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은 미국 공격용.. 핵문제 해결 전제 없는 대화에 회의적”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미국대사가 작년 2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북핵 등 한미간 안보 현안과 관련한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미국대사가 작년 2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북핵 등 한미간 안보 현안과 관련한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최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은 북핵문제 해결 등 보다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대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북한 핵무기는 방어용이 아니라 미국 공격용”이라며 “북한 비핵화를 더 이상 대화의 전제로 간주하지 않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힐 전 차관보는 1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남북 간에는 인도주의 이외의 사안이 논의되기 어렵다”며 “이는 북한이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주한 미국대사와 6차 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냈다.

힐 전 차관보는 인터뷰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이 2년 만에 열린 것은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면서도 “남북대화가 핵 문제라든가 폭넓은 안보문제를 다루진 않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의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안보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해 남북대화가 더욱 중요했다고 본다”며 남북 간 필요한 (대화) 채널이 열린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남북고위급 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미북 간 대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힐 전 차관보는 “남북 대화는 항상 비핵화 이외의 문제 즉 이산가족 상봉이나 인도주의적 문제를 다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핵문제가 남북 간 대화의 전제조건이 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대화에 나선 이유에 대해선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동시에 한국의 좋은 이웃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미 관계에 문제를 일으키려고 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대화에 나선 이유는 한국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고 싶어서 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과 대화할 때 처음 하는 말은 ‘잘 지냈어?’가 아니라 ‘무엇을 줄 수 있어?’”라고 했다.

힐 전 차관보는 “과거 우리가 북한과 대화에 나설 때는 모든 나라들이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지금 매우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대화의 전제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에도 북한은 과거 자신들에게 부여된 의무들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 목적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국이 향후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스럽다"고 대답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은 전했다.  

힐 전 차관보는 “한국이 만약 북한의 굶주린 아이들이나, 의료, 인도주의적 부문에 지원한다면 이는 안보문제와는 별개 사안이므로 미국의 최대 압박 캠페인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미국이 원하는 것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련 남북 간 결정을 남한이 사전에 미국과 협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 대화상대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서로간의 신뢰 문제에 있어서는 어떤 장난도 해서는 안 된다”며 “중요한 것은 신뢰가 아니라 검증 가능 여부”라고 지적했다.

힐 전 차관보는 미국의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핵을 보유한 북한과 공존하는 옵션이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북한 핵무기는 방어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를 더욱 강력한 자리에 오르기 위한 용도로 이웃국가에 대한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북한은 핵무기 보유 이유를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이는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겨냥하는 적대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을 침략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우리 모두 북한 핵무기가 방어용이 아님을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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