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근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근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삶의 전제 조건을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근대화의 서사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이다. 이 글은 한반도 근대화의 서사 구조를 만들어보려는 시도이다. 전체 서사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허술한 구석도 있을 수 있다. 이 글을 포함해 3회 정도로 나누어 얘기하려고 한다. 근대는 산업혁명의 결과이다.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을 계기로 등장한 대규모 공장의 기계적 생산으로 촉발된, 생산력의 드라마틱한 발전의 결과였다. 하지만, 산업혁명은 단순한
#. 왜 하필 1948년 4월 3일 제주였을까?4월 3일이다. 제주가 비극의 땅으로 변했던 날이다.이 땅에선 봄이 올 때마다 정치적 격변이 유난히 많았다. 1960년의 4·19가 그랬고, 1980년 서울의 봄과 5·18 광주가 그랬다. 미국 태생의 영국 시인은 그래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예언했던 것일까.하지만 그 잔인한 달에도 죽은 땅은 라일락을 피워 올리고, 기억과 욕망으로 뒤섞여 잠든 뿌리는 봄비에 뒤척인다(T. S 엘리엇, ‘황무지’ 중에서). 1948년 4월 3일 발생했다는 제주 4·3사건은 무엇이고, 대체 그 무렵 제주
성전환 수술 받지 않아도 성별정정 허가 결정한 법원근자에 트랜스젠더리즘의 핵심은 성전환수술을 강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UN인권이사회를 비롯해서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성별정정 허가에 있어 성전환수술 강제는 심각한 인권침해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해외 주요 국가들도 성전환수술을 요구하는 조항은 위헌이며 이에 따른 성별변경을 인정하는 추세다.한국도 지난 2월15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3민사부(재판장 우인성)는 “성전환수술 않아도 성별정정 허가”를 결정했다. 남성으로 태어난 A씨는 17세이던 2015년부터 호르몬대체요법
지난 21일 국회 과방위에서 민주당은 방송법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결정을 다수결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국회본회의 의결을 기다리게 되었다. 여당은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판의 요지는 개정법안이 현재의 노영방송 체제를 영구화한다는 것이다.작년말 민주당이 정한 이 개정법안 중 KBS, MBC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 방안을 보면 이사를 21인으로 구성하되, 국회에서 5인, 시청자위원회에서 4인, 방송언론학계에서 6인, PD연합회, 방송기자협회, 방송기술인연합회등 방송
풍랑이 일 때 삼각파도가 제일 위험하다. 아무리 큰 배도 삼각파도를 만나면 견디기 어렵다. 삼각파도에 비견되는 것이 경제에서의 다중위기(polycrisis)이다. 대한민국은 ‘고부채 고금리 고물가’의 3각 파도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을 극복하고 엔데믹으로 상황이 호전되었지만 상황은 더욱 위중하다. ‘여우’를 겨우 피했는 데, 삼각파도라는 ‘호랑이’를 만난 형국이다. 펜데믹 상황에서 ‘공격적 통화정책’을 쓰면 경기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낙관적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엔데믹 상황에서의 ‘보복
#. 1998년 2월의 참혹한 추억필자는 IMF 외환위기 쓰나미가 한국을 덮치고 있던 1998년 2월, 독일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인천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가는 루프트한자 항공기에 오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졌다. 최대 500명 이상이 탈 수 있는 B747 점보 여객기 기내에 승무원 제외하고 탑승객이 20명도 채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달러당 800원 정도 하던 환율이 2,000원을 넘어섰으니 누가 감히 해외 나갈 엄두가 나겠는가.덕분에 텅 비다시피 한 기내에 벌러덩 누워 편안하게 여행했지만, 그 시각 한국 사회
미국주도의 단극세계는 이미 종말을 고했다. 중국의 시진핑이 모스크바를 방문하기에 앞서 백악관 NSC대변인 존 커비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모스크바와 베이징이 협력을 강화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구축한 국제질서에 대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위 규칙에 의거한 국제질서 Rule-based World Order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러중회담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이니셔티브가 나오더라도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그러자 중국외교부 대변인 친강은 2022년 미국민주정황이란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미국의
함께 생명을 지켜 낸 감동의 역사2023년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에 강진이 발생했다. 수 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72시간의 골든타임 내에 구조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튀르키예는 우리나라가 1950년 공산 침략을 받았을 때 지체 없이 대규모 파병을 해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준 나라다.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에 지진이 발생하자 한국은 곧 바로 구조대를 파송했다. 또한 온 국민이 성금과 구호물품을 모아 전달했다. 한국 구조대는 골든 타임을 넘긴 시간에도 8명의 생명을 구조하는 기적을 이루어내기도 했다.튀르키예 국민은 한국이 “우
차라리 놀고 싶어서라고 솔직히 말해라. 별 것도 아닌 일로 만날 아옹다옹 얼굴 붉히고 싸우다보니 지겨워서 바람 좀 쐬러 나왔다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야기다. 지난 주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유럽 출장을 다녀오셨다. 출장 목적은 두 가지다. 베를린 국제 관광 박람회에 참석해 관광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이탈리아 볼로냐에서는 국제아동도서전을 참관해 내년 부산 국제아동도서전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베를린 국제 관광 박람회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알려져 있고 국제 아동 도서전도 만만찮은 행사로 알고 있다. 충분히 참석, 참관할만하다.
문제상황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의 짧은 역사 속에서 압축 성장이라고 일컬어지는 눈부신 변화⋅발전이 있었다. 그 이면에 사건⋅사고도 잦았고, 발전의 방향과 방법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의 다양한 의사가 존중되고, 국민의사를 조율⋅조정하는 가운데 국가의 올바른 방향을 정해 나가는 것이다.그렇다고 대립과 반목이 바람직한 것은 결코 아니다. 국가공동체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분모가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그것이 역사적⋅문화적 공동체라는, 한반도에 한민족의 자손으로 태어나 같은 역사,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 1년이 지났다. 윤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용어를 무려 35회나 언급하며 자유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후 각종 연설 때마다 자유를 수차례 언급한다. 이는 어떤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윤 대통령의 강력한 다짐이자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진다. 또한 이는 윤 대통령 통치철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정작 윤 정부의 통치철학과 과제를 담은 6대 국정 목표 및 120대 국정 과제에는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수호하고 발전시킬 전략이 아예 정식화되지
지난 금요일 저녁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한·일전이 있었다. 수일 전부터 요란스러운 예고방송들이 이어지더니, 이번에도 예외 없이 지상파방송 3사가 동시 중계방송을 내보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객관적 전력과 무관하게 필승을 확신하는 애국 열기에 가득 찬 중계였다. 한국 프로야구와 국가대표팀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는 이미 재작년 올림픽에서 확실히 검증되었고, 그 이후에도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 힘든데 말이다.실제로 경기 내용은 실망을 넘어 '폭망'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제대로 된 프로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는 2022년 10월에 3연임을 확정한 이래, 미국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은 2012년 취임 이래 미국에 대해 공세적 외교를 구사하여 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은 2017년부터 신냉전에 돌입했다.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는 공세적 외교를 펼침에 따라, 미국이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는 이유는, 첫째, 중국 국내에서 중국이 불필요하게 미국에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채택하여 경제적인 분야 등에서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는 강력한 불만
#. 58년 개띠들의 기구한 팔자필자는 한국에서 가장 재수 없는 시대에 태어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58년 개띠생이다. 젖먹이 시절 누가 더 몸무게 많이 나가는지 경쟁하는 우량아 선발 대회라는 것이 있었다. 오죽 먹는 것이 부실했으면 이런 대회까지 전국 차원에서 열었겠는가. 열심히 다이어트 해야 건강한 사람 축에 드는 현 세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충격과 경악의 시대’였다.지금은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뀐 국민학교 시절엔 교실이 모자라 3학년까지 3부제 수업을 했다. 콩나물 교실, 석탄 난로, 미국 잉여농산물로 만든 급식 빵의 추억도
대한민국의 오늘의 번영은 기적이었다. 대부분 젊은이는 태어나서부터 가난을 겪지 않았기에, 원래부터 한국이 잘 살았다고 착각하기 쉽다. 586 운동권 출신들은 특히 1980년대 폭발적으로 팽창하던 시기라서 취업 문제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더욱 오해하기 쉽다. 그들은 반정부운동하느라 공부를 안 했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한데 민주화 투사라고 자랑하면서도 북한 정권의 독재에는 외면해왔다. 북한의 인권문제도 모르는 체한다. 그래서 종북주사파라고 한다. 핵심 그룹은 아직도 전향했다는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대한민국은 공산
최근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과학법’ (CHIPS and Science Act of 2022)은 1988년 도입되었던 슈퍼301조를 연상하게 한다. 미국의 반도체과학법은 미국이 반도체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강화하기 위한 반도체 생태계 육성법안으로 반도체와 과학산업에 2천800억달러(약366조 원)을 투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으로도 불린다. 2022년 7월 27일 미국 상원이, 하루 뒤인 7월 28일에는 하원이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8월 9일 조 바이든 미국
송창식의 ‘20년 전쯤에’를 다시 들어 본다. 목청껏 휘두르는 송창식 가수의 창법이 즐겁게 그러나 공허하게 다가온다. 그는 이미 늙었다. 그래서 그의 젊은 시절 목소리는 어쩐지 공허하게 들린다. 가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70년대와 80년대 가능성을 열었던, 한국말로 노래 부르고, 근대어로 노래 부르고, 일상어로 노래 부르고,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정서로 노래 부르던 가수들은 사라지고 없다. 송창식과 함께 윤형주도 조영남도 사라졌다. 그들은 늙었을 뿐이지만 그들의 노래는 사라졌다. 통기타도 사라지고 청바지를 입은 신생 국가
지난 2월 27일로 이재명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 앞으로 남은 것은 이재명을 정치적 폐기물 처리하는 실무 절차일 뿐이다. 한국 정치의 변수는 더욱 늘어나고 정치적 파고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국민의힘은 지금보다 훨씬 막강한 적을 상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불체포특권이 발동됨에 따라 이재명은 구속 수사를 피하게 됐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이재명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예로부터 이 설움, 저 설움 해도 집 없는 설움이 제일 큰 설움이라고 일러왔습니다. 새도 보금자리가 있고 다람쥐도 제 굴이 있다는데 제 몸담을 변변한 집이 없어 여기저기 떠돌며 행랑살이하는 사람들의 설움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러나 오늘 우리 공화국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설움을 모르고 삽니다. 심지어 집값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국가에서 지어준 궁궐같은 새집을 무상으로 받아안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도저히 꿈도 꿀 수 없는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사회에 사는 우리 인민은 정말 행복합니다.”위에서 인용한 글은 북한의 대
서울 지하철 만년 적자, 세대갈등 논쟁으로 번지다‘한국병’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을 만큼 우리 사회는 갈등공화국이다. 지난 몇몇 해 동안 페미니즘 논쟁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남녀갈등에 이어 금년 들어 세대갈등이 본격화 되었다. 세대갈등 촉발은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문제로 불거졌다. 지난 1월30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년 기자간담회 발언이 단초가 되었다. 오는 4월부터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인상 방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노인 무임승차가 전체 적자 30%를 차지한다며 정부 지원이 되면 요금 인상폭을 줄이겠다는 것이다.서울 지하철 운영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