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도 한국에 재입항했지만 한국 정부는 억류 안해
파나마·시에라리온 선적이지만 회사 주소는 중국 다롄...
VOA “한국 정부가 특별 조치 취하지 않은 이유에 관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금수(禁輸) 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에 입항했던 파나마와 시에라리온 선박 두 척은 사실상 중국 회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8일 보도했다. 또한 이들 선박들은 약 4개월 뒤 한국에서 안전검사를 받았지만 억류 조치 없이 풀려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박을 관리·감시하는 기구인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의 안전검사 자료에 따르면 이들 선박의 운영하는 회사들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 주소를 두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지난해 10월 2일 한국 인천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스카이 엔젤호의 소유주는 ‘다롄 스카이 오션 인터내셔널 쉬핑 에이전시(Dailian Sky Ocean International Shipping Agency)’로 주소는 다롄 중산구의 한 맨션이었다. 전화와 팩스번호도 중국의 국가번호인 ‘86’이 적혀있었다. 지역번호는 다롄 일대에서 통용되는 ‘411’이 기재돼 있었다.

작년 10월 11일 포항에 입항했던 리치 글로리호의 소유주인 ‘싼허 마린(Sanhe Marine)’의 주소지 역시 다롄의 사허커우 구의 한 사무실이었다. 그러나 전화와 팩스는 저장성 저우산의 지역번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VOA는 “문제의 선박들은 제3국에 등록돼 운항하는 평의치적 방식이 이용됐지만 실제 운영은 중국 회사가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파나마 선적이었던 스카이 엔젤호는 지난 4월 이후 바나투로 선적을 바꿔 운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올해 초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산 석탄 거래에 중국과 홍콩, 호주, 영국, 버진아일랜드 등으로 주소지가 등록된 여러 위장회사들이 관여했다고 밝혔다. VOA는 “이번 석탄 거래에 이들 중국 회사들이 얼마만큼 관여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최소한 선박의 등록지로 사용된 파나마와 시에라리온 혹은 바나투가 연관됐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또한 문제의 선박 두 척은 지난해 10월 한국에 석탄을 하역한 후에도 한국 항구에 다시 입항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리치 글로리호와 스카이 엔젤호는 각각 지난 2월 20일과 21일 인천과 군산항에서 안전검사를 받았다.

안보리는 지난해 12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해 불법 품목을 운반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선박에 대해 유엔 회원국이 억류와 검사,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이들 선박들은 안보리 결의 채택 후 약 두 달 뒤와 불법 사실이 확인된 지 약 4개월 후에 한국을 다시 찾았지만 한국정부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결국 북한산 석탄 세탁과 운반에 동원됐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선박이 자유롭게 한국 항구를 드나들도록 정부가 방치한 셈이다.

당시 인천에서 안전검사를 받았던 리치 글로리호는 문서와 작업여건 등 두 건의 항목에서 지적을 받았지만 운항을 재개했다. 군산항에 정박했던 스카이 엔젤호도 화재안전과 운항안전 항목에서 총 4건의 결함이 발견됐지만 억류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2일 한국 인천 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스카이 엔젤’ 호가 지난 2월 군산 항에서 검사 받은 기록(VOA)
지난해 10월 2일 한국 인천 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스카이 엔젤’ 호가 지난 2월 군산 항에서 검사 받은 기록(VOA)

 

지난해 10월 11일 포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리치 글로리’ 호가 지난 2월 인천 항에서 검사 받은 기록(VOA)
지난해 10월 11일 포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리치 글로리’ 호가 지난 2월 인천 항에서 검사 받은 기록(VOA)

한국 외교부는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해 10월 한국정부가 이들 선박들의 불법 사실을 먼저 인지했지만 선박들을 잡아둬야 할 의무가 없어 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VOA는 “이들 선박들이 되돌아온 것은 억류조치가 가능해진 결의 2397호 채택 이후였다”며 “한국정부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했다.

또한 한국정부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도 이들 선박들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스카이 엔젤호는 지난 16일까지 중국 바위취안항에 머물렀다. 리치 글로리호도 17일 현재 일본 하리마항에 정박 중이다.

기록에 따르면 두 선박은 지난해 10월 이후 중국과 러시아, 일본의 여러 항구에서 안전검사를 받았지만 대북 제재 위반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운항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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