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입이 연일 거칠어지고 있다. 4·10 총선일이 가까워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듯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권 교체 직후 ‘대선 불복’의 의미가 있어, 자제하던 분위기에서 완전히 달라졌다.

[사진=MB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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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탄핵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가장 먼저 탄핵을 시사한 발언은 지난 15일 울산 수암시장 유세 현장에서 나왔다.

‘탄핵’ 발언 쏟아내는 이재명= “내쫓아야”, “해고해야”, “권력을 회수해야”, “차라리 없으면 낫지 않았겠나”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부각시키며 “박근혜 정권 역시도, 그 서슬 퍼런 권력조차도 우리가 힘을 합쳐 촛불 하나 들고 결국 그들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말 안 들으면 내쫓아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16일 용인 유세에서도 이 대표는 전날에 이어 ‘내쫓아야 한다’는 표현을 동원했다. 용인 수지구청역에서 지지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에서) 가장 공정해야 할 사법 권력은 제 식구 보호에 쓰고, 법 앞에 평등은커녕 법을 자신들에게 유익하게 왜곡한다"며 "국민의 머슴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야단을 쳐도, 혼을 내도 안 되면 마지막 방법은 내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7일에도 격전지 중의 한 곳으로 꼽히는 경기남부지역을 찾아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주가조작 의혹)를 거론하며 “머슴과 종이 국민을 업신여기고 국민이 맡긴 권력과 예산을 사익을 위해 남용한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야단을 쳐서 안되면 회초리를 들고, 회초리를 들어도 안되면 해고해야 한다. 그게 민주공화국의 원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일은 대장동·백현동·성남FC 의혹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지만, 이 대표는 무단으로 재판에 불출석했다. 재판 대신 강원 총선 지원 유세에 나선 이 대표는 “일꾼이 왕 행세를 하고 있다. 이러자고 대통령 뽑았냐?”면서 “이제는 권력을 회수해야 할 때”라고 발언했다.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이 대표의 발언의 강도는 더 세지고 있다. 24일 서울 수서 유세에서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자고 대통령을 뽑았는데, 지금 보니 차라리 없었으면 나았을 것 같다”고 했다. 25일 경남 김해 유세에서는 “나라가 이렇게 순식간에 망가지는 것을 본 적 있나”라며 “차라리 (대통령이) 없으면 낫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이재명의 탄핵 발언 목적은 3가지...3가지 의도 모두 ‘역풍’ 맞을 듯

이처럼 탄핵을 시사하는 이 대표 발언의 강도가 세지는 데는 3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조국혁신당과의 선명성 경쟁 때문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이 대표에게 남은 시간이 짧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이 대표의 정치적 의도는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① ‘탄핵’ 발언으로 지지층 결집?...정치경제적 혼란 원치 않는 중도층 표심 이탈 요인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 후보들은 지지층 결집의 목적으로 정권 심판을 강력하게 어필한다. 이 대표는 물론 당내에서 여러 후보들이 정권 심판을 넘어 대통령 탄핵을 직접 언급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에 출마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21일 CBS라디오에서 "민주 진보개혁 세력들이 합쳐서 200석을 깨야만 특검을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도 가능하다"고 했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후보도 SBS라디오에서 "국회의원에 꼭 당선돼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시켜달라 그런 분도 계시다"라고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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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이런 분위기에 김민석 민주당 총선 상황실장은 제동을 걸었다. “정치인이 고개를 드는 순간 어려워진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다”며 “선거 전체에 해를 미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주길 모든 후보께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중도층 표심 이탈을 염려하는 발언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이 대표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친명 중에서도 이 대표와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수도권 험지 후보들 중에는 이 대표 대신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부겸 총리의 유세를 요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의 강성 발언 때문에 중도층들이 등을 돌린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중도층은 물론 당선이 시급한 친명들도 등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지면 상당한 수준의 정치경제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중도층이 결코 원치않는 상황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② 조국혁신당과의 선명성 경쟁?... 이재명의 ‘몰빵론’은 물건너갔다

총선 국면에서 대통령 탄핵 발언은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4년 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심재철 원내대표가 “통합당이 1당을 하거나 숫자가 많아지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통합당 지지율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은 노골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구호로 내걸고 지지층 결집에 성공하는 분위기이다. 지난 24일 조국혁신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는 아예 ‘검찰독재 조기 종식’ ‘3년은 너무 길다’ 등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연합(범야권 비례정당)의 지지율을 추월한 상황에서 정권심판론만으로는 지지자에게 어필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민주당 내에 생긴 것 같다”는 기류가 읽힌다.

결국 이 대표도 조국 대표에 대한 견제심리에서 발언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연합의 지지율은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에 점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케이스탯리서치가 TV조선과 조선일보 의뢰로 지난 22∼24일 서울 격전지 세 곳과 경기 남양주병, 광주 광산을 등 다섯 곳을 조사한 결과 광주을에서도 조국혁신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광주광산을' 응답자의 38%는 비례대표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을 찍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을 찍겠다는 응답은 26%에 그쳐 12%p 차, 오차범위 밖에서 조국혁신당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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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최근 광주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모두 찍어달라는 '몰빵론'을 강조했지만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진 않은 것이다(전체 질문지 등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③ 사법리스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재명의 희망은 수포로 돌아갈 듯

이재명 대표가 탄핵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정혁진 변호사는 주목할 만한 분석을 내놓았다. 정 변호사는 21일 채널A에서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딱 한가지 밖에 없다”면서 “그 방법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선 직후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재판과 위증교사 재판을 받아야 한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4월 12일과 26일로 예정돼 있고, 위증교사 재판은 4월 22일 열린다. 이 두 재판은 올해 중으로 무조건 1심 판결이 나오고 대법원 판결까지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주장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범죄 혐의를 모두 더하면 ‘종신형’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정 변호사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보장된 임기 이전에 퇴임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탄핵밖에 없다”며 “그래서 이 대표가 강하게 탄핵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이 대표의) 희망사항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매우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탄핵을 당할 뻔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사유가 없다고 봤다. 대통령의 탄핵은 대통령의 불법이나 위법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렇지 않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야당이 이번 총선에서 200석 이상 확보해야 탄핵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정 변호사는 ‘이 대표의 희망사항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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