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안보리가 '불법선박' 지목한 후에도 한국정부 제재조치 없어”
외교부 뒤늦게 "반입자 처벌될 것"

지난해 9월 북한 선박 '을지봉' 호가 러시아 홀름스크 항에 북한산 석탄을 하역하는 장면. 석탄은 다시 ‘리치 글로리’ 호와 ‘스카이 엔젤’ 호에 실려 한국 인천과 포항으로 운송됐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올 3월 공개한 연례보고서에 실린 사진이다(VOA)
지난해 9월 북한 선박 '을지봉' 호가 러시아 홀름스크 항에 북한산 석탄을 하역하는 장면. 석탄은 다시 ‘리치 글로리’ 호와 ‘스카이 엔젤’ 호에 실려 한국 인천과 포항으로 운송됐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올 3월 공개한 연례보고서에 실린 사진이다(VOA)

북한 석탄을 싣고 한국에 입항했던 선박은 불과 2주 전까지 20번도 넘게 한국을 드나들었지만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전혀 억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9일 보도했다.

한국 포항에 북한산 석탄을 실어온 리치글로리호는 이달 4일도 한국 부산에 입항 기록을 남겼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은 18일 VOA에 한국시간으로 7월 4일 오전 11시 58분 리치글로리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부산항에서 포착됐다고 밝혔다.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이 취합한 ‘리치 글로리’ 호와 ‘스카이 엔젤’ 호의 한국 입항 기록. 일정 기간 같은 항구의 방문(빨간 줄)을 제외하면 지난해 11월부터 총 22차례 한국에 입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은 국제표준시 기준(VOA)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이 취합한 ‘리치 글로리’ 호와 ‘스카이 엔젤’ 호의 한국 입항 기록. 일정 기간 같은 항구의 방문(빨간 줄)을 제외하면 지난해 11월부터 총 22차례 한국에 입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은 국제표준시 기준(VOA)

리치글로리호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부산을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마린트래픽 자료에 따르면 리치글로리호는 북한 석탄을 하역한 지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 14일 한국 포항에 입항했다. 이틀 뒤인 11월 16일엔 묵호항에 정박했다. 이후 26일 울산에 정박했으며 12월 8일과 15일 20일엔 각각 부산에 입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선 1월 1일 평택항과 1월 27일 부산항에 입항했고 2월 2일엔 평택에 되돌아온 뒤 같은 달 18일 인천에 정박했다. VOA는 리치글로리호가 당시 인천에 정박한 지 이틀이 지난 시점에서 받은 안전검사 기록을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MOU)로부터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리치글로리호는 올해 4월 1일 또다시 평택항에 입항했다. 이어 4월 10일과 5월 22일 부산을 방문한 뒤 지난달 4일과 18일 각각 평택과 인천에 입항했다. 이번 달 4일에는 부산에 나타난 후 현재 일본 해상을 항해 중이다.

VOA는 “리치글로리호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10월 11일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선적한 석탄을 포항에 내린 지 약 9개월 동안 최소 16차례 한국에 입항했지만 한국정부로부터 어떤 제지도 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불법 선박이라고 공식 지목한 지난 3월 이후에도 한국을 6차례나 방문했지만 적절한 제재 조치라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2397호는 위법행위에 연루됐거나 불법 품목을 운반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선박에 대해 유엔 회원국이 억류와 검사,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VOA는 “리치글로리호는 전문가패널의 보고서에 위법 행위가 명확히 드러난 선박으로 2397호가 명시한 합리적 근거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억류와 검사,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카이엔젤호도 지난해 10월 2일 인천항에 북한산 석탄을 하역한 후 지난해 11월 24일 부산, 12월 25일 목포항에 입항했다. 또 올해 2월 23일과 5월 28일 울산에 나타났으며 6월 3일엔 평택에 입항했다. 스카이엔젤호가 마지막으로 한국에 나타난 것은 올해 6월 14일로 다시 울산항에 입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한달 전까지 최소 6차례 한국을 자유롭게 드나든 것이다.

앞서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북한 제재위원회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조 하에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사법당국이 모든 개인의 행동을 다 통제할 수는 없다”며, 이번 거래가 국가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에 관여한 이드레 대해 "관계 당국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라서 필요한 경우 처벌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까지는 대북제재를 확고히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며 "정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안보리 대북 제재 위원회 등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조하에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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