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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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지난 10월 중순에 북경에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했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세계 경제·군사 영토 확장사업인 일대일로사업의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것이다. 이 포럼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10년간 일대일로사업이 역사적인 성과를 거뒀고, 150개 이상의 국가에 혜택을 제공하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제협력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대일로사업은 현재 흔들리고 있다. 그간 이 사업에 참여하여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왔던 많은 후진국들이 디폴트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정상급은 20여개 국에 그쳤으며, 주요 7개국(G7) 등 서방국 정상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G7 국가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가입했던 이탈리아가 조만간 탈퇴할 예정이다.

일대일로사업의 기본개념은, 육상과 해상 루트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국가, 유럽까지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목표는 두 가지이다. 첫째, 전략적으로 태평양에서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면서도 서쪽으로 진출하여 미국을 역으로 포위하는 것이다. 둘째, 주로 후진국들에게 중국의 잉여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면서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이다.

10년을 맞고 있는 일대일로사업의 참여국은 152개국으로 늘어났으며, 현재 중국은 후진국들에게 약 1조 미 달러(한화 약 1,400조 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일대일로사업의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중국이 대상 국가와 특정사업을 발주하기로 협약을 맺고, 필요한 자금은 중국이 빌려준다. 해당 국가는 인프라 건설을 수주한 중국 기업에게 그 돈을 준다. 건설을 수주한 기업은 중국산 건설자재와 중국인 노동력을 사용해서 시설을 짓는다. 사업이 끝나면 중국에게는 채권이, 중국 기업들에게는 돈이, 대상국가에게는 잉여 사회기반시설과 부채가 남는다.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서 참가 국가들의 부채가 증가하고 있고 투자금의 회수가 어려워진다.

중국의 자금을 선물로 알고 받아들였던 후진국들은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몰리는 나라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현재 23개국이 파산위기에 처해 있다. 관련 국가가 중국에 빚을 갚지 못하면, 중국은 그 국가의 시설을 담보로 조차를 하는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항구를 군사기지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일대일로를 군사력 증강의 토대로 삼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들이 지부티, 스리랑카, 파키스탄이다. 이에 따라 참여했던 후진국들 마저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은 일대일로사업이 중국의 세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부채함정 외교라고 비난하면서 견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후진국들의 인프라 등 사업에 최대 3,000억 유로(421조 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유럽판 일대일로글로벌 게이트웨이 전략을 내어 놓았다. 그리고 최근 미국 정부도 중국의 일대일로사업에 맞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면 곤란에 빠져 있는 일대일로사업은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일대일로사업의 참여국들이 빚에 허덕이고 있으며, 서방국가들의 비판과 견제가 늘어남에 따라 일대일로사업이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일대일로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를 직접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의 실패를 인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일대일로의 실행 방식에라도 오류가 있었다는 말조차도 절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대일로의 혜택을 본 일부 후진국들에서는 중국을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퓨리서치 설문 결과 케냐, 나이지리아 등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 자금 유입이 많았던 국가들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각각 23%, 15%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사업을 큰 폭으로 축소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중국이 경제침체에 빠져 있어, 중국 내부에서도 막대한 자금을 후진국에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미국 등의 견제도 강력해지고 있다. 일대일로사업은 당초 시진핑이 패권 확장을 통해 국내적인 정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것이지만, 국내외적으로 그의 의도와는 달리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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