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23.4.26(사진=연합뉴스,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23.4.26(사진=연합뉴스,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지 500일을 넘긴지 하루가 되는 23일,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국제정치공간에서 이루어낸 안보정책의 요체는 바로 'NCG(핵협의그룹)'이라는 한미동맹간의 조직이다.

특히 한미동맹관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과의 북한의 주요 위협인 핵·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안보협력기구로 NCG를 기획했다는 점은, 타국동맹체제보다도 더욱 높은 신뢰도를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련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심의 안보협력체제가 전세계 지역 중 도전적 행태를 받게 된 데에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제도주의 중심체제가 도전을 받게된 모양새다.

그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미국 대선,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척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으로 미국 안에서부터의 외교정책 기조가 바뀔지도 모르는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한미관계가 어떤 변화를 강요받게 될 것인지도 관건이다.

즉, 미국에서의 큰 변화가 한미관계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조짐이 있다는 것. 미국 외적으로는 그동안 70여년 동안 타국과의 제도적 협력을 통해 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제도주의 체제가 전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과 자국 중심주의 등의 현실주의적 정치관을 내세우면서도 동맹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여온 미국 내의 대선 후보자급 인물의 재부상 등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데에 있다.

그래서 <펜앤드마이크>는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의 고려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반도'에 참석한 김성한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김성한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실장, 국가안보정책결정체계의 수장을 역임한 인물로 윤석열 정부의 안보전략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NCG' 기획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랬던 이가 바라보는 세계 국제정치의 변화에 대한 민감성은 한반도 내의 한국정치와 북한이라는 지역안보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질서 속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공간에서 어떤 식으로 움직여왔으며, 이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지,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안보정책을 입안조정해 온 그를 통해 현 정부의 안보정책 기조를 되돌아볼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기회일지도 모르는 만큼 직접 열변을 토하며 강조했던 이날 그의 목소리를 거의 모두 기록했다.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그의 이야기를 단문 형태가 아닌, 전문 질의응답 방식으로 남긴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사진=연합뉴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전략경쟁이 우리나라 외교 정책에 있어서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 하는가.
▲ 오늘 제가 말씀드릴 것은 미국과 중국, 미중 전략경쟁과 한미관계의 좌표 등 거시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미중 전략경쟁, 미중 관계는 우리나라의 외교 안보, 더 나아가 경제 등 이런 문제와 관련한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거의 상수화되어 가고 있다고 본다. 정부에 있으면서 중요정책을 내리게 될 때 이렇게까지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가라는, 어떻게 보면 회의가 들정도로 우리 앞에 직접 다가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거대 담론으로 시작한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국제질서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국제질서, 미중전략경쟁의 양태가 앞으로 동아시아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제반 평가 속에서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전략적, 정책적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여야 할지 말씀드리고자 한다.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소위 LIO라고 불리는 이 질서의 정체가 무엇인가?
▲ 미국은 지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기 위해서 자본주의 자유무역, 인권, 다자협력 등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서구 동맹 세력으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게 된다. 자유주의 이념과 군사력으로 국제질서를 대변하는 일종의 리더 역할을 해왔다. 냉전시기에는 하나의 규범으로 체계화한다. 규범 기반의 세계질서로의 지속을 강조하며 규범의 핵심이 바로 개별 국가에 대한 주권존중, NPT 체제. 대량살상무기(WMD) 금지, 인권 존중 등의 규범을 지속 강조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규범은 공산진영에 대해 정치, 경제, 문화 등에서 도덕적 우위에 설 수 있는 전략적 수단으로 작동했다.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현재 어떤 상태인가?
▲ 탈 냉전을 계기로 구 공산진영으로 확대되었다. 9.11 테러로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폭력이 가해졌고, 미국은 즉각적인 군사적 대응으로 나섰지만 최근 깊은 수렁에 빠지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 2008년에 미국발 금융위기에 문제가 생기면서 워싱턴 컨센서스, 즉 무역자유화, 탈규제, 민영화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면서 베이징 컨센서스, 즉 정부 주도 경제, 조화경제 형태로 잠시 등장했지만 미국이 금융위기를 재빠르게 극복하면서 아직은 워싱턴 컨센서스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것으로 가게 됐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려는 미국에 대해 중국이 맞선다는 것인가?
▲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등 일련의 사태를 겪었는데 이를 미국이 제대로 통제 못하면서 미국 주도의 질서를 수정 또는 도전하려는 그런 나라들이 등장하고 이런 나라들의 행동이 공격적으로 강화되는 현상을 보면서 지정학의 귀환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미국에 대하여 지정학적 도전을 하려는 그런 시대가 왔다는 것으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기존 패권국과 도전 세력들 간 전략경쟁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전략 경쟁이라는게 정확히 어떤 싸움의 형태이고 무슨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건지?
▲ 전략 경쟁이라고 한다면, 이를 권투시합처럼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장기간에 걸쳐서 이해가 상충되는 라이벌 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포괄적으로 충돌이 생기는 것을 전략경쟁이라고 한다. 수정주의적 색채가 바로 중국, 러시아, 중동의 이란 등 새로운 도전 세력으로 간주되었다.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이런 게 과연 계속될 것인가는, 자본주의 경제를 운영하는 민주주의 국가는 여전히 건재한가, 반면 수정주의적 의도를 갖고 부상하는 나라들의 관계는 단단한가를 봐야 한다. 이들을 보면 정체성·역사·이해관계 등으로 견고한 반(反)패권 세력 등을 형성하기가 힘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략경쟁 상대는 북중러 등 북방 3국 같은데, 이들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 한미일 vs 북중러 등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많이 접하면서 나름 내린 결론은 중국과 러시아 관계는 일종의 정략 결혼이라는 것이다. 상호 신뢰관계 보다는 편의에 의해 코엘리션을 맺고 있는, 자유민주적 가치에 의한 서구 동맹과는 달리 상당한 거리감을 갖고 있는 관계가 아닌가 하는, 그런 것을 감안하면서 정책을 입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나름대로 어떤 유연성을 갖고 있느냐는 평가가 중요할 것 같다.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지금 잘 작동하지 않다는 것인가? 그 근거가 되는 지표가 무엇인가.
▲ 중요한 축 중의 하나가 바로 유엔(UN)이다. 어제(21일) 대통령(윤석열)의 유엔 연설에서 유엔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최근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유엔을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스스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데도 그런 어떤 자생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주도의 금융질서를 세계질서로 인정할 수 있겠느냐라는, 세계화가 부익부 빈익빈, 즉 남북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포퓰리즘이나 가짜뉴스 등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지속가능한가라는, 과연 (국제적인 제도주의적)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중요 축으로 (유엔이) 작동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제기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ㆍ평화ㆍ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에는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 김성한 고려대학교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한다. 2022.1.24(사진=윤석열 후보,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ㆍ평화ㆍ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에는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 김성한 고려대학교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한다. 2022.1.24(사진=윤석열 후보,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미국의 대외전략의 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는 뜻인 것 같은데, 지금 국제질서의 판세는 어떠하다고 보는가.
▲자유주의 국제질서(약칭 LIO)를 주도한 미국의 힘과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쇠락한다고 하지만, 다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쇠락한 만큼 중국이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하고 있는가라는, 미국이 약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타 강대국의 힘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전세계의 국방비가 대표적이다. 현재 미국을 제외하고 국방비를 많이 쓰는 나라, 10개국을 합친 것보다 미국이 더 많이 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나 문화적 매력 등 여전히 '미국, 미국' 이렇게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GDP를 추월한다고는 하지만 그게 곧 국력은 아니므로 (국력을)초월한다고 할 수는 없다.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여전히 균형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이해해도 되는 것인가.
▲ 세력전이(국제정치 공간에서의 힘의 평형 상태가 깨어져 재편되는 개념적 용어)를 보자면, (역사적으로 강대한 세력권의 핵이)영국에서 미국으로, 로마에서 오스만투르크로 갔다. 세력전이가 발생하기에 앞서서 패권국 주변에서 동맹을 형성하는 나라가 거리를 두고 새로운 도전국 쪽으로 다가가는 현상(동맹전이)이 나타난다. 지금 현상을 보자면 아시아 주요 동맹국들이라던지 그 행태를 보면 중국 쪽으로 말을 바꿔타는 현상이나 조짐은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동맹국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나라가 중국에 가까이 간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내면을 들여다보면 미국을 움직이기 위하여 중국을 카드로 쓰는 모습이다. 여전히 미국의 동맹 시스템은 건재하지 않느냐는 잠정 결론을 내릴 수가 있었다.

-미국 내부의 문제가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그 근거로 볼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인가.
▲포퓰리즘의 경우, 그 구조적인 배경이 있는 것이다. 곪아터지고 있는데 미국이 밖에 나가서 해결사 노릇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하는 그런 이야기인데, 미국 고속도로 가보면 덜컹거린다. 미국에서 전략폭격기(B1-B) 이런 걸 날린들 유권자 마음이 흔들리겠느냐는 것이다. 바이든(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 트럼프로 대변되는 미국 우선주의자(현실주의). 문제는 후자가 동맹을 상당히 경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집권가능성이 현재는 절반까지는 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의 6개 경합주를 보면, 아리조나, 조지아, 펜실베니아, 위스컨신,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최근 여론조사 보니 불과 2달 전까지는 3~4%정도 앞이었는데 최근에는 비슷해졌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은 50% 정도가 되고 많은 나라들이 플랜B를 세우느라 분주한 것 같다. 우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미국이 가진 힘(power in possession)과 사용하는 힘(power in use)간의 간극이 커지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의문부호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 대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시 현재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예상가능한 시나리오가 있나.
▲미국 중심적 동아시아, 미중 경쟁의 동아시아, 미중일 협조체제 등의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는데 국제질서의 뚜렷한 대안을 중국이나 러시아가 제시를 하지 못하고 있고 그런 연대가 그리 강해보이지는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상황에서 당분간은 미국 중심적 동아시아 질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다. 다만, 바다를 둘러싼 경쟁으로 제해권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중국의 제해권 장악 노력이 우리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인가.
▲중국의 해안선을 보면 왜 대륙국가가 아닌가 하는, 즉 중국은 충분히 해양국가여야 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해군력·공군력, 두개가 같이 간다. 지도를 보자면 눈길이 가는 선이 있다. 다들 익숙하실텐데, 제1도련선과 2도련선이 있다. 중국은 제1도련선을 돌파하기 위해 남중국해를 내해로 만들고 있다. 그런 노력들이 인공섬 구축이라던지 자유항행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이 선들을 돌파하는 방식을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오일탱크들이 남중국해에 지나가는데, 어떻게 보자면 자유항행을 막으려는 태도가 우리의 국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상황이기에 캠프 데이비드에서 남중국해에 관련된 그런 언급들이 있었다.

-그러면 중국이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도전한다는 것 같은데, 곧장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인가.
▲결과적으로 제해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것인데, 존 미어세이머 교수(시카고대학교,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원저자)가 중국은 미국이 걸어온 길을 추구한다고 봤다. 지역 패권국이 된 상황에서 미국이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카리브해를 내해화 하는 것이었다. 함부로 배를 띄우지 못하게 했다. 사실상 영해화 하는 작업을 했고 미군의 해군력을 강화하여 외부적으로 힘을 투사할 수 있는, 많은 군사기지를 운용하고 있는 미국은 세계 도처에서 위기가 발생할 때 빠른 속도로 대응이 가능한, 그런 걸 강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가시화되는 현상이 있고, 그래서 패권국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과정을 중국이 따라간다고 볼 때 미국, 일본, 인도 등과 같은 역내 강대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재하기에 지역 패권국으로 올라서기가 아직은 어렵다.

[뉴스쏙]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우린 하나 될 때 더 강해".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023.8.19(사진=연합뉴스)
[뉴스쏙] 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우린 하나 될 때 더 강해".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023.8.19(사진=연합뉴스)

-중국이 한반도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노력은 계속되는 것 같은데, 이를 막을 방안은 무엇인가.
▲그 다음, 미국과 중국간 한반도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북한을 완충국가라고 해서 가끔은 미친 짓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을 직접적으로 문앞에 들이는 것을 막는 일종의 경비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어하며, 계속 영향을 미쳐오고 있기 때문에 전략경쟁이 약화될 조짐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는 동북아 안보지형의 문제인데, 제가 오랜시간 대통령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공들인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였다. 그간 부담이 되어 온 한일관계를 전략자산화 시킬 수는 없을까 하는 그런 고민이 있었다.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체제가 그 해답인 것 같다는 의미같은데, 북중러 북방 3국 협력체제도 강화된 위협이 될 것 같은데.
▲결국 한일관계를 개선시킬 수밖에 없으며, 진정한 협력의 메카니즘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려고 했습니다만, 물론 숙제는 계속 있다. 다만 그 배경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의 도발을 계속 하고 있는 상황에서...이러한 거듭된 군사적 도발에 대해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의 결의안 채택은 물론 의장 성명 조차도 비토(veto, 거부)하는 그런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간접적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는 메시지는 없을까 하여 그걸 논의한 결과, 정답은 결국 한미일(안보협력체제)라고 봤다. 쿼드도, 오쿠스도, 파이브 아이즈도 아니고 한미일이다. 종합해보자면 한미일이 군사력 측면에서, 지리적인 위치에서도 한미일이 똘똘 뭉쳐서 전략적 연대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중국에 대한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북한에 대한 강건한 억제력, 더 나아가서 중국에 대한 전략적 메시지라는 차원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매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강화된 것이 한국과 미국·일본 때문이 아니라 그들(북중러)의 행태가 한미일 강화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을 다시금 말씀드린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때문에 한반도 위기론이 고조된다. 어떻게 보는가.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에 대하여,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대만 이야기가 한반도 이야기보다 주요 매체에서 훨씬 많이 등장을 했을 것이다. 여러가지가 이유가 있겠지만 중국 시진핑(주석)이 대만통일을 이야기 했고, 미국은 중국이 틈새를 이용하여 대만 침공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 미국 NSC에 '당신들 너무 대만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냐', '대만과 한반도는 불가분의 위기이고, 대만 위기시 한국은 전군의 비상경계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 등, 대만 위기 사태 발발시 주한미군이 함부로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유로 동원될 수 없는 구조적 위기가 있다. 대만 위기는 한반도와 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대만 주위의 여러 지형을 보면 해변의 양태가 거의 진흙이다. 모래가 아니다. (중국인민해방군 입장에서 대만으로의)상륙작전을 하기가 대단히...아무리 폭탄을 퍼부어도 결국 점령을 하려면 상륙작전을 지상군이 해야하는데 현재와 같은 (진흙)상황에서 상륙작전을 만약 중국인민해방군이 감행하게 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동맹에 대해 종래의 미국 지도자들과는 다른 생각은 가진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하면 어떻게 된다고 보는가.
▲이번 2024년 미국 대선을 통해 신고립주의적, 동맹경시적 사고를 가진 후보가 당선되면 상당히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것 같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트럼프 같은 경우 친(親)러시아 성향 인사로 간주가 된다.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공고한 연합을 와해시킬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입장에서는 상당히 상업적으로 동맹관계를 접근하는 그런 (트럼프의)모습을 집권기에 보여줬기에 (미국과)반목한다면 제반 관계에 있어서 상당한 잡음이 불가피하다. 바이든(현 미국 대통령)은 NCG라고 하여 한국이 미국의 핵무기 운용 시스템으로 보다 더 들어갈 수 있는, 굳이 핵을 갖지 않고서도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직접적 체험을 통해 확장억제의 통합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그런데 트럼프 집권기에 과연 그러한 상황이 가능할까. 비용을 충분히 대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상당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래도 미국과는 NCG를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추가 과제는 무엇인가.
▲한미관계의 좌표는 결국 (우리가)궁극적인 키를 쥐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우리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제연대에 기초한 자강, 무조건적인 자강이 아니라 국제연대를 활용하면서도 자강을 하는, 그 기반에는 주인의식이어야 할 것이다. 조금 전 말씀드린 핵협의그룹(NCG)이 출범했는데 솔직히 별로 시간이 없다. 미국 대선 전까지 우리의 군 지휘부가 핵무기 운용시스템상에 녹아들기에는 시간이 다소 부족하다. 제 마음이 조급해지는데, 기본적으로는 유사시 핵억제를 위한, 북한의 김정은이 핵을 쓰겠다고 위협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작전 플랜이 아주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작전 계획화하여 내년(2024년) 을지자유의 방패 훈련때까지는 완성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 그리고 한미일 안보협력체제, 이를 공고히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어젠다(Agenda)를 발굴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며, 캠프 데이비드를 기점으로 본격화하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유럽처럼 동북아지역에서도 남북한 통일 한국, 미국이 주도하면서도 필요하다면 미·일·중·러 등에 대하여 다자안보협력이 우리의 비전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결정적인 통일의 기회가 왔을때 난데없는 훼방꾼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여 진정한 통일로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서 G2라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중요행위자로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또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며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연대를 강화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이날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반도' 세미나에는 김성한 교수 외에도 김동원 고려대학교 총장과 이재학 서어서문학과 교수와 김동원, 정승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인 남성욱 교수와 이동선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신화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등도 함께 자리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국가안보실장이었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반도' 세미나에 참석해 설명하고 있다.2023.09.22(사진=조주형 기자)
국가안보실장이었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반도' 세미나에 참석해 설명하고 있다.2023.09.22(사진=조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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