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특활비 1억원, 예산편의 대가 뇌물…직무관련성·대가성 모두 인정"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 이헌수 실장에 1억원 전달 지시, 이듬해 국정원예산 470억 증액"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가 29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당시 국가정보원 예산 증액을 대가로 1억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징역 5년, 벌금 1억5000만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경환 의원은 기재부 장관으로서 국가 예산의 편성과 집행, 국고 관리 등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면서 국정원 특활비로 조성된 1억원을 수수했다"며 "기재부 장관 직무에 대한 공정성, 사회 신뢰가 훼손됐고 거액의 국고자금이 목적 외로 사용돼 죄가 무겁다"고 판시했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시절 2014년 10월 23일 부총리 집무실에서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지시를 받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국정원의 2015년도 예산은 기재부의 예산 편성과 국회 심의를 거쳐 전년 대비 470억여원 늘었다. 그동안 최 의원 측은 이 전 실장을 통해 1억원을 받은 적이 없으며, 받았다고 해도 예산과 상관 없는 돈이라는 이유 등으로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 본인이 직접 "돈 받았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하겠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헌수 전 실장에게 1억원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이병기 전 원장의 진술과, 그 지시에 따라 최 의원에게 찾아가 1억원을 직접 줬다는 이 전 실장의 진술이 모두 일관되며 신빙성이 높다"며 "당시 국정원 특활비 불출 기록과 당시 수행원 간에 오고 간 문자 등을 보면 특활비를 받은 것이 사실로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이 받은 특활비는 예산 편의를 대가로 넘겨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기재부 장관이 예산이 편성될 시기에 국정원장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는 것은 기재부 장관의 직무집행이 불공정하게 이뤄질 것으로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며 "최 의원은 격려금이라 하지만 별개 기관장인 국정원장이 기재부에 격려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고 액수도 지나치게 큰 금액"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예산 증액 과정에서 편의제공 대가로 (특활비를) 준 것이 넉넉히 인정되고, 최 의원도 적어도 미필적으로 (대가성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뇌물죄의 요건인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최 의원에게 특활비를 건넨 이 전 원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전 원장이 최 의원에게 건넨 1억원은 뇌물이 맞다며 그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이 전 원장의 또 다른 뇌물 혐의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건넨 특활비 8억원은 대가성이 없다며 불인정했다. 8억원과 관련해서는 국내·외 정보 수집 등에 써야 할 특활비를 용도에 어긋나게 썼다며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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