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촉발한 '리치글로리'·'스카이엔젤'號 外 파나마·벨리즈 선적 3척 추가확인
채널A "'샤이닝리치'·'진룽'號(벨리즈) '안취안저우 66'號(파나마), 3개항에 1만5천t 하역"
앞서 VOA, '신성하이'號(벨리즈) '그레이트스프링'號(파나마)도 지목 "韓 제재 구멍"
채널A "한전 자회사 남동발전과 모 업체로 유입, 국내은행 2곳 신용장 발부까지"
외교부, "기존 2척 외 3척 더 있다"만 확인…관세청 조사 '마무리 단계'로 알려져

유엔의 대북(對北)제재 결의에 의한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원산지를 속이는 등 방식으로 국내 반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3일 현재까지 최대 7척으로 늘어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러시아 홀름스크항을 거쳐 북한산 석탄을 인천항과 포항항에 총 9000여t을 실어 나른 것으로 지목해 논란을 촉발한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글로리'호(號)와 파나마 선적 '스카이엔젤'호 2척 외에도 3척이 더 있다는 언론 보도가 최근 나왔고, 정부는 3일 이를 사실로 확인했다.

이로써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것으로 정부 확인까지 거친 선박은 총 5척이 됐다. 이번에 거론된 3척은 앞서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추가 지목한 외국 선적 2척과는 다른 것으로, 한국 항구를 자유로이 드나들며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른 배가 총 7척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널A는 지난해 11월쯤 외국 국적 선박 3척(벨리즈 2척, 파나마 1척)이 러시아 항에서 북한산 추정 석탄 1만5000여t을 환적한 뒤 동해항과 포항항에 이를 하역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북한산 석탄 수입에 정통한 소식통'이 제시한 자료를 인용해 문제의 선박을 '샤이닝 리치'호와 '진룽'호라고 지목했다.

샤이닝 리치호와 진룽호는 중남미 국가인 벨리즈 선박으로 북한산 의심 석탄 5119t과 4584t, 총 9703t을 동해항에 각각 내려놓았다.

파나마 국적의 '안취안저우 66'호는 포항항을 통해 북한산 추정 석탄 5090톤을 국내 반입시켰다고 한다.

채널A는 "이 석탄은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과 국내 한 업체로 흘러갔고, 이 과정에서 국내 은행 2곳이 신용장을 발부하는데 이용됐다"고도 전했다.

지목된 국내 업체는 조사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러시아 석탄만 사들였다'는 취지로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해 3일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산 석탄을 싣고 온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 기존에 알려진 2척(리치글로리호, 스카이엔젤호) 외 3척 더 있다"고 보도 내용을 확인하면서도 "관세청에서 아직 조사 중"이라고 구체적인 답변을 꺼렸다.

관세청은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선박과 국내 업자 등에 대한 사법 처리를 검토하는 한편, 향후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을 받는 외국국적 선박이 입항하면 안보리 결의에 따라 억류조치를 할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해 8월 채택한 결의 2371호는 석탄을 포함한 북한산 광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금수 품목의 수송과 환적도 금지하는 등 대북 제재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산 석탄이 국내로 반입됐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친북성향 문재인 정부의 관계 당국이 이를 그동안 수수방관 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관세청 측은 "지난해 10월 이래 북한산 석탄반입 의혹에 대해 법절차에 따른 엄정한 처리를 위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는 원론적 언급만 내놨다. 외교부 당국자도 "처음부터 한미가 공조해 (북한산 석탄) 반입 가능성에 대해 대처를 해오고 있다"며 "미국도 우리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세청 조사는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조만간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 북한 남포에 기항한 ‘신성하이’ 호(녹색으로 표시된 선박)가 같은 해 10월27일 포항신항 제8부두 인근에 정박한 모습.(자료사진=MarineTraffic, VOA)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 북한 남포에 기항한 ‘신성하이’ 호(녹색으로 표시된 선박)가 같은 해 10월27일 포항신항 제8부두 인근에 정박한 모습.(자료사진=MarineTraffic, VOA)

한편 앞서 VOA(미국의소리)는 지난달 26일(미 현지시간) '마린트래픽'을 통한 지난 1년간 운항기록 취재 결과 벨리즈 선적인 '신성하이'호, 파나마 선적인 '그레이트 스프링'호가 북한산 석탄을 한국 내 반입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성하이호는 지난해 8월31일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싣고 약 한달 뒤인 9월27일 베트남을 캄파 항으로 운송, 중국 장자강항에 들른 뒤 10월10일 인천에 입항했다.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의 자료에는 신성하이호가 당시 인천에서 안전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하이호는 인천에서 약 나흘을 머문 뒤 중국으로 이동했다. 

이후 10월 21일과 27일 각각 부산과 포항에 입항했다. 마린트래픽 기록에 따르면 당시 신성하이호가 정박했던 곳은 인천 북항의 한 부두였으며, 부산에서 감천의 부두, 포항에선 제8부두와 인접한 곳이었다.

VOA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산 석탄 환전에 가담했다고 지목한 또 다른 선박도 한국을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파나마 선적인 '그레이트 스프링호'는 지난해 7월11일 러시아 나홋카항에서 북한산 석탄을 싣고 같은 해 7월18일 이 석탄을 중국 톈진으로 운송했다. 마린트래픽 기록에 따르면 그레이트 스프링호 지난해 8월3일부터 올해 3월24일까지 포항과 평택, 인천, 부산에 총 21차례 입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레이트 스프링호는 2월 22일 한국에서 안전검사까지 받았지만 억류되지 않았다. 이 선박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러시아도 자유롭게 드나들었지만 마찬가지로 제지받은 기록은 없었다.

이와 관련 VOA는 "일 년 이내 북한이 기항한 제3국 선박의 한국 입항을 전면 불허한 한국정부의 독자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의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렸다"고 지적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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