다. ‘정의가 질 수 없기에’ 어떻게든 말꼬리를 잡거나 애매모호하게 상황을 모면하고, 편을 찾고,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드높인다. 도덕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치장하지만 지극히 집단적이고 독선적이기 쉽다.

도덕성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항상 “소통하겠다.” “경청하겠다” “겸허히 듣겠다”며 매번 비판의 목소리를 모면하지만, 이번 폭로가 사실이라면 그러한 도덕적인 단어들 속에 숨겨진 이면이 하나 드러나는 듯하다. 

사실상의 '노영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오는 SBS에서 김 기자가 불이익이 따를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고발한 점을 보면, 단 한 번 겪고 폭로하지는 않았다고 짐작해본다. 또한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수많은 기자들 사이에서 해당 기자에게만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언론자유를 소리높여 외치는 한국 언론계에서 그의 폭로에 공분하는 움직임은 적었고, 정부와 각진 태도는 홀로 책임져야하는 몫이 되어가는 모양새이다.

과거 '공정보도 훼손'을 외치던 잣대로 보면, 이번 건은 그 이상의 심각한 의미를 지닌다. PenN에 이어 시사잡지 미래한국이 비중있게 이 사안을 다뤘지만 주요 신문과 방송, 뉴스통신사는 모두 침묵했다. 과거 걸핏하면 ‘언론탄압이다’, ‘거짓이다’라고 외쳤던 이들은 침묵한다. 그들 집단은 ‘소통’과 ‘정의’를 외치며 승리를 쟁취했고, 이제 자신들은 정의이기에 이면은 굳이 파헤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언론은 '공정 보도'라고, '더 좋은 세상을 견인한다'고 그럴듯한 최면을 걸고, 정부는 출범 당시 "참모들에게는 이견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자유로운 소통을 강조했다. 공정보도가 이루어지고 이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지만 오늘날 세태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이런 분위기는 대중독재와도 맞닿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혼자서도 No를 외칠 줄 알아야 한다”던 어느 광고에서처럼 ‘No’를 멋지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전체의 ‘정의’에 반하는 꼴이 되기에, 집단주의적 사고관에서 벗어나면 돌을 맞을 위험이 도사린다. 돌을 맞을까봐 맞서면 폭력적이라고 매도되기도 한다.

차라리 집단에서 벗어나 ‘개인’으로서 편향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는 사람은 거칠지만 진실되다. 집단주의적 사고에 눈치보는 한 진실을 말하기 어렵다. ‘집단’에서 ‘개인’을 죽이고 집단주의적 사고관에 근거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든 눈치를 봐야한다. 개인의 생각은 주변의 눈총과 견제, 나아가 무시와 폭력 가운데 위축된다.

그래서 이번 건과 같이 ‘거짓이다’라고 진실을 밝히는 폭로가 가치있다. 집단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진실'을 밝힌다. 이와 같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주의 사상에 입각해 “아닌 것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자가 더 늘기를 희망한다.

다만 진실은, 분별없는 허상에 기대어 분란을 일으키기보다는 치열한 공부 끝에 '진실'은 얻어질 것이다. 배울수록 공부할수록 더 넓은 세계가 있고, 모르는 분야에 있어서는 한없이 겸손하게 다시 공부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매번 진실은 알기 힘들다. 하지만 의심하고 공부하여 소중한 진실을 파내고자 한다. 항상 진실이 묻히지 않기를 기대한다. 또한 언론이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어렵게 드러난 폭로에 대해서 개인이 '진실'을 환하게 유지해주길 바란다. 만약 오늘날 시대가 ‘반(反)자유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듯한 방향이라면, ‘아닌 것은 아니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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