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국가보안법 철폐론 속 박지원 국정원장의 거짓말 진위 파악 추적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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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지령을 받아 국내 지하 세포망을 조직하다 적발돼 대한민국을 경악케 한 '청주 간첩단'의 주요 혐의자들이 지난 2일 색출됨에 따라 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기서, 이들을 색출한 숨은 주역은 경찰청 안보수사국을 비롯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요원들이다.

대한민국 안보전선의 절벽 끝이나 마찬가지인 대공전선(對共戰線) 속 음지(陰地)에서의 이들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체제를 지킬 수 없었을 터다.

그런데 문제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부로 신임 국가정보원장에 취임한지 1년이 된 진보계 중진 정치인 박지원 씨의 공(功)이 아니냐는 엉뚱한 시선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처럼 단편적이고 근거가 빈약한 해석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실체적 구현수단인 국가보안법을 지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점으로도 옮아가는 형국이다.

지난 6월23일 경기도 소재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자리한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간첩을 잡는 것이 국정원의 일이고, 국가보안법에 대한 국정원의 입장은 폐지가 아닌 개정"이라고 강조하면서 힘을 받았다.

정말 그의 이같은 발언을 믿어도 될까. 펜앤드마이크가 그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추적·분석해 그가 숨진 '정치적 술수'의 민낯을 까봤다.

간첩수사 결과를 보도한 대한뉴스 1926호(사진=KTV, 편집=조주형 기자)
간첩수사(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결과를 보도한 대한뉴스 1926호(사진=KTV, 편집=조주형 기자)

① 與·靑과 연계된 '청주 간첩단 사건'의 핵심은 '국가보안법'···풍전등화 신세?

'청주 간첩단' 혐의자들의 핵심 적용 혐의는 국가보안법 4조(목적수행)·7조(찬양·고무)·8조(회합·통신)·9조(편의제공) 등이다.

중국으로 30여 차례 이상 출국해 北 공작원들과 접선 후 지령과 공작금으로 국내 세포 간첩망(間諜網)을 심으려는 수상한 행태가 국가정보원 등에 의해 적발됐다. 일종의 '소조 사업'으로써 청년과 린이집 보육교사, 의료원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단선 연계 및 정간 은폐형 의식화 배양 사업이었다는 게 국정원 측의 설명이다.

이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들은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노동특보단으로써 활동했던 자들이라는 점 또한 '친북(親北) 프락션(fraction) 전술'의 일환으로도 비춰진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정말 그럴까.

'친북 프락션 전술'이란 북한의 '반(半)합법 선거투쟁전술'로, 북한에 포섭돼 제도권 정당에 침투한 거물급 인사 배양 및 연북 인사와의 정치적 연대를 맺는 침투방식이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이들의 출국 이력을 감안하면, 국정원은 무려 19년 동안 이들을 끈질기게 추적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를 지난 18년 동안 국정원의 안전보장 활동이 아닌 최근 1년 동안의 '박지원 국정원 체제'의 성과로 국한될 수는 없는 대목이다.

여기서, 이들을 추적할 수 있었던 결정적 근거는 '국가보안법'인데, "국보법 개정"을 주장한 박지원 국정원장의 입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사진=청와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새로운 국정원 원훈석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정원 원훈은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2021.6.4(사진=청와대, 연합뉴스)

② 국보법 철폐론 내놓은 더불어민주당·정의당···황당한 대북관(對北觀) '노출'

국가보안법은 지난 1948년 12월1일 대한민국 법률 제10호로 제정됐다.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차원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 헌법이 스스로 좌초되지 않도록 '내부의 적(敵)'을 색출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수단으로써 기능해왔다.

이같은 기능에도 불구하고, 진보 성향 정권이 집권할 때마다 철폐 위기에 처했다. 심지어 지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 등장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이라는 조국통일 3대원칙이 북한에 의해 왜곡된 '국가보안법 철폐론'의 공세에 시달리게 됐다. 북한의 주장에 따라 국가보안법이 폐지될 경우, 재남 용공(容共) 활동 허용으로 '돌아갈 수 없는' 국면에 처하게 된다.

그 핵심 조항이 바로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의 죄)다. 국보법 7조가 폐지될 경우, 국내 각 요소 대표적으로 군의 중대급의 하위 소조에서 벌어지게 될 '국군와해전취전술'로 직결된다. 국방부 요원들이 한반도 유일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을 상대로 정통성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음이다.

왼쪽부터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선거통계시스템 출처),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선거통계시스템 출처),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지난해 10월22일 더불어민주당의 이규민 의원을 비롯해 김남국·김용민·김철민·신정훈·윤영덕·이동주·이성만·이수진·장경태·조오섭·최혜영 의원과 열린민주당의 김진애 의원, 무소속 김홍걸·양정숙 의원 등은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개정안(의안번호 2104605)을 내놨다.

정의당의 강은미 의원 역시 지난 5월20일 배진교·장혜영·류호정·이은주·심상정, 민주당 이용빈·기본소득당 용혜인 등 김홍걸·양정숙 무소속 의원도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2110236)을 내놓은 상태다.

이들이 내놓은 국가보안법 일부개정 및 전면 폐지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지원 국정원장의 의중이 드러난다. 바로 국회 검토보고서를 통해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첨부된 '국가보안법 일부 및 전면 폐지 개정안 검토보고서'.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의 7조 폐지안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전면 폐지안에 관한 법률 검토보고서가 실렸다. 2021.08.13(사진=조주형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첨부된 '국가보안법 일부 및 전면 폐지 개정안 검토보고서'.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의 7조 폐지안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전면 폐지안에 관한 법률 검토보고서가 실렸다. 2021.08.13(사진=조주형 기자)

③ "국가보안법 폐지 말고 개정해야" 박지원의 숨은 뜻···개정 대상은 무엇?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오른 '국가보안법 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보면, "국가보안법에 대한 국정원의 입장은 폐지가 아닌 개정"이라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의도가 드러난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전면폐지안 검토보고서상 관계기관 의견문으로 "▶ 국가정보원 입장 : 신중 검토"가 명시돼 있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국보법의 합헌성과 필요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 폐지 및 국정원법 직무 근거라는 점에서 '신중 검토'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민주당 이규민 의원의 7조 폐지안 보고서에서는 이같은 의견 자체가 명시돼 있지 않다. 국가보안법의 핵심 관계기관인 국정원의 입장 자체가 실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실린 기관은 경찰청인데, 경찰청은 "지금도 북한에 의한 체제전복활동에는 변화가 없는데다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검토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이다. 무려 한달동안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무 기관인 국정원의 박지원 원장은 왜 입장을 밝히지 않았을까.

기자는 지난 12일과 13일에 걸쳐 국회 정보위원회 및 국회 법사위 핵심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보고, 통화도 시도함으로써 그 이유를 확인했다. 국회 핵심 관계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한달 동안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측이 답신을 밝히지 않았다"라고 알렸다. 보안기관 측 관계단체 핵심 관계자들의 답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핵심은, "국가보안법에 대한 국정원의 입장은 폐지가 아닌 개정"이라던 박지원 원장의 의중이 결국 '제7조 폐지안'이라는 결론으로 향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원내로 넘어간 국가보안법은 향후 어떻게 될까.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7.29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7.29(사진=연합뉴스)

④ 국가보안법, 원내투쟁 수단으로 '전락'···국민의힘, 방어전략 고심해야 

통합진보당의 후예격 정당인 정의당이 주장한 '국보법 전면 폐지안'을 현 집권여당이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자당이 내놓은 '7조폐지안'은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그 이유는, 앞서 밝힌 국회 법사위에 근거로 올라온 국가보안법 법률 검토 보고서상 핵심 관계기관 국정원의 의견에서 나타난다. 전면 폐지에 대해서는 국정원 직원법과 연동되기 때문에라도 '신중 검토'라는 의견을 내놨지만, 국보법 7조만 '쪽집게 제거'하더라도 법적 파동 자체가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한듯,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가보안법에 대한 국정원의 입장은 폐지가 아닌 개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말한 '국보법 개정'은 '제7조 폐지'로 향하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을 거친 그는, 30년간의 정치무대에서 "협상과 양보"를 강조하며 이를 정치적 술수로 삼음으로써 살아남은 인물이다.

그런만큼, '국가보안법'이 원내투쟁 요소로 넘어간 만큼 향후 원내투쟁 전략에서 국민의힘이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안을 방어하기 위해 내세워야 할 정치적 희생안건을 찾아야 하는 '위기 국면'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무려 180여 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범여권 국회의원 73명이 8일 '국가보안법 7조 폐지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날 서울 마리나클럽 4층 M라운지에서 열린 토론회는 지난해 10월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안(2104605)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의 이규민 의원이 주최했다.2021.6.8(사진=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실)
무려 180여 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범여권 국회의원 73명이 8일 '국가보안법 7조 폐지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날 서울 마리나클럽 4층 M라운지에서 열린 토론회는 지난해 10월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안(2104605)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의 이규민 의원이 주최했다.2021.6.8(사진=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실)

⑤ '청주 간첩단' 사건의 숨은 주역은 '정치인 박지원'이 아닌 '현역 대공요원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복잡한 정치적 셈법과 달리, 법과 원칙에 따라 이번 청주 간첩단 혐의자들을 색출한 주역은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요원들이다.

전(全)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공을 박지원 국정원장에게 돌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무려 19년 동안 밤낮없이 '3역(域) 6전선'에서 적성자원(敵性資源)들을 추적한 이들 대공수사요원들의 노력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청주 간첩단 사건'이 최초로 알려지게 된 경위는, 이들 스스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따라 보안기관으로부터 압수수색 등 '공안탄압술책에 휘둘리고 있다'고 스스로 밝히면서 알려지게 됐다.

지난 2일, 청주지법은 이들 4명 중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기에 이르는데 그때까지 보안당국은 이를 밝히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여론의 공분을 사기에 이른다.

국가정보원 청사 내에 설치된 '이름없는 별' 조형물. 업무 중 순직한 정보요원들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조형물에 새겨진 별은 18개에서 최근 19개로 늘었다. 2021.6.4(청와대 제공)
국가정보원 청사 내에 설치된 '이름없는 별' 조형물. 업무 중 순직한 정보요원들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조형물에 새겨진 별은 18개에서 최근 19개로 늘었다. 2021.6.4(청와대 제공)

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서 30년간 국내안보 분야를 다뤘던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지난 5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간첩 혐의자들을 검거하게 되면, 통상 보도를 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높이는데 현 정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며 "설사 피의사실 공표죄라는 게 있더라도, 혐의자들을 기소하게 되면 당국이 발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도 않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19년 동안 추적했던 이 사건에 대해 특정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까닭 역시, '정무직 관료'라는 신분적 특성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 말기, 박 원장 입장에서는 '잘못 손댔다가 그 책임을 뒤집어 쓸수도 있다'라는 정무적 판단이 가능했을 대목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의 숨은 주역은 박지원 국정원장이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 체제전복을 노리는 위해세력들에 대해 자신의 존재를 숨김으로써 목숨을 걸고 평생을 추적하고 있는 대공(對共) 요원들이다.

국가정보원.(사진=국가정보원 SNS 캡처. 편집=조주형 기자)
국가정보원.(사진=국가정보원 SNS 캡처. 편집=조주형 기자)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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