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5일 "동포들의 애정 어린 노력이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냈듯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개최하는 데 힘을 보태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2019.10.05(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문재인 대통령은 5일 "동포들의 애정 어린 노력이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냈듯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개최하는 데 힘을 보태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2019.10.05(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년 전인 2018년 9월18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김정은 당시 국무위원장을 北 평양에서 만났다. 바로 '9월 평양공동선언'을 위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일환이었는데, 4년이 경과한 현재 모두 신기루(蜃氣樓)에 지나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일명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무력 도발과 핵(核)개발 실태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위협은 고사하고 우리 군의 감시자산을 철수시킨 합의가 바로 '9·19 남북군사합의'였다. 우리 군의 GP에 이어 북한군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우리 군은 보유 중인 정보자산 일부를 우리 스스로 철수하도록 만든 합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前 대통령은 4년이 흐른 지난 18일 '9·19 남북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 축사를 통해 "남북 간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이며, 신뢰는 남북 간에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그가 말한 '약속'이라고 표현한 부분 중 눈길이 가는 부분은 '9월 평양공동선언'의 제4조제2항이다. 이 조항은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남북공동올림픽'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인 이재명 의원이 지난해 9월6일 원주시청에서 강원도 공약이라며 "남북평화시대를 맞이해 2024년 개최를 앞둔 동계 청소년 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던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의제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9.19 합의'와 '9월 평양남북공동선언'이 있은지 4년을 맞이해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현 정치권 상황과 어떤 연결성을 갖고 있는지 재조명한다.

기자는 지난해 중순,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의 '2032년 서울-평양 남북공동올림픽 유치추진위원회' 문건 일체를 단독 입수했다. 2021.04.04(사진=조주형 기자)
기자는 지난해 중순,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의 '2032년 서울-평양 남북공동올림픽 유치추진위원회' 문건 일체를 단독 입수했다. 2021.04.04(사진=조주형 기자)

#1. '9월평양공동선언' 제4조제2항에 담겨진 의문의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

문재인 前 대통령이 2018년 9월 북한과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2032년 서울-평양 남북공동 올림픽'이라는 의제가 담겼다.

이 의제는 더불어민주당 중진 안민석 의원이 자신의 자서전 <안민석의 물향기 편지>에서 "2018년 6월, 문재인 대통령께 공동올림픽을 제안드릴 때 합의되리라고 생각지 못했는데, 평양선언 직전 조명균 통일부장관계 말씀드렸고 역사적 합의를 이루었다"라고 밝히면서 그 배경이 알려지게 됐다.

故박원순 前 서울시장이 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20년 6월25일, 6.25전쟁 70주년이던 그날 서울시시청에서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2032년 서울 평양 하계 올림픽 추진을 지지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박원순 서울시는 각 체육회에 서울-평양 올림픽 개최를 위한 실무 작업 추진에 나서기도 했다.

그해 <펜앤드마이크>가 단독 입수한 서울시-서울시체육회 내부 문건인 <2032년 서울-평양 남북공동올림픽 유치추진위원회>에 따르면, 30여개 각 체육회에 공문을 보내 서울-평양 올림픽 개최를 위한 집행위원 위촉을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순 전 시장이 국민유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었고, 정세현 당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공동위원장이었다. 서울시체육회는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이 내용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의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은 지난해 7월21일 무산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32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호주 브리즈번을 최종 선정한 것이다. 그 이후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대선경선에 나갔고, 후보 자격으로 그해 9월6일 원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서 "2024년 개최를 앞둔 동계 청소년 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때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당시 후보가 내놓은 '청소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의 건' 또한 위에서 언급한 '남북 올림픽'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민주당 주류세력 중 하나인 86운동권의 30년 전 의제와도 연결돼 있다.

기자는 올해 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평화적 조국통일촉진학생추진위원회(통학추) 1988년 통일운동 자료집 문건' 일체를 입수했다. 2021.09.06(사진, 편집=조주형 기자)
기자는 올해 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평화적 조국통일촉진학생추진위원회 1988년 통일운동 자료집 문건' 일체를 단독 입수했다. 2021.09.06(사진, 편집=조주형 기자)

#2. 30년 전 86운동권의 오랜 꿈, '남북공동체육대회'···文·이재명 또한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 통일부장관으로 지명·임명됐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과거 반미 강성 운동권 단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소속 시절 작성됐던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에서는 "(남북)공동올림픽의 개최를 위해 대중의식화에 주력하도록 힘쓰자!"라는 문구가 실렸다.

과거 전대협이 만든 문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산하 평화적 조국통일촉진학생추진위원회-1988년 통일운동 자료>를 <펜앤드마이크>가 단독 입수해 지난해 보도했는데, 여기에는 '남북 청년학생 체육대회'에 대해 "민족 대단결을 위한 남·북한 청년학생 체육대회 제안은 끊어진 민족의 맥을 이어놓기 위한 몸짓이었으며, 한반도 통일의 거대한 단비"라고 적시돼 있다.

'남북한 청년 학생 체육대회'에 대해 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정부 입장을 독촉하는 내용이 실린 서신문도 포함돼 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원순 전 시장, 안민석 의원 등이 추진하려던 9월 평양공동선언문의 '2032 남북 올림픽'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청소년 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 모두 '남북 공동 체육대회'라는 공통점이 도출된다.

'청소년 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를 강원도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9.19 남북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 축사를 통해 "대북 강경론과 선제 타격론을 주장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의 파고가 급격하게 높아졌다"라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의 파고가 급격하게 높아졌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비싼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라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강조했다. 그랬던 그는, 이미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북 유화정책은 제재정책보다 효과적"이라던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이날 "유화정책이라는 게 강경한 대결 및 제재정책보다 효과를 발휘한다고 믿는다"라고 말한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식과도 유사하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말한 "마땅히 이행해야 할 약속"의 하위 조항인 '남북 공동 올림픽'이라는 의제 또한 이들의 발언에 모두 담겨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한편, 지난 18일 국민의힘은 이같은 지적 등에 대해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 정권이 거짓으로 내민 손을 잡으며 임기 동안 '대북 굴종 외교'를 자행했는데,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야 할 시간에,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시간만 줬다"라면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제거가 가장 시급한 목표이며, 이를 위해 북한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줄 수 있다는 명확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9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신임 대표의 예방을 받았다. 2022.8.29(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9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신임 대표의 예방을 받았다. 2022.8.29(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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