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연맹 정보공개청구...靑 "국가이익 현저히 해친다"며 비공개 결정
납세자연맹 "靑공무원 급여성 지급 의혹도" 이의신청·행정소송 제기예정
'구중궁궐 청와대' 벗어난다더니 실질적 정보공개 소홀…공개여부 靑 독자판단

전임(前任) 박근혜 정부와 전전임(前前任)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청와대 특수활동비 등 용처(用處)를 문제 삼아 가혹한 단죄를 진행 중인 문재인 정부가 정작 자신들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청와대 특활비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16일 "청와대가 특활비 지출내용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에 대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납세자연맹은 청와대 비공개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중 '정보공개' 항목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중 '정보공개' 항목

납세자연맹은 앞서 지난달 28일 청와대에 문재인 정부 취임 후 지금까지 특활비 지출내용에 대한 지급일자, 지급금액, 지급사유, 수령자, 지급방법(현금지급여부)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달 11일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포함)에 편성된 특활비는 다른 기관과는 달리 대통령의 통일, 외교, 안보 등 기밀유지가 필요한 활동 수행이나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보 및 정책자료 수집 등에 집행되는 경비"라며 "세부지출내역 등에는 국가안전보장, 국방, 외교관계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이를 공개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는 또 "세부 집행내역에 통일, 외교, 안보분야 등 국정수행 과정에서 접촉한 주요 인사의 정보가 포함돼 있어 청구내용을 공개할 경우 상대방의 정보가 노출되어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거 특활비에 대한 세부지출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납세자연맹은 "청와대 특활비는 이전 정부보다 축소됐지만 여전히 많은 금액이 지급되고 있다"며 "비밀스러운 업무가 아닌 청와대 소속의 공무원에게 급여성으로 지급됐을 가능성이 있어 의혹을 밝히는 차원에서라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특히 정보공개 등 국민의 알권리에 대해 투명성과 사생활 보호라는 입장이 충돌할 때 투명성에 무게를 실어야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국정과제인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택 회장은 "국민 세금을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건 세금을 도둑질하는 것"이라며 "선진국이라면 사퇴 사유에 해당하므로 국가안보와 관련된 특활비를 제외하고 모든 부처의 특활비는 즉각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올해 특활비 예산은 모두 반납하고 내년부터 특활비 예산은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해 7월 '구중궁궐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심의위원회 명단을 공개하고 주요 정보는 국민들의 정보공개 청구가 없어도 선제적으로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국민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정보 공개에는 소홀한 모습이다. 지난달 말~이달 초 문 대통령이 7일간 공개일정을 비우고도 '감기몸살 와병' 외에 자세한 내막이 알려진 바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 조항.

이번 청와대 특활비 비공개 결정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2항(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의거한 것이라는 설명이 나왔지만, 사실상 '국가 이익을 해칠 우려'의 여부는 '구중궁궐 청와대' 내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한 데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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