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선고하기로 해 놓고 재판 재개, 두 차례 공판 더 열어
"공소 사실 입증 안 된다" 재판부 지적에 檢 추가 증거 제출키로 했으나...
마지막 공판 이후 3개월 지났는데...법원, 추후 재판 일정 잡지도 못 해
형사소송법, "범죄 사실 증명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 선고해야"

지난 2019년 대학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연행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류석춘 전(前)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건(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2년 반이 넘도록 공전하고 있다.

재판부가 검찰 측에 공소사실을 입증할 추가 증거를 제출하도록 명령했으나 검찰은 3개월째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데, 법원도 선고 기일을 지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류석춘 전 연세대학교 교수. [사진=연합뉴스]
류석춘 전 연세대학교 교수. [사진=연합뉴스]

27일 펜앤드마이크의 취재를 종합하면 류석춘 전 교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지난 1월11일로 예정돼 있던 류 전 교수 사건 선고를 연기하고 공판을 재개하기로 했다. 류 전 교수가 재판부로부터 공판 재개 사실을 통지받은 것은 선고 하루 전이었다.

이후 정 판사는 1월27일과 3월22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공판을 진행했다. 정 판사는 마지막으로 열린 지난 3월 공판에서 소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강제연행’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와 관련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류 전 교수의 발언 내용의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검찰 측에 1개월 기한(期限)으로 해당 부분 류 전 교수 혐의 사실을 입증할 추가 증거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정 판사는 이에 앞서 지난 1월 재개된 공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정과 관련해 해당 자료를 수집한 여성가족부가 소위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해당 자료를 확인하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강제연행 피해사실 부분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검찰이 해당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제출해야 함에도 오히려 피고인인 류 전 교수가 해당 자료를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류 전 교수를 기소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4월말까지 재판부가 요구한 증거를 찾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검찰은 법원에 아무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류 전 교수는 지난 2019년 9월19일 연세대 사회학과 전공 과목으로 개설된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수강생과의 토론 과정에서 소위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연행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로 지난 2020년 10월29일 재판에 넘겨졌다(수사·기소 최종경 검사).

당시 서울서부지검은 보도자료를 통해 류 전 교수 사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향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명예훼손 범죄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무성의하고 부실하게 공소를 제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2021년 3월12일 열린 류 전 교수 사건 두 번째 공판에서 당시 사건 심리를 맡은 박보미 판사가 류 전 교수의 발언 내용은 넓게는 ‘일본군 위안부’ 일반(一般)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류 전 교수 발언으로 인한 구체적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같은 해 4월 공소장 변경을 통해 류 전 교수 발언 당시 생존해 있던 ‘일본군 위안부’ 생활보호지원대상자 19명의 명단을 류 전 교수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했으나 이들이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연행돼 위안부로서의 삶을 강요당한’ 이들임을 입증할 증거는 제출하지 못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무죄의 판결) 후단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류 전 교수는 조만간 선고 기일을 지정해 무죄를 선고할 것을 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순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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