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년 전인 2018년 9월18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을 北 평양에서 만났다. 바로 '9월 평양공동선언'을 위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일환이었는데, 3년이 경과한 현재 모두 신기루(蜃氣樓)에 지나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9월 평양공동선언'이 있은지 3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북한의 무력 도발을 묵인하고 있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11일과 12일 신형장거리순항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성공했으며, 지난 15일에는 KN-23 탄도미사일을 열차에서 발사했다는 보도를 통해 '9월 평양공동선언'이 족쇄가 됐음을 알 수 있다.
문제의 '9월 평양공동선언'은, 곧 '9·19 남북 군사합의'로 연결된다. '9·19 남북군사합의'의 주요 합의사항은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해상 평화수역화 ▲교류협력과 접촉 왕래 활성화를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 강구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강구 등 5개항이다.
여기서 마지막 다섯번째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강구' 조항이 종국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바로 '주한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의미한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철수론'은, 1991년 남북고위급 회담장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요구하면서 불거진 사항이다. 당초 1980년 제6차 조선노동당 당대회에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 노선(NL-PDR)'을 천명함에 따라 이미 설정된 대남 사업 방향이지만, 직접적으로 우리나라와의 회담에서 표출된 것은 1991년 남북고위급 회담에서였다.
당시 '주한미군 철수론'은 北 김일성의 유훈으로 자리잡게 된다. 일명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론'인데, 이는 한반도 상의 외국군 훈련 및 주둔 전면 철수라는 왜곡된 '자주·평화' 원칙으로써 우리나라를 겨냥한 기만술로 활용된다.
한마디로 북한은 30년전부터 '핵(核)'을 보유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요구했던 것인데, 마지막 5번 조항 '군사적 신뢰 구축'은 북한과의 군사합의 이후 육해공 등 3종 공간에서의 군사력 밀집 해체를 '검증'하는 군비통제 시스템을 넘어 종국적으로 주한미군의 철수를 내세운 것이다.
여기서 북한의 대남 핵전략을 바라보는 쟁점이 도출된다. 북핵(北核)을 자위용인지 혹은 공격용인지를 두고 그동안 적전 혼란이 있어왔다. 기자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몇 년전 우연히 알게 됐던 국가정보원에서 30년간 대북정보분석관으로 있었던 곽길섭 국민대학교 교수에게 지난해부터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지난해 9월19일,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북핵이 대외 공격용이냐 혹은 체제보위용이냐는 질문은, 정말 상식적이지 않은 질문입니다. 이미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해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수십년 동안 그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우리는 정작 그것의 용도가 무엇이냐를 두고 논쟁하고 있습니다. 그같은 논쟁을 하는 동안 북핵은 계속 고도화되고 있는 중입니다!
▶ 대남용으로 엄청난, 가공할 위력을 갖고 있는 북핵은 일종의 전략무기입니다. 대외적으로 그게 무엇이든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못하게 만드는 하나의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는 겁니다. 즉, 체제보위용을 넘어 대외 위협용 '무기'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북핵의 운송수단 격 무기인 SLBM(잠수함 발사탄도탄 미사일)이 계속 고도화될 경우 우리가 처한 핵 인질 상태는 계속 심화된다는 겁니다. 그런 점을 보면 북핵은 단순히 체제보위용을 넘어 그 이상의 무기가 된다는 것이죠.
북핵이 고도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미북정상회담 이후부터 줄곧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강조해왔다. 최근까지도 이를 재강행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는데, 주한미군 철군 가능성은 어떻게 봐야할까.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16일 본격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탈레반에 의해 아프간 정부가 전복됐고, 미군이 철수하면서 이슬람 원리주의 폭력세력인 탈레반에 의한 참극이 연일 벌어짐에 따라 '조선반도 비핵지대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주목되는 것이다.
북한의 3대 철권 통치자들은 단 한번도 '북핵 폐기'를 뜻하는 '북한 비핵화'를 거론한 적이 없다. 北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는 北 김정일-김정일의 유훈인 '주한미군 철수론'인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론'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국정원 출신의 또다른 고위급 전직 대북정보분석관들은, 북핵에 대응해야 하는 대한민국이 취해야할 전략에 대해 어떤 기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을까. 다음은 그가 지난 5월 기자에게 밝힌 이야기다.
▶ 평화와 통일? 좋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나 목적도 올바른 모습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자유통일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비핵화에 대한 일종의 분식 합의는 나라를 통째로 팔아먹는 짓입니다. 정부의 어설픈 합의를 묵인해서는 안됩니다!
한편, 펜앤드마이크는 홈페이지 상단부 '관련기사' 항목에 명시한 지난 5월22일자 기사 <[2021 대북정책] '北 비핵화 8원칙' 누락된 한미 정상 공동성명···'앙꼬없는 찐빵'?>를 통해 지난 30년간 벌어진 북핵 위협사(史)를 확인할 수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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