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석춘 기소, 한국 고등교육에 대한 심각한 모욕...'유죄' 땐 학문의 자유 위협하는 선례"
13일 한·미·일 3개국 소재 유명 대학 전·현직 교수들이 공동성명 발표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 등 이름 올려 눈길

지난 2019년 9월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을 한 혐의(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로 기소된 류석춘 전(前) 연세대학교 교수 사건과 관련해 한국·미국·일본 3개국의 교수·지식인 72명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13일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3개국 교수·지식인들은 류석춘 전 교수의 발언을 문제 삼아 류 전 교수를 기소한 한국 검찰의 태도를 강력 규탄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공동 성명에는 노엄 촘스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명예교수,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학 교수 등 미국 등 영어권 지역 소재 유명 대학 전·현직 교수 21명을 비롯해 19명의 일본 소재 대학 전·현직 교수, 32명의 한국 소재 전·현직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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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엄 촘스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명예교수(왼쪽),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학 교수(오른쪽).(사진=로이터/하버드대학)

해당 성명에서 이들은 “류 교수는 강의 중 역사적 문제와 관련해 단지 자신의 생각(의견)을 말했을 뿐”이라며 “류 교수는 30년 동안 이어져 온 ‘위안부’ 문제에 대한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는 반론을 소개했을 뿐이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학생들에게 강요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류 전 교수를 기소한 검찰(서울서부지방검찰청)을 질타했다. 이들은 “한국 검찰이 류 교수를 기소한 것은 한국 고등교육에 대한 심각한 모욕에 해당한다”(a grave disservice to higher education in Korea)며 “만일 류 교수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한국의 언론과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기에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류 전 교수에 대한 기소가 “열린 토론과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뤄져야 하는 상아탑에도 ‘검열 문화’가 점차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들은 류 전 교수 사건을 현재 심리 중인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 재판부(박보미 판사)에 대해 류 전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할 것을 촉구했다. “자유민주적 가치를 보호하는 선례를 남겨야 담론의 수준이 한층 격상될 것이며 공적 영역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29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강의 중 수강생과의 토의 과정에서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류석춘 당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전격 기소했다.

지난 3월12일 열린 류 전 교수 사건 두 번째 공판 때 이뤄진 검찰 측 증인 신문에서는 증인으로 불려 나온 류 전 교수 사건 고발인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공판 검사가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고발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며 강의내용 가운데 어느 부분이 ‘허위’에 해당하는지 묻자 “(류 전 교수의 발언 내용은) 명확히 허위사실이라고 하기보다는 (사회의 일반적인) 견해와 다르지 않느냐는 취지의 고발”이라고 답했다.

당시 공판에 불려나온 또다른 증인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류 전 교수가 자신이 직접 한 증인을 신문하고 싶다고 하자 류 전 교수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하다가 “(인도네시아) 스마랑섬에서 발생한 사건 외에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을 강제로 연행한 사례가 있다면 단 한 가지만 추가적으로 제시해 보라”는 류 전 교수의 요구에 “‘강제성’의 근거는 실제로 (일본군이) 끌고 갔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그 당시 상황이 강제적이었느냐, 아니었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류 전 교수 사건을 맡은 박보미 판사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검찰의 공소(公訴) 유지가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한편, 박 판사는 지난 3월 이후 류 전 교수 사건 공판 기일을 두 번이나 열어놓고도 검찰 측이 제출한 변경된 공소장을 허용할지 여부를 여태껏 결정하지 않고 미루는 등 편파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이하 이번 공동성명에 참여한 국내·외 지식인 명단(72명 전원)

◇한국(32명)

▲김병준(강남대학교 교수) ▲김병헌(국사교과서연구소 소장) ▲김승욱(중앙대학교 명예교수) ▲김철홍(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김행범(부산대학교 교수) ▲민경국(강원대학교 명예교수) ▲민현식(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박기성(성신여자대학교 교수) ▲백화진(경성대학교 외래교수) ▲양준모(연세대학교 교수) ▲유광호(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이광은(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이명희(공주대학교 교수) ▲이삼현(연세대학교 교수) ▲이성호(중앙대학교 교수) ▲이영훈(前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승만학당 교장) ▲이우연(前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이은혜(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이제봉(울산대학교 교수) ▲이주천(원광대학교 명예교수) ▲이철순(부산대학교 교수) ▲정안기(前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정영기(아주대학교 교수) ▲조 필립스(연세대학교 교수) ▲조성환(경기대학교 교수) ▲조셉 이(한양대학교 교수) ▲주익종(이승만학당 이사·경제학 박사) ▲천세영(충남대학교 교수) ▲최인(서강대학교 교수) ▲홍승기(인하대학교 교수) ▲홍후조(고려대학교 교수) ▲황승연(경희대학교 교수)

◇미국·캐나다·뉴질랜드(21명)

▲알렉산더 벅(웰링턴빅토리아대학 교수) ▲부루스 애커만(예일대학교 로스쿨 교수) ▲지즈코 앨런(하와이대학 교수) ▲디어드리 맥클로스키(前 일리노이대학 교수) ▲도널드 베이커(브리티시콜럼비아대학 교수) ▲에릭 래즈무센(인디애나대학 교수) ▲그레고리 클럭(캘리포니아대학 교수) ▲제이콥 코발리오(컬레톤대학 교수) ▲존 캠프벨(미시건대학 명예교수) ▲존 커피 주니어(컬럼비아대학 로스쿨 교수) ▲케빈 독(조지타운대학 교수) ▲로렌스 윌커슨(前 콜린 파월 미국 국무부 장관 비서실장) ▲마이클 로빈슨(인디애나대학 명예교수) ▲나다인 스트로센(뉴욕대학 로스쿨 명예교수) ▲노엄 촘스키(매사추세츠공과대학 명예교수) ▲로버트 티어니(일리노이대학 어바나샴페인 교수) ▲론 설리번 주니어(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 ▲소피아 허트(윌리엄앤매리컬리지 교수) ▲스티븐 루크스(뉴욕대학 교수) ▲스티븐 핑커(하버드대학 교수) ▲윌리엄 그림스(보스턴대학 교수)

◇일본(19명)

▲니시오카 쓰토무(레이타쿠대학 객원교수) ▲다카하시 시로(레이타쿠대학 특임교수) ▲아리마 데쓰오(와세다대학 교수) ▲이토 다카시(도쿄대학 명예교수) ▲에자키 미치오(역사인식문제연구회 부회장) ▲오이와 유지로(前 도쿄국제대학 교수) ▲가쓰오카 간지(역사인식문제연구회 사무국장) ▲기타무라 미노루(리쓰메이칸대학 명예교수) ▲구노 준(오사카관광대학 국제교류학부 강사) ▲다나카 히데미치(도호쿠대학 명예교수) ▲정대균(도쿄도립대학 명예교수) ▲샤운 도이어(규슈대학 교수) ▲시마다 요이치(후쿠이현립대학 교수) ▲쓰쓰이 마사오(시가대학 명예교수) ▲하세가와 미치코(사이타마대학 명예교수) ▲하타 이쿠히코(역사연구가) ▲야노 요시아키(일본안전보장연구회 회장) ▲와타나베 도시오(前 다쿠쇼쿠대학 총장)

〈류석춘 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에 대한 기소를 우려하는 한·미·일 학자 공동성명〉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의 류석춘 교수에 대한 검찰 기소와 관련, 저희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류 교수는 강의 중에 역사적 문제로 단지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3가지 쟁점을 문제 삼아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혐의로 그를 기소하였습니다.

류 교수는 강의에서 일제 치하에 위안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매춘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위안부 문제의 역사는 정치적, 학문적으로 민감한 주제이며 마땅히 그러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와 동시에 역사를 균형잡힌 시각으로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은 류 교수는 30년 동안 이어져 온 위안부 문제에 대한 통념에 대해서 (다양한 증거에 의거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반론을 소개했을 뿐입니다. 그는 특정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였고, 물론 학생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강요할 의사는 전혀 없었습니다.

저희는 이번 한국 검찰의 기소가 한국 고등교육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의 잿더미에서 부상하여, 현재 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지난 몇 년동안 한국의 고등교육 시스템 또한 한층 발전해 왔으며, 오늘날에는 전 세계의학생들이 한국의 대학에 진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류 교수에 대한 기소가 열린 토론과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뤄져야 하는 상아탑에서도 ‘검열의 문화’가 점차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희는 대학교에서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확고히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류석춘 교수의 유죄를 입증하려고 오직 편협한 증거(특히 고노 담화,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에만 집착하고 있는 검찰의 태도, 그리고 다소 이해하기 힘든 증인의 증언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특히, 검찰 측이 신청한 주요 증인인 고소인조차 류 교수의 강의 중 발언에 대해 “명확히 허위사실이라고 하기보다는 (사회의 일반적인) 견해와 다르지 않느냐”라고 밝힌 바있습니다. 아울러 검찰 측은 현재까지도 어느 개인 또는 집단의 명예가 훼손되었는지 명확히 특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일, 류 교수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한국의 언론과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어서 우려됩니다. 아울러, 류 교수를 향한 대중과 언론의 감당하기 힘든 인신공격으로 인해, 다른 교수들 또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지 못하게 될 상황이 매우 우려되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 청원을 통해 학문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추구와 지지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나아가 행여 이번 법원 판결이 한국 헌법에 규정된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고 제한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토론에 대한 근본적인 억압, 그리고 통념과 다른 생각에 대해 드러내는 편협함, 그리고 학자들에 대한 부당한 기소는 한국 고등교육의 발전을 방해할 뿐입니다.

따라서, 현재 경솔한 기소로부터 자신을 변호하고 있는 한 무고한 지식인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 가장 본질적인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보호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하는 바입니다. 바로 이러한 선례를 남겨야 관련 담론의 수준이 한층 더 격상될 것이며 공공의 영역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되리라 저희는 믿습니다.

2021.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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