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개막일 숨가쁜 일정…'대북압박' 코드 확실
평택 2함대서 탈북민 면담, 서해수호관·천안함기념관 참관
탈북민 격려하며 "자유 갈구 수백만 대변…美 마음 같이한다"
저녁 평창 개회식 참여…"北 매력공세, 진실 전달이 중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오전 평택 해군 2함대 서해수호관을 방문해 1·2차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등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북한이 자행한 대남 무력도발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사진=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오전 평택 해군 2함대 서해수호관을 방문해 1·2차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등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북한이 자행한 대남 무력도발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사진=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전날(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강력한 한미동맹 결속과 북한 비핵화 협력을 강조한 데 이어 9일 '대북 압박' 코드에 맞춰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서해수호관을 방문했다. 서해수호관은 1·2차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등 서해 NLL 부근에서 북한이 자행한 대남 무력도발을 돌아보고 장병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안보 전시시설이다.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에 참전한 참수리 357호정이 전시돼 있다. 

그는 이곳에서 탈북민 4명과 면담을 가졌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김병주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이종호 해군2함대 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 폭정에서 탈출한 남녀를 만나 영광"이라며 "여러분이 자유를 찾아 한국까지 왔다고 생각할 때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고 격려했다. 이어 "자유를 위해 싸운 데 대해 마음을 같이 하는 미국인이 있다"며 "(여러분들이) 아직까지 자유를 갈구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사람 70% 이상이 식량지원 없이 생존 못하고,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고통받는다"며 북한 주민들이 겪는 식량난의 참상을 들려주길 원했다. "북한의 폭정을 피해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듣고 싶다"고도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이들과 35분여 간 면담을 가졌으며, 면담을 마무리하면서는 "이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증언하듯, 그것(북한)은 자국 시민들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세계가 오늘 밤 북한의 '매력 공세'(a charm offensive)를 보게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오늘 우리는 진실이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본국 송환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인 프레드 웜비어가 함께 했다. 펜스 부통령은 프레드 웜비어를 소개하면서 "여기 미국 손님이 있다. 그의 아들은 북한에 갇혔다가 몸이 엉망이 됐고 미국에 돌아와서 숨졌다"며 "프레드는 자유를 쫓아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을 위한 옹호자"라고 북한인권 참상에 공감대를 표했다.

탈북민 이현서씨는 "언론은 북한(정권)에 집중하고 있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백만 명의 북한 사람이 탈출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라고 상기시켰고, 김혜숙씨는 자신이 "28년동안 수감돼 있다가 살아나왔다"고 소개하면서 공개총살 등을 묘사한 그림 4점과 관련 사진자료 3점을 가져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난달 말 연두교서 발표회에서 집중 조명받은 2006년 탈북한 북한인권운동가 지성호 나우(NAUH) 대표, 2007년 탈북한 지현아씨도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사연을 풀어놓았다. 지성호씨는 웜비어와 10초 이상 서로 포옹하며 아픔을 나누기도 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경기도 평택시 해군2함대에서 탈북민 4명과,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본국 송환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인 프레드 웜비어를 만나 면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경기도 평택시 해군2함대에서 탈북민 4명과,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본국 송환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인 프레드 웜비어를 만나 면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해수호관에 이어 2010년 북한의 어뢰 공격에 침몰한 천안함을 살펴봤다. 그는 반으로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를 진지하게 살피면서 북 정권의 야만성을 비판했다. 이후 펜스 부통령은 평창으로 이동, 오후 8시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다.

한편 이날 평택 2함대 정문 앞에서는 펜스 부통령 방문과 관련해 좌·우 단체가 집회를 가졌다.

정문으로 들어가는 길목 양쪽으로 자리를 잡은 한미자유연합, 제2의 건국전사, 미디어워치, 구국전사 등 10여 개 시민단체 회원들은 오전부터 성조기를 내걸고 집회를 준비했다. 500명을 넘는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집회에서 "북한을 폭격하라. 우리는 죽어도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펜스 부통령을 향해 "미국은 북한을 폭격할 권리가 있다" "미국은 김정은을 죽여야 한다" 등의 구호를 영어와 한국어로 외치며 성조기를 흔들기도 했다. 

이에 맞서 좌파성향 국민주권연대 회원들은 "평화올림픽 방해하는 미국 무기 반대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반미(反美)시위를 벌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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