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와 천하람 후보, 이기인 후보 등이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8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김기현 후보가 52.93%라는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결선 없이 새 당대표가 되자,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지지하는 젊은 당원들 간 격한 토론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천하람 2위' '천아용인 최고위·청년최고위 입성'을 자신했던 이준석 전 당대표의 확신이 '실언'이 되면서,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 동안의 그의 행보를 두고 의견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젊은 보수 지지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8일 전당대회 투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역시 한줌따리(얼마 수가 안된다는 말)였다" "이준석이 완패한 것이다" 등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판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펜앤드마이크 펜앤초대석에 출연했을 때엔 "천하람이 승리할 것 같다"라고 예측했고 8일 오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서도 "전대 2위는 무조건 천하람"이라며 '천아용인'의 돌풍을 자신했는데, 이러한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젊은 네티즌은 "(이 전 대표가) 아예 판 자체를 오판한 것"이라며 "전에 이준석이 '윤핵관들 당원들 성향 모른다. 결선 때 까무러칠 것'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당심을 못 읽은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출마 안한 유승민이나 윤핵관에게 두드려 맞으면서도 윤심 호소한 나경원이 판을 잘 읽은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전 대표의 해당 발언은 지난 1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장성철 시사평론가에 의해 공개된 바 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당원 대부분이 이준석을 혐오하는 상황에서 '천아용인'을 뒤에서 조용히 돕는 게 아니라 앞에서 시끄럽게 나대서 이준석만 보이게 됐다"며 "'천찍자지' '아카라카' 등 자기 선거였으면 저랬을까 싶은 트롤링으로 2030 바람을 차단해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쓸데없는 블러핑과 마지막 엄석대 퍼포먼스로 되레 당의 내분을 우려하는 50대 이상 당원들을 강하게 결집시켰다"고도 했다. '천찍자지'란 지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가 내세웠던 '홍찍자지(홍준표 찍어서 자유를 지킵시다)'를 패러디한 것으로 '천하람을 찍어서 자유로운 정치발언 지킵니다'를 의미한다. 하지만 다소 성적인 인상을 풍기는 어감으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카라카'는 연세대학교 응원단장을 지낸 바 있는 이기인 후보와 연관이 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공격과 조롱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지적한 네티즌은 "솔직히 이번에 안철수 조롱이 선을 넘긴 했다"며 "그동안은 경쟁 상대로 먼저 시비를 트니 싸우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본인이 당사자가 아님에도 조롱하는 느낌이었다. 결선을 노렸다면 더더욱 하면 안되는 거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30이야 시원한 맛에 우리 편이라 생각하니 넘기는 거지, 결국 승패가 나이든 어르신들한테 달린 현 상황에서는 좋을 게 없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렇듯 선거운동 기간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던 이견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다수는 "'천아용인' 수고했다" "이 전 대표도 나름 고생했다" 등 옹호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이에 더해 이 전 대표 비판에 대한 반박도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어제 결과 나오자마자 이준석 비판 비난 글 쓰면 반감 안가질 사람이 어딨겠냐"며 "본인이 진정 걱정됐다면 이전부터 비추를 각오하고 그런 글 쓸 용기가 있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지금 그런 글들은 '분탕들' 먹잇감밖에 안 된다"며 "게시판에 이준석 비판글에만 추천을 누르는 사람들이 있다. 비판 내용엔 충분히 공감하지만, 건전한 비판마저 분탕러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네티즌은 "50대 이상이 66퍼센트인 당에서 결선투표를 막냐 안 막냐가 중요했지 진걸 가지고 싸워서 뭘 하냐"며 서로 싸우는 게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준석을 날리고, 당원 100%로 당규를 바꾸고, 유승민 불출마 시키고, 대통령이 당 선거에 개입하는 등의 상황에서는 선거 할아버지가 와도 못 이길 선거였다"며 "이준석이 무게감이 있니 없니, 전략이 맞았니 틀렸니 싸울 필요가 없다. 애초에 언더독인데 희망회로 돌리면서 선거 해야지, 처음부터 점잔 떨고 안철수 존중하면서 해야 되냐"고 반문했다.

젊은 보수 지지자들은 이렇듯 이 전 대표의 역할, 선거전략 등을 두고 싸우곤 있지만, 천하람 후보가 얻은 약 15%(14.98%)의 득표율이 고무적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천 후보가 후발주자로서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자신을 40대라고 밝힌 네티즌은 "(이 전 대표에 대해) 화가 나는 심정은 이해는 하겠지만, 우리는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에 무릎꿇는 누군가처럼은 되지 말자"며 "나의 마음에 보수 개혁이라는 불을 지펴준 그들에게 난 감사한다,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고 자기할 말 하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우리나라 정치 미래가 밝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심경을 밝혔다.

다만 새로운 당 지도부로 거듭난 국민의힘이 성향이 맞지 않는 젊은 지지자들을 품고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수진 신임 최고위원이 "낙선한 후보들을 만나 그동안의 상처나 고민 같은 게 있었다면 보듬는 것이 이번에 당선된 지도부의 역할"이라면서도 "이준석 전 대표나 이준석계, 대리인들, 이런 분들 빼고는 접점을 찾기 쉽다"란 의견을 피력하는 등 '이준석계와 함께 가기 어렵다'는 의중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젊은 보수 지지자들이 국힘을 이탈해 내년 총선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한편 천 후보는 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속 지치지 말고 함께 가길 청한다"며 "여러분과 함께 보수의 황금기를 열어내고 싶다. 국민께 아낌없이 사랑받는 보수정당의 꿈 반드시 이루겠다"며 젊은 보수 지지자들의 마음을 위무했다. 이 전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한달 동안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네 후보를 지원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며 "네 후보 모두 후회없는 선거를 하고자 했고 두려움 없이 선거에 임했다. 강한 것과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옳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으뜸가는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신 당원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더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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