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정부, 北석탄 가능성 크다 제보받고도 방치…안보리 결의위반"
러시아서 원산지 세탁後 인천·포항 입항 9156t 수입…北·中 등 소유 배 6척 관여
'석탄 환적아닌 수입' 인정한 외교부, 억류 미조치엔 "작년 10월 관련조항 없어서"
작년 12월부터 제재결의 2397호로 억류근거 충분했으나 24차례 드나들게 놔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의해 거래가 전면 금지된 북한산 석탄 9156t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북한의 6차 핵실험 한달 뒤인 지난해 10월 한국에 '환적'이 아닌 '수입'된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앞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지난달 말 제출해 최근 공개된 '연례보고서 수정본'을 통해 러시아 홀름스크 항에서 실려 지난해 10월2일과 11일 각각 인천과 포항에 도착한 북한산 석탄이 "환적"됐다고 수정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17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안보리가 '환적'이라고 수정한 부분은 '북한을 출발한 석탄이 러시아 홀름스크 항에서 내려진 뒤 다른 배에 실렸다'는 의미였다"고 언급하며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유입된 것임을 확인했다.

북한산 광물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하기 전인 2016년 7월 북한 나진항 부두에서 중국 수출용 석탄을 선적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북한산 광물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하기 전인 2016년 7월 북한 나진항 부두에서 중국 수출용 석탄을 선적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18일(한국시간) 조선일보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에 대해 "(사실 관계가) 확정되면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석탄 수입 당시 '북한산 석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정보를 전달받고도 수입을 막지 않았다. 해당 석탄을 수입한 국내업체들에 대해서도 관세청이 '부정 수입' 혐의로 10개월째 조사만 진행 중이라고 한다.

정부는 러시아에서 북한산 석탄을 싣고 와서 안보리 제재 위반에 관여한 제3국 선박 2척에 대해서도 사건 당시 한 차례 '검색'했을 뿐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부터야 새로운 안보리 결의에 의해 북한석탄 수출에 관여한 선박들을 나포·억류할 권리가 생긴 이후에도 정부는 손을 쓰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이 선박들은 작년 말부터 이달 초까지 24차례에 걸쳐 한국의 여러 항구에 자유롭게 입항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안보리 결의 2371호 채택으로 북한산 석탄의 수출입이 전면 금지된 이후 북한은 이를 제3국 선박으로 옮겨 싣는 '환적' 수법을 통해 불법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 수법에 의해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에서 '원산지 세탁'이 이뤄진 뒤 한국에 수입됐고 여기에는 총 6척의 선박이 동원됐다.

우선 북한 선적의 화물선 3척('릉라 2호' '운봉 2호' '을지봉 2호')과 토고 선적의 화물선 '위위안호'까지 4척은 지난해 8~9월 북한 원산항과 청진항에서 북한산 석탄을 싣고 러시아 사할린섬 남부의 홀름스크항으로 갔다.

대북제재위가 입수한 당시 위성사진에는 이 선박들이 홀름스크항의 석탄 부두에 북한산 석탄을 내려놓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그 뒤 해당 부두로 파나마 선적의 화물선 '스카이 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적의 '리치 글로리'호가 들어가 석탄을 실었다. 

스카이 엔젤호는 4156t의 석탄을 싣고 지난해 10월 2일 인천항에 도착했고, 리치 글로리호는 5000t으로 32만5000달러어치의 석탄을 싣고 10월11일 포항항에 도착했다.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조선일보는 "외교부 설명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입항 후 이 석탄이 북한산일 가능성이 크다는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석탄을 구입한 국내 업체들은 입항 전부터 '러시아산 석탄'이라는 서류를 제출하고 사전 수입 신고 절차를 마친 상태여서, 북한산 석탄 9156t은 고스란히 국내로 수입됐다.

북한산 석탄을 싣고 온 제3국 선박들을 그대로 돌려보낸 이유에 대해 정부는 "작년 10월에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 제재 위반에 관여한 선박을 억류하는 조항이 없었고 혐의도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22일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가 채택된 후 이 선박들이 한국에 입항했을 때는 나포·억류할 근거가 충분했다. 2397호 결의안 제9항에는 '기만적 해상 관행'을 통한 '석탄의 불법 수출' 등 제재 위반 행위에 관여했던 선박이 자국 항구에 입항했을 때 '나포, 검색, 억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당국은 수수방관했다. 정부 기록에 의하면 '리치 글로리'호는 지난해 12월말부터 올해 7월6일까지 인천·부산·평택·광양·묵호항 등 우리 주요 항구에 16차례 입항했었다. 

'스카이 엔젤'호도 마산·군산·울산·평택항 등에 8차례 입항해, 두 선박을 통틀어 24차례나 한국을 자유롭게 드나든 것으로 확인된다.

두 선박은 실질적으로 중국 선박이라는 추가 정황도 드러났다. VOA는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에 입항한 파나마와 시에라리온 선박 2척이 사실상 중국 선박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제3국에 등록돼 운항하는 편의치적 방식이 이용됐지만, 실제 운영은 중국 회사가 하고 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 외교부의 노규덕 대변인은 북한산 석탄 수입에 대해 "사법당국이 모든 개인의 행동을 다 통제할 수는 없다"면서 '국가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이라고 주장했다고 VOA는 전했다.

VOA는 "불법을 확인한 이후에도 해당 선박을 억류하지 않은 점과 문제의 석탄이 통관돼 유통단계를 거쳤다는 사실은 한국 정부의 조치가 적절 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겨냥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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