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9.19(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9.19(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560일이 되는 이번 9월19일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조선노동당 당수이기도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9·19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한지 5주년 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당시 송영무 국방장관을 앞세워 일명 '9·19 남북군사합의'가 맺어졌는데, 정작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정부여당 곳곳에서 아우성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범국민적 여론은 시들해진 모양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전임 정권에서 추진했던 이 사건 ''9·19 남북군사합의'의 취지와 그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종의 피드백(feedback) 없이 어물쩡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그러다보니 북한을 대상으로 한 정체불명의 각종 합의에 관한 깊이있는 진단과 유사사례의 재현 가능성 등은 사실상 꺼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특히 북한과의 '9·19 남북군사합의'라는 행위가 적대적 상대방과의 군비축소(arms reduction) 가능성, 즉 양측의 군사력 증강을 서로 억제하여 군사적 충돌 압력을 낮춰보자는 취지의 군비통제(arms control)가 적용된 남북한 군축론의 허상이 되풀이 될 수 있음을 재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DMZ 중간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상 적대적 또는 미상의 항공기 침투행위를 금지하자는 내용이 담긴 '9·19 남북군사합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서울을 향해 무인기 도발을 감행했다. 이 것이 바로 '北 무인기 용산일대 상공 침투 사건'이다. 남북 합의를 맺어놓고 무력도발을 감행하는 일종의 양동전술을 쓴 셈인데, 남북한 군축론의 허상을 여실히 나타내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통일연구원(원장 김천식)은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9.19 남북군사합의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통일정책포럼을 열고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수렴했다. 이번 포럼의 첫 기조발제를 맡은 이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군 장성 출신의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번 편에서 <펜앤드마이크>는 독자들에게 정권 교체 이후 그간 잊혀졌던, 일명 '9·19 남북군사합의'에 관하여 일종의 피드백 차원에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뒤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 2018.09.19(사진=연합뉴스, 편집=연합뉴스)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뒤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 2018.09.19(사진=연합뉴스, 편집=연합뉴스)

#1. 軍장성 출신 與 신원식 "안전보장 위한 남북한 군비통제, 北核 개발 등으로 사실상 퇴색"

먼저 통일정책포럼의 기조발제를 맡은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의 이야기다. 야전군에서 수십년을 근무했던 군 장성 출신이라는 그의 본원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5년 전 북한과의 남북군사합의가 어떤 맹점을 갖고 있었는지 쉽게 간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신원식 의원은 이날 기조발제를 톨해 '9·19 남북군사합의의 문제점'과 '9·19 남북군사합의 개선방안' 두가지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핵심은 북한의 핵무기 폐기(dismantlement)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안전보장태세를 와해시켰다는 것.

지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부터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1992년 한반도 비핵화선언에서의 핵무기 제조 및 핵실험 금지 등 8원칙 위반 사례를 비롯하여 북한의 NPT 탈퇴 선언과 1994년 제네바 합의 위반 건 등 수도 없이 많은 위반사례가 있지만, 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은 바로 서로간 안전보장을 위한 검증, 즉 '군비통제의 기본원칙'을 위배한 사례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군비통제(arms control)이란, 적대적 양측 간의 군사력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군사적 압력의 수위를 낮추고 갑작스러운 충돌로 인한 희생을 막고자 서로간 동등한 수준의 상호감시활동(감시범위, 감시영역, 감시수준 등)을 맞추는 일련의 행위인데 이를 완전히 훼손시킨 것이 9·19 남북군사합의라는 것이다. 군사력의 격차가 현저한 상황에서 공중감시능력이 탁월한 우리나라로 하여금 되려 DMZ 상의 공중영역에 대한 감시활동을 못하게 막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정보감시능력의 자체적인 훼손으로 인해 기존 재래식 전력의 우위가 조선인민군에게 보다 유리하게 재조성되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국방부 대변인이었던 문상균 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역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문 前 대변인은 이날 "MDL 기준으로 고정익 항공기(동부 40km, 서부 20km), 회전익 항공기(10km), 무인기(동부 15km, 서부 10km), 기구(25km)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대변인이었던 문상균 교수에 따르면, "'9.19 군사합의'가 초기단계에는 정전협정의 정신과 기능을 일부 복원하면서 북한의 도발 억제에 일정부분 기여하였으나, 북한의 합의 위반이 이어지면서 도발 억제 기능을 상실해다"라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북한의 핵개발 중단을 위한 어떤 조치도 진전되지 못하면서 적대적 대립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9.19 군사합의'의 합의정신은 이미 퇴색된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말했다.

국방부 전 대변인 문상균 교수는 이날 "9.19 군사합의에 대하여 현 정부가 일방적인 파기를 하게 될 경우, 정치적 선언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는 있으나 법적 근거는 없기에 남북관계발전법 상 효력정지를 고려해 볼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효력정지를 택한 데에는, 탄력성을 담보할 수 있기에 향후 안보상황 급변시 유연하게 태처할 수 있는데다 (윤석열)대통령에게 법률에 따른 효력정지 권한이 부여되어 있어 선포가 가능하다라는 설명이다. 다만, 어떠한 조건에서 효력정지를 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할 사항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남북은 19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정상회담에서 육상과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2018.09.19(사진=연합뉴스)
남북은 19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정상회담에서 육상과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2018.09.19(사진=연합뉴스)

#2. "남북한 핵 불균형 상황 하에서 추진된 9.19 남북군사합의, 추진 경위 국민들께 설명해야"

그렇다면 9.19 군사합의 이후, 즉 윤석열 정부의 '9.19 군사합의 이후'의 대처방안과 추진 과제로는 무엇이 있을까.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해서 그 전임 정권이 행해오던 특정지역안건에 대해 무작정 뒤집고 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처럼, 어떤 조건에서 어떤 수위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하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통일연구원 원장을 지냈던 전성훈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의 이야기도 함께 소개한다. 그 역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9.19 군사합의가 '군비통제(arms control)'이라고 하는 길지 않은 역사적 개념을 통해 이를 설명했는데, 그의 이날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전임 정부는 9.19 군사합의를 통해 남북한 신뢰구축 조치를 기대한 것 같은데, 이와 같은 신뢰구축이 어려웠던, 그러니까 역사적 경험상 결론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적대세력과의 신뢰구축은, 적의 군사력에 초점을 맞추고 불필요한 긴장고조를 막으면서 오판 등에 의한 무력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제한된 역할의 기능을 하는 것인데, 이걸 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신뢰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즉, 신뢰구축만으로는 상대방의 의도와 그 진정성을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보면,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도 있는데 바로 그것이다. 상대방과의 신뢰구축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오히려 안전보장을 해칠 수도 있다.

-그러면, 군비통제(arms control)의 기본원칙이라는 건 무엇인가?
▲군비통제의 기본 원칙이라 함은, 상호주의를 비롯한여 서로간의 투명성 확보 그리고 등가성이다. 공개 가능한 정보를 가급적이면 공개하도록 하여 믿지못하게 되는 요인들, 불확실성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신뢰를 쌓는다는 것이다. 정찰활동을 통해 오히려 상대방이 군사적 충돌을 꾀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9.19 군사합의에서의 정찰활동 금지는 되려 군비통제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으로, 오히려 눈을 감아서 안본다면 안전이 보장된다는 그런 '깜깜이 합의'라는 였다는 게 문제다. 그때 당시 9.19 합의를 추진했던 사람들은, 대체 이런 걸 알면서도 왜 추진한 것인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9.19 군사합의가 군비통제의 기본 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인데, 기본적인 요건도 결여했다고 보는가?
▲군비통제의 기본요건으로는 검증, 분쟁해결, 유효기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를 9.19 군사합의와 정합해보자면, 검증분야에서 북한의 군사력 또는 침략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장치가 부재했을 뿐만 아니라 분쟁해결 요건에서도 분쟁 발발 시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장치 등을 9.19 군사합의에 담아냈어야 했다. 유효기간 요건도 문제였다. 9.19 군사합의가 유효한 일종의 이행기간을 담았어야 했는데, 추후 연장 여부 등을 논의하는 방향이었어야 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지만, 사실상 북한의 비대칭적 핵위협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나라 정권의 집권 여부와 관계없이 핵위협은 계속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재래식 군비통제의 타당성 재검토에 관한 의견은 어떠한가?
▲지금 북한이 (2022년 핵무력 정책법 등)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서 핵사용을 전제로 하는 핵전략까지 공표한(자칭 핵무력 정책법) 상황에서, 예전처럼 재래식 군비통제를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럽같은 경우에는 핵vs핵 구도의 균형 속에서 재래식 분야의 신뢰구축을 통해 군축(군비축소, arms reduction)을 발전시켰는데, 우리나라는 북한의 핵무기 등 화생방 관련 WMD(대량살상무기)가 압도하기에 유럽의 군축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유럽 등지에서의 재래식 군비통제는 핵균형이 맞춰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인데, 핵 불균형 상태인 지금의 우리 상황으로서는 북한과의 재래식 군비통제를 추진하는 건 오히려 안보를 저해할 수 있음이다.

-9.19 군사합의같은 경우, 이를 탈퇴 또는 해체하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어떻게 보는가.
▲국제ㅏ회에서 군비통제 조약에 관한 탈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사항이다. 1980년대 후반 미국과 소련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제한조약(INF) 같은 경우, 지난 2019년과 트럼프 정부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조약에 가입해서 국익훼손이라고 판단한 회원국은 탈퇴할 수 있다는 게 국제사회에서 인정되는 주권국가의 권리 아니겠는가. 전임 정부에서 체결한 합의가 국가안보에 해롭다고 판단되면, 이를 탈퇴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방안을 북한에 제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2022.7.6(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2022.7.6(사진=연합뉴스)

#3. "9.19 군사합의라는 안보 해체 현상, '할 수 있을 때' 추진하여 정상화해야"

전임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9.19 군사합의를 통해 북한의 군사적 압력을 낮추고 자칭 '평화 프로세스'라고 하는 과정으로 이행하려는 기획을 추진했지만, 북한의 핵무력 정책법의 등장과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및 군사적 도발 등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윤석열 정부가 어떤 형태로 대북태세를 견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눈길이 모아진다. 전술한 것처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과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의 군비통제에 관한 현황 진단과 함께 9.19 군사합의문으로 남아있는 사장된 이 합의에 대한 정부여당 측의 전략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이야기는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산하 외교안보센터 소속 이윤식 박사의 이야기다. 여의도연구원의 이윤식 박사의 이야기를 통해 정부여당의 대응 방안 선택지는 무엇이 있는지, 어느 속도로 추진되어야 하는지를 인터뷰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전술한 9.19 군사합의가 가진 문제점들을 지적했던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남북한 군비통제는 사실상 실현이 어렵다는 분석으로 이어지게 됐다. 그렇다면 9.19 군사합의에 대한 국민 여론의 추이는 어떠했는가.
▲ 지난 2020년 8월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실이 성인남녀 1천5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조사해보니,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반복적으로 위반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비율이 76.7%였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0.2%였다. 즉각폐기 23.5%, 재협상은 31.0%였던 반면 현상유지는 15.5%, 추후판단 27.4%였다. 폐기·재협상 54.5%, 유비·유보 42.9%로 나타났다. 2019년 8월 쿠키뉴스 여론조사에서는 유지 45.3%, 폐기 41.5%였으며 지난 2022년 10월 시사저널 여론조사에서 북핵 실험 추진시 9.19 군사합의 파기론에 대해 44.4%가 동의를, 50.9%가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약 찬반 측이 각각 절반가량 수준이고 '잘 모른다'라는 의견 즉 판단 자체를 보류하거나 또는 유보적인 성격의 답변을 보이는 소수층이 계속 나타나는 것 같은데.
▲9.19 군사합의에 관하여 2018년부터 2022년 즉 작년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9.19 군사합의 직후부터 지금까지 지난 5년 동안 이에 대하여 여론조사상에서 우리 국민들은 사안·시기별로 미세한 차이를 보이기는 하나 결과적으로 좌우 진영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양분되어 있다는 게 나타났다. 이처럼 여론조사상의 결과가 양분된 진영 대결 양상을 보이는데, 이럴 때의 문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나 사고체계는 마비되며 대화와 설득 또는 토론이나 합의가 불가능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다만, 눈길이 가는 부분은 이러한 극단적으로 양분된 모습 속에서도 약 30% 가량의 '중도적 의견층'이 포함되어 있다는 게 포인트다.

-이를 정리하자면 안보분야 측면에서는 북한과의 군비통제는 역사적 경험상으로 실패한 것이므로 사실상 폐기처분 상태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보는 시각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어 보이는데, 이와 같은 중도층 입장을 고려한 맞춤형 대비안은 무엇이 있겠는가? 
▲진영이 양분되었을 때에는 사소한 의견 대립이 과도한 논란을 불러 일으켜 진영간 확전 양상으로 번질 수 있는 바,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망된다. 이 사안은 '하고 싶을 때'보다는 '할 수 있을 때'를 기다려야 하는 사안으로 풀이된다.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할 경우 '할 수 있는 순간'이 왔을 때 추진하여 전술한 9.19 군사합의라는 안보해체 현상을 복원 및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는 북한이 확실한 명분 즉 7차 핵실험 또는 고강도 군사도발 등을 감행하여 국민여론이 크게 변화하였을때 그 동력으로 9.19 군사합의의 완전한 폐기에 나서는 게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연구원(원장 김천식)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9.19 남북군사합의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통일정책포럼을 개최했다.2023.09.12(사진=통일연구원, 편집=조주형 기자)
통일연구원(원장 김천식)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9.19 남북군사합의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통일정책포럼을 개최했다.2023.09.12(사진=통일연구원, 편집=조주형 기자)

#4. "9.19 합의, 북한의 위반으로 정당성 상실···우리 입장에서는 이제 부담감 없다"

그동안 9.19 군사합의에 관한 지적은 수도없이 언급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지적되어온 사항은, 지난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북한의 협상 행태 즉 '화전양면(和戰兩⾯)전략'이라는 형태 안에 갇혀왔다는 것이다. 지난 5년 전 문재인 정부 또한 9.19 군사합의 과정에서 대화와 군사적 도발행위를 반복해온 그들의 행태를 다시금 답습해왔다는 게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의 지적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날 "2018년 당시 김정은이 직접 나서 합의할 때 '이제는 좀 달라졌는가?'라고 우리는 순간 기대했지만 결국 허망한 기대에 불과했다"라면서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와 기만행태인데, 이는 합의초기 이행하는 척했지만, 문제는 거기까지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9월 당시 남북 군사합의 이후 1년만인 2019년 11월23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서해 최북단 해역의 창린도를 방문하여 사격을 지시했는데, 이는 9.19 합의에서 명시된 사격금지구역에서의 사격으로 명백한 합의 위반 사례라는 게 문성묵 센터장의 추가 지적사항이다.

문성묵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가 9.19 합의 등 남북합의를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보고 이것이 흔들리면 정부의 대북정책에 상처가 난다며 민감해 한다는 속내를 간파한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만일 군사협상을 재개할 시 국가안보에 기여한다는 원칙으로 접근해야 하며 조급한 추진도 금물"이라며 "합의 불이행시 그에 따르는 댓가를 지불하도록 강제 이행조항과 합의이행을 확인할 수 있는 감시검증 가능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호 국방대학교 교수 또한 이날 '9.19남북군사합의'에 대하여 "우리나라 입장(문재인 정부)의 경우 군사적 긴장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하려는 의도에서 추진되어 합의했으나 북한 측은 제재 해제를 위한 대미 협상의 징검다리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추진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군사적 신뢰구축은 정치적 신뢰구축이 선행되어야 그나마 확실한 이행을 기대할 수 있으나 9.19 합의의 경우 거꾸로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한 정치적 신뢰구축을 모색하려는 접근방식으로, 사실상 성공가능성이 낮았다"라고 언급했다.

김영호 교수는 "북한은 이미 수십 차례 합의를 위반한 상황이기에, 9,19 합의 파기가능성에 대해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지나친 부담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조금 더 열린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9.19 합의의 경우, 소극적인 안전보장 행위인데, 그 실효성이 저조했던 것은 편향된 정책 결정에 대한 사전적 견제 장치라는 현상도 있었던 탓"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통일연구원의 '9.19 남북군사합의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 정책포럼을 준비한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9.19 군사합의서는 정치적 합의였고 신사협정으로, 북한은 9.19 군사합의서를 지키지 않고 있으며 지킬 의사가 없다고 본다"라며 "신사협정의 성격을 갖고 있는 9.19합의의 효력은 단지 양 당사자가 이행하는 한에서만 발생하는데, 일방 당사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위반하는데다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으며, 이로 인해 상대방 또한 이행 의무가 없어져 파기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통일부 산하 국책기관인 통일연구원.(사진=연합뉴스TV)
통일부 산하 국책기관인 통일연구원.(사진=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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