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은 사실의 브로커가 돼야" 새뮤얼 프리드먼 美콜롬비아대 교수 강연
언론의 '사실'과 '검증', '공적 책임' 강조..."사실 기반한 좋은 콘텐츠들은 희소성 가질 것"
"많은 나라에서 '가짜뉴스'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닌 뉴스'가 아니라, '권력자가 동의하지 않는 뉴스'가 됐다"

미국 콜롬비아대학 교수이자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새뮤얼 프리드먼은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저널리즘 가치는 ‘사실’과 ‘검증’이라고 강조했다.
 

새뮤얼 프리드먼 교수(유튜브 화면 캡처)
새뮤얼 프리드먼 교수(유튜브 화면 캡처)

프리드먼 교수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9회 ‘한국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저널리즘은 그것이 가장 신성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붙들고 있는 한 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언론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사실을 쫓고 검증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개인의 정치적 신념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언론인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언론인은 사실의 브로커가 돼야 한다"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쪽을 부각시키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지만, 언론인은 자신의 신념을 벗어두고 다른 사람이 믿는 바를 진심으로 듣고 이를 있는 그대로 전해야 한다. 그래서 정직한 브로커가 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언론인은 이런 문제와 관련된 뉴스를 보도할 때 찬반 양쪽이 주장하는 다양한 면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때 언론인이 가져야 하는 공적 책임감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서는 언론인으로서의 콘텐츠와 개인의 견해를 구분할 수 없다. 모든 게 검색이 가능하도록 공개돼 있기 때문"이라며 "언론인은 자신이 온라인에 올린 글에 인신공격성 댓글이나 욕이 달려도 똑같이 저열해지면 안된다. 발끈해 논쟁을 벌이면 그 역시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된다"고 했다.

현직 기자들이 디지털 환경의 정보 홍수 속에서 정보를 '검증'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의 디지털 접촉면이 넓어진만큼 엄청난 양의 뉴스들이 소비자들을 둘러싸고 있다며 “정확도 없고 질 낮은 가짜뉴스(fake news)와 속보 경쟁 속에서 사실에 기반한 좋은 콘텐츠들은 희소성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처럼 모든 매체가 매초마다 무한경쟁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제대로 된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언론인은 책임과 전문성을 갖춰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가 돼야 한다"고 했다. 책임과 전문성을 갖춘 보도는 미디어 환경변화나 유행과는 관계없이 소비된다는 것이다.

또한 뉴스의 질이 높아지면 돈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며 ‘페이월(웹사이트에서 유료 구독자에게만 전체 기사를 보게 하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매체의 신뢰도가 높아질수록 유료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그는 "분야에 따라 관련 기관에서 기부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독자 또는 시청자가 모금하는 형식으로 원하는 매체를 후원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앞으로 뉴스 콘텐츠를 유료로 보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오늘날 ‘가짜뉴스’라는 표현이 자주 활용되는 실태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2016년 미국 대선 이후로 가짜뉴스의 개념이 변질됐다. 가짜뉴스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닌 뉴스가 아니라, 권력자가 동의하지 않는 뉴스가 됐다"며 "다른 나라들도 점점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비(非)민주적인 정권이나 독재 정권들이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을 씌워 정확하고 진실된 보도를 폄하하고 있다"고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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