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일축에도 공개 충돌 양상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 기자들을 향해 대놓고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을 운운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향해 일제히 자진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황 수석을 엄호하며 여권의 인사 조치 요구를 일축했다. 당정 갈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18일 CBS 라디오에서 "이분(황상무)은 공직자로서 자세가 돼 있지 않다"면서 "'본인 스스로 거취를 대통령실에 맡기겠다', '반성하고 잘하겠다'는 건 국정에 너무나도 심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오늘이라도 당장 사퇴하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거듭 "정말 놀랐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 혹은 언론사에 있어서 대단한 오점인 흑역사를 거론하면서 일종의 겁박하는 행위이지 않나.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공직자로서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고,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 저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입장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오찬 도중 MBC 기자들을 향해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등을 언급한 황 수석에 대해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진 사퇴를 압박한 것이다.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나경원 전 의원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한동훈 위원장이 말했으니, 본인이 알아서 정리할 거는 정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황 수석 사퇴에 힘을 실었다.

공동 선대위원장인 안철수 의원 역시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선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그에 대해서도 분명히 입장을 밝혔다.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라며 "그렇게 분명히 페이스북에 메시지로 전달했고, 말씀도 드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황 수석은 군부 명령에 따른 '오홍근 회칼 테러'를 상기시키며 특정 언론을 겁박했다. 나아가 5·18 민주화운동의 '배후설'을 쏟아내 우리 정부·여당의,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약속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시대착오적인 시민사회수석에 대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의 언론 공지를 통해 여당의 요구를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우리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언론인을 사찰하거나 국세청을 동원해 언론사 세무사찰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사나 시스템도 없다"며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통령실은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은 "이게 어떻게 수그러들 수 있겠나. 일이 점점 커지든지 하지"라면서 "전직 언론인으로서, 현재 국정에 막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분으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이고 공직자로서 자세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경기 하남갑에 출마한 이용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한 비대위원장도 '본인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된다'고 얘기했으니, 황 수석도 좀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며 "사과에 대해 국민이 받아들인다면 정리가 되겠지만 이슈가 계속되고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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