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가 역사를 왜곡하는 전략
가장 적합한 실천방식이 문화 운동
한국의 모든 정치투쟁은 결국 근현대사 해석 투쟁
대안 서사 내놓지 못하는 게 우파 문화 운동의 근본적 한계

주동식 객원 칼럼니스트
주동식 객원 칼럼니스트

2006년 개봉되어 국내에서만 1300만 명을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도입부에서는 어떤 미군 부대 내부의 모습이 소개된다. 미군 부대 내 어두컴컴한 실험실에서 어떤 미군이 한국인 군무원에게 화학폐기물을 한강에 방류하라고 지시하고 한국인 군무원이 이를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환한 대낮에 한강변에 출몰해 시민들을 공격하는 괴물이 등장하는 원인이 된다. 화학폐기물에 오염되어 유전자가 변형된 것으로 추정되는 괴물이 나타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영화 설정의 모티브는 실제 사건에 근거하고 있다. 2000년 2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미 육군 제8군 용산기지 영안실에서 부책임자였던 육군 군무원 앨버트 맥팔랜드가 독성을 가진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무단으로 한강에 방류하도록 한국인 군무원에게 지시해 실행한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한국인 군무원은 “서울의 중요 식수원인 한강에 암과 출산 장애(기형아 발생 위험) 등을 일으킬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그대로 버릴 순 없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맥팔랜드는 “내가 시키는대로 해라. 너 바보 아니냐?”라며 지시를 실행하라고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반미 모티브는 이 영화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핵심 코드라고 볼 수 있다. 발암물질을 한강에 방류한 것이 결코 잘한 행동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미군에 의해 의도적이고 지속적으로 자행된 것처럼 묘사되고 그것이 또 괴물을 만들어내 막대한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것처럼 설정한 것은 아무리 봐도 악의적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반미 코드는 다양한 한국 영화에 계속 등장한다. <공공경비구역 JSA>나 <웰컴투동막골> 등도 그런 영화에 포함된다. 이들 영화는 반미라기보다는 반전을 강조하며 관객의 정서적 공감을 끌어내는 데 주력하는 편이지만 결국 반전이라는 구호가 NL주사파의 ‘반전반핵’ 구호와 어떤 형식으로건 접맥된다는 점을 외면할 수 없다. 간접적인 방식의 반미 메시지인 셈이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반미 등 좌파 흐름은 이후 영화 등 대중문화계에서 대세가 되었다. 이제 영화 등 대중문화계에서는 좌파에 동조하지 않는 예술인들은 작품 제작이나 발표 기회를 근원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좌파 중심의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문화 운동에서 좌파가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 근본적인 계기는 1987년 체제의 성립에서 찾아야 한다. 1987년 체제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 투쟁에서 좌파가 승리한 것을 계기로 성립됐다. 정치적 승리는 모든 사회적 정당성의 원천이다. 정치 자체가 모든 사회 영역에서의 대립과 갈등 투쟁의 종합판이기 때문이다.

좌파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 투쟁의 승리를 계기로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고 결과적으로 1987년 체제의 승리자이자 오너의 위상을 갖게 됐다. 이후 우파 정권은 좌파의 진지를 여러 차례에 걸쳐 타격했지만 그 진지를 무너뜨리는 데에는 실패했다. 바로 정치투쟁에서 승리한 좌파가 정당성의 근원을 장악했기 때문에 생긴 불가피한 결과였다.

좌파가 정치적 정당성을 장악하면서 이후 대한민국 전체가 점차 좌파의 도그마와 논리, 정서에 의해 점령당하고 좌파의 이념이 주류 이념으로 자리잡는 변화가 가속화된다. 하지만 좌파는 1987년 체제를 등장시킨 정치투쟁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 권력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의 당선으로 우파 집권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정치적 정당성은 장악했지만 현실 권력은 놓친 상태에서 좌파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풀뿌리 운동일 수밖에 없었다. 사회 각계각층에 침투해 좌파 이념에 근거한 어젠다를 발굴하고 좌파 이념으로 인적 자원을 훈련 조직화시키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좌파들은 학생운동 당시부터 풍부한 선전 선동의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이런 부문 운동에 필요한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다.

좌파 활동가들이 학생운동 이후의 배출구를 찾기 어려웠다는 현실도 작용했다. 학생운동에 주력하느라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해 직장 생활에 필요한 전공 지식 등이 현저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80년대의 반체제 명제에 호응하는 시대적 분위기와 학생운동의 결과로 좌파적 어젠다에 동의하는 광범위한 배후세력이 양성된 것도 좌파 시민운동 나아가 문화 운동이 본격 형성된 배경이 되었다.

좌파적 어젠다를 소비하는 시장 수요와 거기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제작 능력이 결합하여 좌파 문화 운동의 기본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게 된 것이다.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이 대부분 1987년 체제 이후 등장했다는 사실이 이런 풀뿌리 운동 전략과 실상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좌파 풀뿌리 운동은 모택동식 전략 즉 농촌을 동원해 도시를 포위하는 기본 구조를 답습했다. 변경에서 좌파 이념으로 동조자를 설득하고 이들을 조직화하여 권력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구조였던 것이다.

1987년 체제에서 좌파는 정치적 승리자였지만 제도권 권력에는 뒤늦게 참여하게 되었다. 게다가 1987년 체제의 설계 자체가 권력의 분산과 장기집권의 방지를 핵심으로 하는 구조였다. 우파와 좌파가 권력을 공유하는 구조에서 좌파의 상징 권력과 우파의 제도권 권력이 병존했던 것이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상징 권력을 장악한 좌파에게 권력의 추가 기울어지는 현상이 심화하게 되었다.

좌파 특히 주사파가 퍼뜨리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핵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이런 콘텐츠는 팩트를 결여할 수밖에 없었다. 명백한 역사적 진실을 부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역사적 팩트를 기본으로 삼되 거기에 날조와 가공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게 팩트가 아니라고 반박하면 ‘아님 말고’라는 식으로 치고빠지기로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행태에 가장 적합한 실천방식이 문화 운동이었다. 상상과 가공이 허용되는 가능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좌파적 시각으로 비틀어 대중들이 역사적 진실을 오해하게 만드는 방식은 좌파 문화 운동의 기본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픽션을 대중들이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게 하는 전략이었다. 이런 구조에서 좌파 코드를 담은 영화들이 대거 만들어졌다. 앞에서 제시한 <괴물>이나 <웰컴투동막골>, <공동경비구역 JSA> 외에도 <택시 운전사>, <변호인>, <실미도,> <기생충>, <밀정>, <화려한 휴가>, <서울의 봄> 등이 그런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서울의 봄>은 좌파 코드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샘플과 같다. 이 영화는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시국을 수습하던 신군부 인사들이 철저하게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 쿠데타를 하고 정권을 찬탈했다는 논리를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주입한다. 당시 신군부라는 이름으로 불린 육사 출신 군부 엘리트들이 왜 일신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결단하고 실천에 나섰는지에 그 시대적 사명에 대한 고찰이나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계획적으로 외눈박이의 시각을 이면에 감춰두고 사실상 관객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1980년 당시 대립했던 신군부와 재야세력이 추구하는 바는 사실 비슷했다. 포스트 박정희 시스템의 구축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던 것이다. 다만 추진하는 속도와 방법론에 차이가 있었던 정도라고 봐야 한다.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신군부가 연착륙(soft landing), 재야세력이 경착륙(hard landing)을 추구했다고 봐야 한다. 좌파가 정치적 승리자로 등장한 1987년 체제에서 신군부를 악마화하는 것이 시대적 대세가 됐기 때문에 신군부가 민주화를 거부했다는 것이 일종의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민주화는 당시 좌우 구분 없이 누구나 동의했던 시대적 대세였다. 민주화에 대한 신군부의 의지는 5공화국 헌법에서 확인할 수 있다. 5공화국 헌법은 7년 단임제를 확고하게 못박아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1인 장기집권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7년 뒤 구체화된 6공화국 헌법의 대통령 직선제는 5공화국 헌법에서 다져진 단임제의 성과 없이는 실현되기 어려웠다. 전두환 등 신군부 리더들은 5공화국 헌법에서부터 대통령 직선제 도입을 고려했으나 집권세력 내부에서 반발이 많아 포기했다고 한다.

민주화라고 하면 흔히 정권 창출의 합법적 절차나 대중적 참여 등 다수결의 보장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민주화를 극히 편협하게 이해하는 단견이다. 민주화는 사실상 개방화 유연화 합리화 투명화를 종합한 가치이며 이는 개화기 이후 일제시대까지 포함해 한국사를 일관되게 관통해온 거대한 흐름이자 법칙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 진영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를 민주화와 대립하는 적대적인 가치로 설정하는 구도를 만들었고 이를 대중적으로 각인시키는 수단으로 대중문화 그 중에서도 특히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해왔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의 일관성과 통합성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무너뜨리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좌파 특히 주사파의 의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 김씨정권에 민족사적 정통성과 정당성이 있다는 논리로 나아가게 된다.

좌파 문화의 영향은 심각하다. 대한민국 정체성과 정통성에 대한 도전 외에도 국민 심성의 파탄과 의식 수준의 저하라는 결과가 좌파 패권의 결과이다. 피해자 서사의 주류화를 통해 피해의식을 강화하는 등 부정적인 심리 기제를 확산시켰다. 이는 사회 전반의 건강성을 무너뜨리는 작용을 한다.

세월호 등 참사의 정치 무기화를 통해 대한민국에 국가적인 비극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는 심리가 만연하게 된다. 또한 개인을 부정하고 집단을 강조하는 좌파의 이념과 논리 구조에 따라 문화와 사회 전반에 틀에 박힌 스테레오 타입의 문제의식이 만연하고 창의와 개성이 아닌 천편일률적인 교과서적인 해법이 강요되게 되었다.

좌파 문화 생태계는 필연적으로 피상성, 단발성, 일회성, 휘발성을 핵심으로 하는 대중 심리를 형성하게 된다. 심도 있고, 지속적이고, 견고한 논리 구조를 지닌 메시지를 배격하고 단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그 배경에 궁극적으로 호남과 5.18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에서 좌파 패권은 ‘제사의 도시’ 역할을 하는 광주의 5.18과 이를 악용하는 주사파의 결합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좌파 문화 우위를 깨트리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훼손하는데다 미래 비전의 형성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관통해온 근대화의 가치들 즉 시장과 기업, 과학, 합리주의, 민주주의, 인권, 친미친일, 개인, 법치 등이 최근 들어 심각한 위협에 처한 것도 그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좌파 패권과 그 연장선인 좌파 문화 운동의 영향에 이르게 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일단 한국의 모든 정치투쟁은 결국 근현대사 해석 투쟁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화 운동도 그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 필연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우파는 좌파와의 문화 투쟁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그것은 우리 현대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우파가 여전히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파는 좌파가 내세우는 서사 구조에 대해 ‘그건 팩트가 아니다’라고 단편적인 문제를 지적할뿐, 총체적인 대안 서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좌파의 현대사 서사 구조는 반일을 매개로 하여 근대화의 가치를 부정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것이 다시 친북종중의 정서로 이어진다. 우파가 그 대안 서사를 내세우지 못한다는 것이 우파 문화 운동의 근본적인 한계이다. 흔히 우파 문화 운동의 약점으로 선전 선동 역량과 자금 지원, 조직 역량의 부족 등이 거론되지만 이는 지엽적인 문제이다. 대안 서사의 중심을 찾지 못하면 우파 문화 운동은 위력을 강화하기 어렵다.

사실 우파의 대안 서사는 이미 좌파가 제안해주고 있다. 좌파의 모든 서사 구조는 기본적으로 반일이라는 메시지에 근거하며, 그 방향성은 근대화에 대한 부정으로 귀결된다. 좌파와 싸우는 우파의 서사는 그런 점에서 바로 근대화를 핵심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일제시대를 포함해 개항기 이후 대한민국 역사는 근대화를 향한 처절하고 위대한 투쟁이었다는 서사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근대화의 프레임 위에서만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를 일관된 기조 위에서 해석하는 역사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 이것이 우파가 문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前 국민의힘 광주서구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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