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언론 질의에 "잘 모르겠다", 이튿날 "외교부 충분히 설명했다"
외교부는 "좀더 확인해야…사법당국이 다 통제 못해, 개인차원" 꼬리자르기
對北 직접압박 요구 의식해 "안보리 결의 이행 의지" 내세우던 때와 표변

지난해 북한의 6차 핵실험 고작 한달 뒤인 10월 포항과 인천에 유엔 대북제재 품목인 북한산 석탄 9000여t이 '원산지 세탁' 후 반입된 것으로 드러나 제재 위반 논란이 이틀째 확산 중이다. 그러나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는 관련 부처에 책임을 떠넘기며 제대로 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18일 '뉴데일리'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7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연례 보고서로 드러난 '북한 석탄 환적' 관련 기자 질문에 "산자부나 외교부에 확인해야 할 사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 다른 핵심관계자 역시 같은 기자의 질문을 받고 "제가 잘 알지 못한다"고 짧게 답하는 데 그쳤다.

대북제재위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초 한국 인천(2일)과 포항(11일)항에는 러시아 홀름스크 항에서부터 각각 4156t과 5000t의 북한 석탄을 싣고 온 파나마 선적의 스카이엔젤, 시에라리온 선적의 리치글로리 호가 입항했다.

보고서에는 '환적'이라고 적혔지만 사실상 한국 수입을 목적으로 들여왔다는 의혹이 내·외신 취재를 통해 확실시되고 있다. 이미 러시아산으로 원산지를 속인 북한석탄은 통관을 거쳐 국내 수입업체들로 유통됐다고 한다.

이는 같은해 8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2371호(북한 광물에 대한 전면 수출 금지 등) 내용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해 10월초라면, 불과 한달 전 9월 3일 북한의 자칭 '수소탄 실험'(6차 핵실험)으로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시점이다.

나아가 같은달 15일 북한이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도발까지 감행하자 유엔 안보리가 북한 직물 완제품 및 재료 수출까지 금지하는 결의안 2375호를 채택한 직후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화성-12형 발사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9월1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2375호를 포함한 안보리 결의들을 더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청와대는 대외 공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북핵 위협 해소를 위한 '대북 직접 압박' 요구가 고조될 때면 '한미동맹' 또는 '안보리 결의 이행 의지'를 내세우며 친북 노선 노골화 의혹을 무마해온 터다.

하지만 외교부가 이달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안보리 대북제재위보다 먼저 북한 석탄 환적 선박들의 불법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취지의 브리핑을 하는 등, 정작 정부가 제재 위반 논란의 핵이 되자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가 통과돼 기존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행위에 연루됐거나 불법 수출을 도왔다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선박은 유엔 회원국이 억류, 검사,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지만 손 놓고 있었다는 책임론도 제기된다.

1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의해 파나마, 시에라리온 선적 선박들은 북한과 유착 관계에 있는 중국 소재 회사들을 실소유주로 두고 있었음도 드러난 상황이다. 

두 선박은 결의안 2397호 채택 이후 올해 7월6일까지 도합 24회 국내 주요 항구들을 드나들었다. 그러나 당국으로부터 '문서' '작업여건' '화재안전' '운항안전' 항목 등으로 지적받았을 뿐 제재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가 없다.

외교부의 노규덕 대변인은 북한산 석탄 반입 관련 VOA의 입장 질문에 "사법당국이 모든 개인의 행동을 다 통제할 수는 없다"면서 '국가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정례브리핑에서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해 "현재 관계 당국에서 조사중이다. 내용은 좀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한 바 있다.

하루 전 "제가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입장 질문을 받았으나 "외교부에서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을 뺐다고 뉴데일리는 전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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