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회는 특활비 84% 줄였는데 靑만 181억서 한푼도 안 줄여" 질타
한국당 '50% 삭감' 압박까지…김성태 "특활비 때문에 감방 몇명을 갔는데"
임종석 "이미 가혹하게 삭감해 대통령 외교안보활동 압박 느낄 정도" 주장
이양수 "現정부서 '적폐'라는 분들과 일맥상통하는 답변 아니냐" 되치기
천안함폭침 8년 만 '감귤 北送' 억대 비용은? "업추비로 지출 예정…미리 아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왼쪽)이 지난 11월13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실, 경호처 등 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왼쪽)이 지난 11월13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실, 경호처 등 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두 전직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사용을 '뇌물 의혹'으로 엮어 투옥시킨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가 정작 야당의 '특활비 대폭 삭감' 요구에 직면하자 "삭감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특활비는 명칭 그대로 특수·비공개 활동 등에 사용하고,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깜깜이 예산'이다.

국회는 앞서 7월말 참여연대가 국회 정당·상임위·의원별 특활비 수령 내역을 폭로한 여파로 내년도 특활비를 84%(63억원→10억원) 줄이고 업무추진비 등으로 양성화하기로 한 반면, 청와대는 내년 특활비 예산을 올해(181억원)와 동일하게 책정한 상황이다.

지난 13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내년도 청와대 예산 심사에서 야권은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 특활비 등 삭감 요구로 청와대를 압박했고, 여당은 방어막을 쳤다. 정부는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내년도 예산을 총 936억69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2% 늘려 편성했고, 경호처는 886억3900만원으로 0.9% 감액한 원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중 특활비 편성과 관련해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강원 속초시고성군양양군·초선)은 "비서실과 안보실 96억 5000만원, 경호처 85억원 등 181억원의 특활비는 과다하다"며 "한국당은 50% 삭감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장석춘 한국당 의원(경북 구미시을·초선)은 "국회는 84%를 줄였고 전 부처와 공공기관이 특활비를 다 줄이고 있는데 왜 청와대만 줄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9년 정부 예산은 9.7% 늘었는데 청와대의 업무지원비 동결은 물가상승률, 정부 증감률과 비교하면 사실상 감액"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 세계적인 외교적 성과를 내는 상황"이라고 비호하며 "예산을 더 (많이) 짜야 한다"고 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야당의 특활비 삭감 요구에 "의원님, 삭감하지 말아 주시라. 부처 충돌 때 조정하는 건 저희 업무여서 관련된 용역 (업무) 등은 저희가 더 필요한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특활비 때문에 (전임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요인 중) 감방에 몇 명이 가 있느냐"며 "국회가 특활비 예산 84%를 줄였는데 청와대가 하나도 안 줄인 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재작년 정권 인수 시절 선제적으로 특활비 40%를 삭감했고 이듬해에 또 34%를 삭감해서 예산을 짰다"며 "가혹하게 삭감해 보니 대통령 외교·안보 활동에서 연말에 상당히 압박감을 느낄 정도여서 더 줄이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양수 의원은 "현 정부에서 '적폐'라고 부르는 (전 정권) 분들께서 했던 답변과 일맥상통하지 않나"라고 공박했다.  
  
이날 임 실장은 최근 북한에 보낸 제주산 귤 200톤 구입 비용과 관련해 대통령 업무추진비에서 지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임 실장은 “(귤 구입 비용) 전액을 대통령 업무추진비로 (지불)할 예정으로 (총무비서관이) 연말 소요에 대비해 그간 업무추진비를 많이 아껴왔다”고 답변했다. 

한편 그는 최근 청와대가 북한 김정은에게 '칠보산 송이 2t 선물 답례'라는 명분으로 제주 감귤 200t을 천안함 폭침-5.24조치 이후 8년 만에 처음 북송(北送)한 데 대해선 "(귤 구입비) 전액을 대통령 업무추진비로 할 예정"이라며 "(이정도 총무비서관이) 연말 소요에 대비해 그간 업무추진비를 많이 아껴왔다"고 밝혔다. 북으로 보낸 귤 구입 비용은 5억원 전후로 추산되며, 군(軍) 수송기 여러 대를 동원해 북한 '안방'까지 실어 나르면서 추가 예산이 소요됐을 것으로 보인다.

임 실장은 최근 '광주형 일자리 반대'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 반대' 등으로 정부·여당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민노총 행보와 관련해 "많은 고민과 우려를 갖고 보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집권당 원내대표(홍영표) 지역 사무실을 노조가 점거하고, 제1야당 원내대표가 채용비리 문제를 제기했다고 공기업 노조가 고발했다. 이런 현상들이 제대로 된 사회현상인가'라고 질의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임 실장은 "노동 의제가 늘 사회갈등의 의제로 올라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노동의제들이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해소되고 복지처럼 따뜻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 정부와 국회, 노동계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앞서 지난 6일 운영위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도 "노조라고 해서 과거처럼 약자일 수는 없어 민노총이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말해 민노총으로부터 "무지하고 오만한 발언"이라는 비난을 산 바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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