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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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10년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되어 공세적 외교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2017년에 ‘전략적 경쟁자’라고 규정하면서 시작된 ‘미중 신냉전’은 향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아직 미국에 필적할 만한 총체적 국력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버티기’를 하면서 미국의 압박을 피하고 종국적으로는 세계 1등 강대국으로 등극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버티기’를 하는 방법들 중에서 중요한 것이 ‘선전전’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선전전’에 능한 나라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이 그것이며 여기에 공산주의의 선전술이 합해지면서, 중국의 선전전은 강력하게 다가온다. 중국 공산당 선전 전문가들은, “반복에 약한 것이 인간이다.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선 중국 ‘선전전’의 양상를 보기로 하자. 첫째, 미중 신냉전은 미국 때문에 시작된 것이며, 중국이 미국으로 핍박을 받고 있는 ‘피해자’라는 것이다. “미국은 안보 우려를 '핑계'로 중국의 발전을 부당하게 억제하고 있고,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세계의 분열을 책동하고 있다. 세계는 서구가 주도하는 문명에서 벗어나서, 세계 문명의 다양성을 존중하여 문명의 충돌을 초월해야 한다. 중국은 발전하더라도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도전하거나 대체할 생각이 없다”라고 주장한다.

둘째, 중국은 세계화, 국제질서의 수호자라는 것이다. “미국이 패권을 지키기 위해 국제질서를 수호하지 않고 지구촌시대에 이데올로기로 선을 긋고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하는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국제질서 파괴이다. 중국은 세계평화의 건설자이자 전세계적 발전의 공헌자, 국제질서의 수호자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 디커플링을 시도하나, 중국은 자유로운 국제경제질서를 지지한다“라고 주장한다. 

셋째, 시진핑은 “자본주의는 소멸할 것이며 사회주의가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2013년 언급했다. 시진핑의 외교책사인 왕후닝은 “미국이 주장하는 민주주의는 현재 타락되었고, 미국은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조만간 잃어버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권위주의체제가 서방의 민주주의보다 인류에게 더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이러한 중국의 선전전은 설득력이 있는가? 결론적으로 설득력이 별로 없다. 이제 셰계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적인 사회주의 간의 국력전쟁, 이념전쟁으로 돌입했다. 이번 신냉전은 중국의 공세적 외교에 의해서 시작된 것으로서, 중국은 피해자가 아니다. 그리고 중국은 남중국해문제, 대만문제에서 보듯이 평화적인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를 분열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적인 국가들이 세계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블록화 시키고 있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이 채택했던 극단적인 제로-코로나정책이 결국 실패했듯이, 경직된 권위주의적인 중국의 사회주의는 인류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평화, 번영, 평등, 지속가능한 발전, 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인류의 오랜 수단이라는 것을 역사가 보여주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부상하면서 현란한 수사들을 그간 발신하여 왔다. ‘평화적 발전’, ‘조화세계’, ‘인류운명공동체’, ‘중국은 발전해도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사들은 중국의 실제 행동과 부합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거칠은 외교의 얼굴들을 보기로 하자. 대만에 대해 무력공격을 할 수 있다는 중국, 동북공정사업을 통해 고구려의 역사를 빼앗아 가려 하는 중국, 2020년 초 중국에서 코로나가 발생했으나 ‘중국 책임론’에서 벗어나려 하는 중국, 남중국해가 중국의 해안선과 만나는 부분이 5분의 1밖에 되지 않으나 자신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중국, 일대일로사업을 통해 후진국들에게 영향력을 무리하게 확대하려는 중국, 국제사회에서 자국과 상충하는 국가들에 대해서 서슴없이 대립각을 세우는 전랑외교를 구사하는 중국의 거칠은 얼굴들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은 세계에서 ‘비호감 나라’가 됐다. 이와 관련, 스인홍 중국 인민대학 교수도 “중국의 체제선전전은 세계 각국의 반감만을 불러왔다”고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어떠한 성격의 강대국이 될 것인지에 대한 그간의 논의들의 공통적인 질문은, 이웃국가들에 대해 자신의 의지를 강압적으로 강요하는 ‘패도적 패권’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상대국가와의 타협과 합의를 중시하는 ‘왕도적 패권’을 추구할 것인지 이었다. 

하지만 2010년경 세계에서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확고해진 이후, 중국의 수사와 외교행태는 ‘패도적 패권’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아시아의 이웃국가들은 중국이 아직도 ‘말과 행동이 다른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수사와 외교행태가 이웃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웃국가들은 이 해석에 따라서 중국에 대응할 것이다.

과거 조공시대의 중국과 현재의 중국 간의 큰 차이는 이웃국가들이 중국을 더 이상 문명의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한 세기의 혼란과 변화, 미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들의 증대된 영향력으로 인해 중국이 주도하는 지역체제는 역사적인 선례와 같지 않을 것이다. 향후 중국과 이웃국가들 간의 관계의 형태는 중국이 미래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대한 믿음에 달려 있다.

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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